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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May 04. 2017

선물

인간관계




난 손재주가 없는 편이였다. 아니, '없다'가 맞을 것 같다. 반면에 엄마는 손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뚝딱 해냈다. 어렸을 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은 그저 꼼지락 꼼지락 해보다가 결국은 엄마를 부르는 일 이었다. 그리곤 엄마의 손을 가만히 지켜보며, 내 손이 저정도 길이가 되었을때, 아마도 어른이 될 때겠지, 그땐 나도 저렇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커 가면서 손은 내 생각만큼 많이 자라지 않았고, 손재주도 겨우 가위질을 다치지 않고 하는 정도로 늘 뿐이었다. 이런 손재주 임에도, 손으로 무언가를 만들고 그리는 것에 대한 즐거움은 컸다. 특히 누군가를 위해 만드는 선물이라면, 더디고, 가까이서보면 부족하기 짝이 없을지라도 열심히 설레는 마음으로 만들었다.



내 인간관계도 그러했던 것 같다. 손재주 없는 내가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만들려 노력하는 일 처럼. 비록 서툴고 완벽하진 않더라도 너를 생각하고 좋아하는 마음이 이 만큼이라, 이 만큼을 꾹꾹 눌러담아 선물을 만들었다. 처음에는 그 만큼을 되돌려주지 않는 사람들에게 실망이 컸고, 그 조차 되돌려 받지 못하는 내 자신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다시 생각했다. 내가 이 만큼 좋아해서 이 만큼 주었으면 그걸로 된거라고. 그렇게 내 마음이 인간관계라는 풀리지 않는 숙제에서 조금은 편해지는가 했다. 하지만 때론 어떤 이들은 그 만큼 되돌려줄수 없는 내 선물의 크기에 부담같은 것을 느꼈는지, 선물을 다시 보낼 수 없는 사이만큼으로 멀어지기도 했다.

여전히 재주가 없는 나는 여전히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여전히 누군가를 위한 선물을 주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제 그 선물이 그 누군가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나를 위한 것인지 조차 헷갈린다.

그 만큼의 선물을 바라지 않은 이에게 선물을 주고 풀어보라고 재촉한것은 아닐까. 혹, 나에게 선물이라, 그 사람에게도 분명 선물이 될 것이라고 착각한 것은 아닐까.

나의 마음을 이왕이면 어여쁘게 포장하여 전해주는 것이 틀렸다면, 난 이제 어떻게 마음을 전해야할까.
그 사람의 마음을 재고 내 마음을 재어 적당한 만큼으로 나눠줄 수 있는 저울을 달아야 할 것 같다 이제는.








2016년 5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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