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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Aug 10. 2017

41일간 해가 떠있던 나의 여름날

밀린 여행 일지를 쓰다 (1) 2017.06.29




여행날짜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을 때,

4학년 1학기와 여행준비를 병행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

성큼성큼 다가온 여행날짜를 보는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니깐, 가고 싶지 않다는 그런 기분이었다.


이제와서 그런 기분이 드는 내가 어이가 없었지만,

그럴리가 없다며 애써 부정한 기분들이었다.


학기가 마치고 채 일주일이 안남은 시간동안

그런 이상한 기분들은 심해졌다.


떠나기 전날 까지도


여행 전날, 가고싶지 않다는 글들을 종종 보곤 했었는데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부러우면서 배가 불렀네 하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생각을 똑같이 하는 나를 보며 그 사람들도 이런 기분이었던 걸까

하고 생각에 잠긴다.


인천공항, 사실 여행지 도착하는 것 보다 바쁘고 소란스럽고 이별과 만남이

교차하는 이 곳을 난 더 좋아했고 설레어했다.

애써 인천공항을 간다는 사실로 기분을 달래며 잠이 들었다.




그 인천공항에 도착했지만 좀처럼 기분은 설렘과는 멀어져 갔다.

비행기에 몸을 실고, 여행과 어울리는 분위기로만 엄선해서 다운 받아온

노래를 들었다. 조금 설레는 것 같기도 한데,

비행기와 hoppipolla 노래와 함께 겨우 설레기는 한데,

두려움인지 귀찮음인지 피곤함인지 모를 이 힘 빠지는 감정들은 이제

한국에 두고오고 싶다. 곧 이륙을 앞둔 비행기에서

이 감정들을 벗어두고 오기 위해 노력했다.


행운을 빌어요 라는 노래가 흘러 나온다.


앞으로의 나날들에 정말로 행운을 빈다.








런던에 도착 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입국 심사 줄을 섰다.

아직은 한국인들이 많은 이 곳에서 런던에 도착했다는 실감은 나지 않았다.


내 짐은 정말로 빨리 나왔다.

여행동안 두번의 비행을 더 하게 되는데, 그 때마다 기특하게도 내 짐은 무척 빨리 나왔다.

한국으로 들어오는 비행에서는 한참이나 늦게 나왔지만,


혼자서 하는 여행이니 짐을 찾자마자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가 없었고,

누군가가 기다려주지 않는 곳을 벗어나와 전철역으로 향했다.

미리 바꿔 낀 유심칩으로 숙소 가는 길을 친절하게 설명한

블로그의 글을 보며 천천히 따라했다.


전철이 들어오고 짐과 함께 내몸을 실었다.

그제야 런던에 온 것이 실감이 났다.

짐이 빨리 나온 만큼, 전철역으로 바로 향한 만큼

나와 같이 런던에 도착했던 그 수많은 한국인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편한 복장과 피곤한 얼굴 흐트러진 머리 한채 자기보다 큰 짐을

잡고 있는 나의 모습이 창문을 통해 비춰졌다. 누가봐도 동양인 여행객 이었다.


여행이 시작됨을 느꼈다. 이방인과 여행자 그 사이에서 낯선 곳에서 아름다움을 찾으려는

나의 여행이 시작 되었다.


전철에서 내려 캐리어를 끌기 시작했다. 런던의 그 저녁거리는 소란스러웠지만

어쩐지 내 캐리어 바퀴소리가 무척이나 시끄럽게 들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모두들 나에게 이목이 집중되는 것 같았다.

피곤하다. 이 캐리어 끄는 것을 멈추고 싶었다.


숙소에 도착하니 8시가 다 되어갔다.

아직 해는 떠 있지만, 오늘의 여행일정은

무사히 숙소에 도착한 것으로 마무리 하려 한다.


안녕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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