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 없이 퇴사한 직장인의 일기
최근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삶에 대한 내용이 담긴 책을 읽으며, 작가의 소박하고 단순한 삶이 유독 부럽게 느껴졌다.
작가의 직업은 요가강사.
식습관은 비건이며,
친환경 커뮤니티 활동을 하고 있다.
작가의 삶은 모든 요소가 다 연관되고 연결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나의 하루는?
각기 분야가 다른 뉴스레터 5~6개를 읽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하고 있는 일은 무인 떡집, 무인 카페 운영, 그리고 ESG 강의 준비, 가끔 남편의 넥타이 사업 지원까지.
운동은 국선도, 수영, 테니스.
이미 많은 것을 하고 있는데도, 직장 다닐 때와 같이 꾸준한 보상이 없다 보니 계속 다른 무언가를 시도하게 된다. 그래서 또 달력을 만들고, AI강의를 결제하고, 독서모임에 나가본다.
주도적으로 삶을 살 수 있는 자유로움을 동경해 왔었고 감사하게도 그런 삶을 경험해보고 있는데, 과학시간에 배운 엔트로피의 법칙처럼 자유도가 증가하니 내 삶은 점점 무질서해졌다.
해보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졌고, 이것저것 다 시도해 보고 살고 있는 지금의 나는 과연 괜찮은 걸까?
내가 하고 있는 운동도, 일도, 활동도 어느 하나 서로 비슷한 것이 없다. 같은 '무인업'이라 해도 떡집과 카페는 성격도 운영방식도 완전히 다르다. 지식과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강의 준비와, 브랜딩이 필요한 넥타이 사업 역시 각자의 결이 너무 다르다.
하루에도 1-2가지의 운동과 2-3가지의 일을 오가며, 또 부수적인 활동들까지 더해진다.
역할을 전환하는데 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이것저것 해보기 전까지 몰랐다. 그래도 나는 잘 해내고 싶은 욕심에 자꾸만 일을 벌이게 된다.
회사를 출퇴근하던 시절보다 분명 더 재미있고, 더 나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음에도 한편으로 마음이 혼란스러웠다.
책 속의 작가는 차가 없어 이동할 때도 버스를 두세 번 갈아타거나 자전거를 통해 이동한다고 한다. 비록 오래 걸리더라도, 그 시간 동안 지나가는 풍경을 천천히 바라보며 더 느리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다고 한다.
그에 반해 나는 차가 없으면 하루 일과가 불가능한 사람이다. 하루에도 두세 번은 차로 이동해야 하고, 비록 모든 동선이 10-15분 거리임에도 그 시간마저 아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 자동차로 최대한 부지런히 움직여도 아등바등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며 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로운 삶이 자꾸만 부럽게 느껴진다.
수영을 할 때도 자유형만 하는 것보다, 영법을 바꿔가면서 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 자유롭다고 너무 자유롭게 살았더니 오히려 그 자유로움이 나를 속박하고 있었다.
직장인이었을 때 주말과 공휴일에 느꼈던 그 잠깐의 자유는 나를 쉴 수 있게 해 주었지만,
퇴사 후의 무한한 자유는 나를 무한히 무언가 하는 상태로 만들었다.
해보고 싶은 것이 많기도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견딜 수 없기도 했다.
최근 남편과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나는 이렇게 답했다.
"심심한 시간이 있는 삶."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니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하고 계속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는 자유가 아니라, 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
그저 뭘 하면 좋을지 고민할 수 있는 여유와 시간이 있는 자유로움을 다시 한번 동경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