엄마가 진짜 해야 할 일.

by 이연

딸이 고3이 되었을 때 버스로 1시간 거리의 통학을 너무 힘들어 하는 걸 지켜보다가 이 엄마는 결심을 하고 맙니다.

노쇠한 친정 아버지를 가 돌보겠다고 소리 치고 아버지를 내 집 옆으로 이사까지 켰습니다. 어떨결에 엉뚱한 곳에서 어리둥절 살아야 하는 서글픔을 어찌할 줄 모르는 아버지를 내 팽게치고 나는 딸의 학교 앞으로 이사를 버렸습니다. 아버지 모신다니까 동생들이 준 수고비까지 받은 주제에 말이죠.

그럼에도 아무런 불만 내색 안하는 륭한 인격을 가진 동생들 앞에, 양심이 있는 사람인지라 무 괴로웠습니다. 난 엄마야! 어쩔 수 없어! 렇게 뻔뻔 짓 까지 하면서 고 3 딸의 뒷바라지를 했던 기억이 너무 생생한데,


2009/6월의 내 일기장에는 이렇게 써져 있습니다.

"딸이 지금 모의고사 보느라 진을 빼고 있을 것이다.

어제도, 내일이 시험인데 공부 안한다. 지금 2시간째 tv 앞을 지키고 있는 딸의 모습에 화가 나서 말도 하기 싫어져 버린다. 이제나 하려나 저제나 하려나 촉을 곤두세우며 기다리다 결국 못참고 한마디 하고 들어와 버렸다. 내가 한마디 했으니 마음 상했다고 딸은 이제 자버리겠지. 내가 더 참았어야 했는데... 참을 걸, 너무 속상한 마음에 눈물 난다.

좋은대학 못가면 어떻습니까? 내가 포기 하게 도와 주세요! 라고 비관섞인 기도를 하고 있다.

공부가 이렇게나 하기 싫은 딸에게, 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 라고 말을 한들 귀에 들어 오기나 하겠어?

몇일째 밤마다 컹컹 기침을 해대니 온 잠을 자지도 못한다. 새벽에야 잠잠해 진 것 보니 조금 자는 것 같다. 이 기침 때문에 근 일주일을 공부를 못 하게 되었기도 했지만 안한다. 내 마음 초조하고 답답서 미칠 것 같.

고3인데 진짜 어쩌려고 그러냐 딸악!!! "

수없이 많은 날, 딸과 나는 숨막히는 밀당을 하며 눈치 싸움을 하며 서로의 마음에 얼마나 많 상처를 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드디어 11월의 날씨가 추웠던 날 수능시험을 치뤘고 결과는 뻔 했습니다.

뭐!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재수를 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은 재수를 하는 1년 동안 열심히 하더니 원했던 대학교에 합격 습니다.

그날의 기쁨을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습니까? 온 가족들도 너무 기뻐서 축하금을 주었는데 순식간에 등록금을 하고도 남는 큰 돈이 통장에 쌓여진 것 만 봐도 고생끝 행복시작 알리는 것만 같았습니다. 백화점에 가서 비싼 옷도 척 사서 입혔습니다.

새로 산 옷 입고, 새구두 신고, 메이커 로고 박힌 가방도 들고,

입학식에 간 딸의 뒷 모습을 바라보며 그날 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습니다.

대학만 가 봐라, 대학 가서 해도 안 늦는다, 대학가면, 대학만 가면....

팔딱 팔딱 뛰는 심장을 억누르라고, 그래야 한다고 20시간을 딱딱한 의자에 앉혀 두기 위해, 대학만 가면 행복할 거라는 허망한 믿음을 준 이 어른들을 어쩌면 좋을까요?

나름 잘난 애들이 모여 있는 대학에서 더 힘들어진 친구들과의 관계, 마냥 래였던 이성과의 문제로 인한 상실감, 스펙쌓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고민등, 잘나면 잘난대로 못나면 못난대로 그들은 힘들어 집니다.

어느날, 술 잔뜩 먹고 늦게 들어온 딸에게 "뭐가 그렇게도 힘들어?" 물었습니다.

딸은 "재미도 한개도 없고 글고 엄마가 말하면 알기나 해?" 라고 하더라구요.

대학은 갔는데 화가 나나 봅니다.


지금 중고등학교에 재학중인 자녀를 둔, 미래에 대한 소망으로 점철된 시기를 살고 있는 젊은 엄마들에게 인생선배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이 글을 써 봅니다.

내가 지내 보고 나서 깨달은게 있어서요.

무 애쓰지 마세요. 그렇게 애 안써도 각자의 인생대로 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라는 말도 인생 선배들의 삶에서 나왔겠다 싶네요.

영화 <아웃 오브 아프리카> 원작 책에는 원주민인 키쿠유족들이 사는 방법을 써놓았는데

"고통같은 것이 생기면 그들은 순순히 받아들이는 것을 운명에 대한 응답, 즉

하늘이 말할때 땅에서 보내야 하는 메아리" 라고 생각 한다고 합니다.

내 아이가 하는 만큼의 성적은, 곧 하늘이 나에게 말하는 소리였었는데...

운명에 순응 할 줄 알아 겸손한 엄마였더라면 아이의 삶이 더 행복과 가까워지지 않았겠어요?

오늘도 행복해야 할 아이들이 집에서 학교에서 매일 시달려 얼마나 스트래스를 마음에 쌓아가고 있을지. 저절로 "짜증나" 를 입에 달고 다닐 수 밖에 는 아이들 한테 미안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없는 돈 쥐어짜서 1등급 더 올려보겠다고 비싼 과외 시킬게 아니라, 학교 앞으로 이사 할 것이 아니라, 밤 늦은 시간에 과일 깍아 책상에 놓아 두며 무언에 압박을 주는 그런 숨막히는 엄마가 아니라.

진짜 엄마가 할 일은 그 여린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일이였는데...!

운명에 순응 할 줄 아는 엄마에게 자란 아이가 자기 운명에도 순응 할 줄 알아 욕심 부리지 않고 순순하게 살 줄 알겠죠?

그 아이는 이 세상에서 사랑 받으며 살면서, 봄이 오면 꽃핀다고 가을이 오면 낙엽 떨어진다고 깔깔대고 웃으며 주위를 훈훈하게 데우는 사람으로 살아 갈거

내 아이가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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