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왜 이리도 마음이 슬픈지요.
아름답게 물든 단풍잎들의 화려함을 미친듯이 뽐내고 서 있는 나무들 사이로 자전거를 타고 지날 때 낙엽이 흩어져 날리는 이 가을이 너무 아름다워 눈물이 나요.
10월의 마지막 날이래요.
코로나 시기 때문에 잠시 쉬고 있던 성당에도 가 보았어요. 새로 지은 예쁜 성당에서 아늑한 마음이 들지 않고 낯설기만 했어요. 더 마음을 못잡고 맙니다.
같이 사는 큰 딸이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 엄마! 기분 안 좋아?가을이라 그런거지?" 합니다. " 그래! 가을이라 그런가봐~" 애써 밝게 대답 했어요.
제 큰 딸이 옆에서 아빠 몫까지 나한테 잘하느라 애쓰거든요. 예전엔 미처 몰랐어요. 내가 딸에게 의지하여 살게 될줄...
남들은 쉽게 말해요. 자식인데 뭘 그러냐며 당당히 받으라고. 유난히 체구가 작은 이 딸은 힘들다 말없이 회사에 다녀요. 그러니 더 어떻게 뻔뻔한 엄마를 요구할 수 있겠어요.
나는 가을에 태어났어요. 내엄마는 나를 태중에 가졌을때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어요.
그래서 내가 가을을 타는 거라고 매 해마다 말하곤 해요.
그런데 단순히 가을이라서 슬프겠어요?
얼마전 45년동안 연락 한 번 없이 살았던 사촌외삼촌께서 내가 보고 싶었다면서 여기까지 오셔서 큰 돈을 주고 가셨어요. 외삼촌하고 헤어진뒤 돈을 세어보고 어안이 벙벙 하면서 내가 착하게 살았나? 하느님이 천사를 보내신건가? 생각 했죠.
몇일 뒤 맛있는 고구마 파는 곳을 알았어요. 당뇨 때문에 고생하신다는 그 외삼촌에게 답례도 할겸 고구마 한박스를 보내드렸어요. 고구마를 받은 외삼촌 께서는 " 고구마가 맛있구나. 좋은 일만 생각하면서 살다보면 좋은 일이 생길거다 힘내라 화이팅!!!" 이라고 문자가 왔어요. 아! 외삼촌도 알고 계셨구나, 그래서 이렇게나 큰 돈을 주셨구나~
3년전 봄 어느날, 남편은 빚을 졌다며, 힘없는 나에게 갚아 달라고 전화가 왔었고, 그 이후 생활비는 물론 각자의 의무를 저버린 부부는 연락조차 끊어지고 말았어요..
그러니까 사실인데 생각하지 않고 살고 싶었던 진실, 세상사람들은 다들 나를 불쌍하게 생각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 생각은 나를 슬프게 했어요.
게다가 요즘 훌륭한 분들이 어머니에 대해 쓴 책을 읽게 되었는데, 그동안 나는 엄마로서 충분히 희생도했고 잘 했다고 생각 했어요. 그런데 훌륭한 분들의 어머님들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나를 보게 되었어요. 뭘 그리 잘 했다고 그 보상을 받으려고 했던 나.
둘째딸이 회사에 막 들어갔을때는 퇴근길에 이 엄마에게 전화해 조잘 조잘 잘도 하더니 이제 회사일이 많아져 바쁘다며 이엄마에게 전화 기다리지 말라고 연습을 시키려는듯 전화가 뚝 끊겼어요. 이제 돈도 벌고 홀로 우뚝 선 딸. 엄마랑 너무 친하게 지내는 것도 딸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해요. 너무 늦긴 했지만 아직도 못 끊고 달고 있던 탯줄을 끊어 내려고 굳게 마음 먹었어요. 전화부터 기다리지 않기! 당연하게 생각하기! 근데 하필 이 가을에...
그럼에도 불구하고,가을이잖아요!
큰딸 손을 잡고 시장에 갔어요. 맛이 있어서 집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가을전어가 반짝거리는 비늘로 우리의 눈을 사로 잡네요. 빨강 홍시감, 밤, 대추, 제철 만난 영양 많은 굴도 있고, 바구니에 수북히 쌓아논 고구마들, 우엉도 연근도, 제철 만나 사각사각 맛있어진 가을 무우, 달랑무우 다발들.
이 가을이 시장안에서 살아 숨 쉬고 있드라구요. 싱싱한 것들을 푸짐하게 쌓아놓은 가을을 다 사고 싶어 흥분한 엄마를 큰 딸이 말려요, 워!워!
그래서 이번 가을에 제일 먹고 싶은 것 2가지씩 사기로 했어요. 나는 울 딸의 건강 생각해서 피부미용과 피로회복에 좋다는 전어와 바다의 우유라고 까지해 철분이 많이 들어 있다는 굴을, 딸은 달랑무우 김치 먹고 싶다고 한다발, 이 가을에 먹어야 제맛이라면서 홍시 한대접(스치로폼 대접에 쌓아놓고 파셨어요)을 샀어요. 그리고 마지막 코스로 시장에서 30년째 호떡을 구워 파시는 할머니표 호떡 한개씩 먹고 집으로 돌아올 때는 호떡속에 있는 꿀같이 달달한 마음이 되어서 왔죠.
집에와서 굵은 소금 살살 뿌려서 전어구이 하고, 무우 넣고 시원한 굴국 끓여서 큰 딸과 소주 잔 부딪히며 "야! 행복이 별거냐? 이거지!" 라고 한 나에게 "그럼그럼! 엄마! 가을 별거 아니지?" 한다.
어제밤에 비 오던데 단풍잎이 힘없이 다 떨어졌겠죠? 비가 개이자 얼른 호수가로 나가 보았어요. 다 떨어지고 만 단풍잎들이 낙엽되어 바람에 뒹굴고 있었고, 나무들은 옷을 다 벗고 뼈를 드러내고 있었어요. 그 모습이 추워 보였어요. 이번 겨울은 빨리 올 것 같아요.
이렇게 21년도 가을을 서둘러 보냅니다. 잘 가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