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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Nov 16. 2016

2016.11.12

광화문, 그날 밤



참 많은 사람들이었다.

뉴스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늘어가는 십만단위의 숫자보단,

어디를 둘러봐도 사람들로 가득차고

움직일때마다 누군가에게 부딪치는 일이

발 디딜틈 없어 한발 내딛기도 어려운길이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이 자리에 왔구나를

체감하게 했다.










집회는 시민의 권리이지만

비용이 큰 정치적행위 라고 정의된다.

OECD회원국중 노동시간이 1,2위를 다투는

한국에서, 집회의 비용은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또 그날 따라 날씨는 매우 포근하고 좋았다.



노동시간이 긴 한국인들에게 주말의

짧디짧은 쉼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소중하다.

날씨도 좋으니 추워지기전 더욱 무엇을 하기

좋은 날 이였을 테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 무엇을

집회참여로 선택했다.

작은 움직임도 벅찰만큼 가득찬 그 곳으로

사람들은 끊임없이 모여왔다.






주중의 삶을 끝낸 피곤하고 지친몸을 이끌고

군중들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을 보며

이 곳에 모여 함께 외치는 시민들이 대단한지,

아니면 이 정도로 분노를 산 대통령 그리고 그의 비리와 연관된 실세, 기업, 정계인사들이 대단한지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단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여기있는 사람들은 민주주의 권리를 수호하며

시민의 권리를 행사하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의 외침은 그럴 권리를 가진다.









토요일 아침 늦잠은 너무나 달콤했고
늦은 아침을 먹으며 티비를 보는 것은 즐거웠다. 하지만 누군가는 이른 아침부터 광화문 광장에 가기를 준비했을 것이다.
밀리는 교통체증과 끝없이 이어진 줄,
숨막힐 듯 조여오는 전철 안이
그 곳이 가까워졌음을 느끼게 했을 것이다.
차가운 바닥에 앉았지만,
자신과 비슷한 피켓을 든 군중들을 바라보며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따뜻함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구호를 외치고 노래를 불러보지만,
불쑥불쑥
어쩌면 이런 외침이 채 닿기도 전에
흩어져 내릴것만 같다.
그러다 결국은 변화지 않을 것이라는 공허함이 바람처럼 스쳐가기도 한다.
인파 속에 구겨지듯 자리잡은 곳에서
허리는 아파오고 몸은 점점 지쳐갈 것이다.
화장실 가기조차 어려운 인파속에
배고픔을 참거나 미리 사온 빵으로
대충 허기를 달랜다.
다시 돌아가는 길은
사방이 사람들로 가득차,
인파 속에 자신을 던지고
떠밀려오듯 숨을 참으며
걸어왔을 것이다.




단순한 사회에 대한 분노표출,

집단적 스트레스 분출,

냄비근성으로 보기엔

그 비용이 너무 크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 비용보단 자신들의 외침을 통해

바뀔 세상의 가치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시절

한국사를 공부할 때면

교과서에 밑줄을 치며 달달 외우곤 했다.

하지만 그 중 유일하게 읽지 않고

지나가던 부분이 있었다.

한 시대가 끝나고 그 시대를 간략하게

4-5줄로 요약한 글들이었는데,

매번 같은 말들이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귀족들은 사치와 향략을 누리며 풍요롭게
살았지만 백성들은 자연재해와 질병,
이것들이 아니라면 배고픔에 허덕였다.



-

그 시대가 어떤 시대였건

귀족은 풍요로웠고 백성들은 허덕였다.

하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건

권력이 왕과 귀족에 속해 있었던 정치체제와

신분제라는 사회적 차별 때문 이었다고

민주주의 사회라 불리는 곳에 살아가는

우리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이젠 정말 귀족과 백성의 구분이 없고

권력이 국민에게 있는 사회일까.




내가 살아가는 시대를

훗날 역사책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로

기술할진 모르지만

이전 시대와는 다른 결말이

쓰여질 수 있다고 자신할 순 없었다.

하지만 그날,

민주주의 가치의 소중함을 알고

그것을 수호하고자 거리로 기꺼이 나온

백만이라는 숫자만으론

가치를 매기기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해보니,

어쩌면,

...






5.18광주 민주화 운동과 6월 민주 항쟁 등 피 와 땀 으로 지켜온 민주주의는
시간이 지나면서, 권력을 사유화하고
권력의 주체를 망각하는 자들에 의해
불안과 위기를 맞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 가치의
소중함을 잊지 않은,
권력의 주체인 시민들이
권리를 행사하여 그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앞으로의 민주주의 발전을 가능케 했다.



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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