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수ㆍ조문정, <1cm 다이빙> 독서 후기
소확행과 진짜 행복의 차이는 뭘까. <1cm 다이빙>을 읽고 소확행을 다시 만났다.
소확행(小確幸).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의 줄임말이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90년대 중반에 주간 에세이를 연재하면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소확행'이라는 말이 태어난 지 30년 가까이 되었지만 도리어 시간이 지날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묘한 단어다.
오늘날에는 당장의 행복을 찾을 수 있는 인스턴트 행복론이 대세다. 현재를 인내하면 미래에 더 큰 보상이 찾아온다는 마시멜로 이야기에 코웃음 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1cm 다이빙>의 저자 조문정은 우울증을 직접 겪은 사람으로서 진짜 행복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을 이 책에 담았다. 조문정은 우울증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였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소확행도 크다고 하면서 심지어 '최소확행'을 외친다. 작가는 추운 날 전기장판 위에 누워 있는 게 자신의 최소확행이라고 한다. 최소확행을 외치는 이 책이 오늘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한다.
작은 것에 만족을 느껴야 한다는 메시지는 누군가에게 분명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언제까지나 소확행만을 좇을 수 있을까? 소확행을 넘어서 진짜 행복을 좇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소확행과 진짜 행복이란 무엇이고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우울감에 파묻혀있는 사람에게는 그 어떤 실천적인 조언도 의미가 없다. 몰라서 행동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삶에 대한 의욕이 떨어질 대로 떨어져서 알고도 행동하지 못하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소확행을 얻는 경험부터 착실하게 쌓아야 한다. 불행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신체적ㆍ정신적 안전을 보장받는 게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행복에도 단계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울감으로부터 벗어나서 생산적인 활동을 할 만한 여력이 생겼다면 그때부터 자신을 진정으로 고취시키는 행복을 얻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대다수가 추진력을 잃고 소확행의 단계에 안주한다.
우리는 꼭 소확행을 넘어선 행복을 추구해야 할까. 소확행의 단계에 머물러도 상관없지 않을까. 물론 큰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이 문제를 고민하면서 미군 특수부대 네이비 씰 출신 동기부여 전문가, 조코 윌링크(Jocko Willink, 1971~)가 한 말이 떠오른다.
'규율이 곧 자유다'라는 어록으로 유명한 조코 윌링크는 자신이 계획한 대로 하루를 온전히 보낼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고 말한다. 이는 스스로에게 부여한 원칙을 실천하는 사람에게 진정한 자유가 주어진다는 칸트의 말과도 일치한다.
역설적이게도, 모든 것이 정해진 듯 행동하는 사람이 가장 자유롭다는 것이다.
계획을 실천하는 것에는 고통이 따른다. 계획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당장의 행복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람이 소확행만을 추구한다면 삶이라는 여정이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 우리는 어째서 소확행을 넘어서 진짜 행복을 추구해야 할까. 이 질문에 나는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서'라고 답하고 싶다.
진짜 행복은 거창한 게 아니다.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에 진짜 행복이 있다. 스스로 다짐한 약속을 지키면 소확행과는 다른 차원의 성취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므로 역설적이게도 고통은 행복이 될 수 있다.
<1cm 다이빙>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으며, 언젠가 읽은 격언 하나가 떠오른다.
“만약 우리 마음속에 괴로움이 없으면 비료를 만드는 데 쓸 재료가 아무것도 없게 된다. 비료가 없으면 우리 안의 꽃을 기를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는 고난이 필요하다.”
- Thich Nhat Hanh, <Ang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