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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지연 Nov 23. 2016

별 헤는 밤








별은

밤길을 걷다 문득 주변을 가득찬 건물들이

답답해져, 하늘을 올려다보면 보이는

밤 하늘에 몇개 콕콕 박힌 점 정도 였다.

반짝인다는 느낌을 받아 본적은 없지만

그럼에도, 노랫말 때문인지

별은 반짝이는 존재지 라고 생각했다.








캐나다에 켈로나라는 곳에 3개월 조금 넘게

머무른 적이 있었다.

한적하고 평화롭고 아름답고 아담했다.

낮은 건물들, 한 적한 버스, 저녁 노을이 비치는

호수, 띄엄띄엄 있는 넓직한 집, 넓은 도로와

그곳을 꽉채우기엔 부족한 차들,

그리고 밤마다 하늘이 별들로 가득찬 곳이었다.








밤마다 산책을 했다, 7~8시만 되어도 한적했고,

가로등 불빛에 비친 그림자만이

나와 같이하는 유일한 것이었다.

집들 사이로 난 길가를 가로지르며 걷거나

한동안 멈춰서기도 했다.

고개만 살짝들어도 내 평생 봐온 별들보다

더 많은 별들이 하늘을 덮고 있었다.




별들은 노랫말 처럼 정말 반짝반짝했다.

작지만, 그 넓은 하늘을 빼곡히 덮고 있는

모습은 작다라고 말하기엔 부족했다.









어떤 날은 그렇게 하늘을 보다 보면,

저 작은 별보다 내 자신이 더 작아지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여기 어둡고 고요한 이곳에

가만히 서있는, 이름모를 나에게 까지

반짝임을 던지고 있는 별들이 커보였고,

나 자신은 어둠 속에 묻힌 티끌이 된 것 같았다.



그럴때면 어둠이 내려앉은, 서 있는 이곳이

끝을 알 수 없는 우주가 되고

난 그 광활한 어둠에 잠식 되어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의 의미를 잃어감을

느꼈다.

내 존재의 의미 까지도.




하지만 또 어떤 날은,


또 어느 여름밤
낯선거리를 오랫 동안 쏘다녔다.
하늘 높이 걸린 보름달이
만물에 소리없이 빛을 던지고 있었다.
인적이 끊긴 길게 뻗은 큰길로
그들이 동시에 내딛는 발걸음 소리가
널리 퍼져 나갔다.
...
그럴때면 자신들이 세상의 주인이 된것 같았다.
마치 굉장한 비밀이나 어마어마한 힘을
소유하기 라도 한 것 처럼,
알 수 없는 흥분을 느꼈다.
/사물들. 조르주 페렉





한국으로 돌아오고 나서는,

보이는 별들의 수가 줄어든 만큼

밤 산책도 줄었다.

옥상에 전구를 설치했다.

줄줄이 주황빛을 내뿜는 전구들이

별 대신 이라고 생각했다.

꽤 괜찮은 생각인 것 같았다.



오늘도 별 대신 전구가 수 놓은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그 환한 전구 불빛 사이로 희미하게

반짝이는 별이 보였다.

가만히 일어서서 보니 더욱더 선명해지는 별들이다.

뒤를 돌아보니, 그 보다 선명하고 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전구를 끄고 찬찬히 제자리를 맴돌며

별들을 헤아렸다.

별들을 세기로 마음 먹었다.

하지만 이 쪽을 보고 저 쪽을 보면

어느새 새로운 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내 눈이 움직이는 그 자리 자리마다

별들이 생겨났다.

마치 내가 어떤 마법을 부리는 것 같았다.

아니, 어떤 마법 속에 빠져 있는 듯한 느낌 이었다.




내가 올려다본 별은 작지만 반짝인다.

별들이 그 곳에서 내려다보는 나는 어떨까.

역시 너무 작겠지.

혹시 반짝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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