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주체적인 일을 하고 싶었을 뿐인데

계획 없이 퇴사한 직장인의 일기

by 예슬

회사를 다니던 시절, 언젠가는 나만의 주체적인 일을 해보고 싶다며 사업을 꿈꾸던 때가 있었다.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가장 아름다운 운명이라 믿었기에,


그 끓어오르는 열정을 회사를 위해서가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써보고 싶었다.


나를 위해 일하는 것.


그것이 내가 사업에 대해 갖고 있던 철학이었다.

무엇을 하든 간에 나 스스로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기에, 그 '무엇'을 찾는 것만 고민해 왔다.


어쩌면 나는 위대한 사업가가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나답게 일하며 살아가는 행복한 일꾼이 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무인사업을 경험하며, (무인업임에도) 하루 종일 일거리에 시달리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지금에서야 비로소 사업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시작했다. 『사업의 철학』이란 책을 읽으며 지금 나의 모습은 사업가가 아니라 '일만 열심히 하는 기술자'에 가깝다는 안타까운 사실을 깨달았다.

사업을 시작하는 많은 사람들이 나와 같은 함정에 빠진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으면서도, 그동안 사업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무조건 '열심히'만 외치며 달려온 것에도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행동하기 전까지는 그 어떠한 것도 이해하지 못할 거란 책 속의 말처럼, 몸으로 부딪히며 고생하여 시간과 돈을 쓴 대가로 책의 많은 부분을 공감하고 끄덕일 수 있었다.


불행히도 내가 가져왔던 사업의 철학은 '열정적인 기술자'에 가까웠지만, 다행히 지금의 나는 더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싶은 관리자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추가하고 싶은 기업가의 고민을 함께 하고 있다.


(기술자, 관리자, 기업가의 3가지 인격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만 사업이 성공할 수 있다고 하는데, 다행히 기술자의 인격만 존재한 것은 아니었다. )


근로자의 근성으로 하루하루 매장을 운영하면서도, "어떻게 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끊이질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주체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이유로 시작했지만, 나 혼자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을 이제야 실감한다.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지,

새로운 아이디어를 어떻게 현실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다 보니, 이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생각했던 것만큼 사업을 하는 것이 낭만적이지도 멋있지도 않았고, 오히려 지금처럼 열심히 일만 할 거라면 회사에 다니는 삶이 더 잘 맞을지도 모른다는 냉정한 생각도 들었다.


사업은 결국 내가 직접 일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이라는 말을 이제는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


내가 없어도 흘러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은 이전에도 들었지만, 그건 사업이 어느 정도 성숙해졌을 때 해도 되는 고민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런 거창하고 대단한 사업이 아니라,

소박한 1인 사업만이라도 해보고 싶었던 건데 어쩌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위대한 일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텐데, 다른 누군가가 내가 만든 일 속에서 만족을 느끼며 함께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다면,

그건 내가 혼자 열심히 일해서 사업을 잘 되게 만드는 것보다 훨씬 대단하고 멋진 일일 것이다.


끝으로 '사업은 결국 당신이 누구인지를 비추는 거울이다'라는 말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사업을 경험하기 전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막연히 찾고 있던 사람이었다.


어쩌다 시작하게 된 무인사업을 계기로, 나는 이제 사업을 통해 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가고 있는 사람이 되었다.


돌아보면 나는 하고 싶은 일을 정한 뒤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라, 사업을 경험하며 비로소 내가 무엇에 마음이 움직이는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끊임없이 무엇을 하면 좋을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질문해 오던 나에게 사업은 하나씩 실마리를 던져주는 통로가 되었다.


앞으로도 사업을 운영하며 더 많은 질문을 던지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가기 위해,

그리고 그것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계속 답을 찾아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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