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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앵날 Nov 10. 2022

예술적인 콘텐츠란



좋은 예술은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보는 사람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예술가라면 한번쯤 자신의 예술로 세상의 탁한 흐름을 환기하는 것을 꿈꾼다. 예술을 보는 사람 역시 고정관념으로 적체되어 있던 자신의 마음을 환기하기 위해서 예술을 찾는다. 모든 예술이 환기의 역할을 하는 건 아니지만, 좋은 예술은 하나같이 세상을 환기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좋은 콘텐츠 역시 세상을 환기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회화로 재능을 꽃피운 피카소가 입체파 미술을 발전시킨 과정을 살펴보면 예술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피카소는 소위 ‘예술 천재’였다. 12살 때부터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다고 스스로 말하고 다녔다는 점에서 그냥 천재도 아니고 건방진 천재였다. 아래의 그림을 보면 피카소의 말이 마냥 허세는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좌) 11세 피카소의 토르소 소묘, (우) 15세 피카소의 유화




미대를 나온 나로서는 11살에 피카소가 그린 소묘를 보면서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 피카소가 경쟁심을 보였던 라이벌격 미술가가 있었는데, 사실 라이벌은 아니고 대선배격 미술가였던 앙리 마티스였다. 피카소보다 12살 많은 띠동갑 선배였던 앙리 마티스는 20세기 초에 야수파 미술을 창시하고 유럽에 '색채 혁명'을 일으켰다.


피카소와 마티스가 활발하게 활동한 20세기 초기는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예술의 비이성적인 경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던 시기다. 기존에 회화가 맡았던 역할을 사진기가 대신 하자 많은 미술가들이 원근법과 해부학을 무시했으며 대신 자신들의 개성을 작품에 점점 더 부각시켰다.


마티스와 마찬가지로 미술계에 거대한 바람을 불러일으키고자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피카소는 마티스의 색채 혁명에 이어서 '형태 혁명'을 일으키기로 결심했다. 그렇게 입체주의 미술이 탄생했다.


12살 때 이미 라파엘로처럼 그릴 수 있었던 피카소. 그가 단순히 그림을 잘 그리는 미술가로 남았으면 오늘날 미술사에 이처럼 거대한 족적을 남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피카소는 끊임없는 고민을 통해 자신만이 할 수 있는 예술을 찾았고, 결국 피카소 하면 떠오르는 작품들로 역사에 남았다.


마티스와 피카소 시대 이후에 탄생한 예술도 그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는 특유의 독창성으로 예술계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킨 작품이 역사에 남았다. 마르셀 뒤샹과 앤디 워홀의 작품이 좋은 예다.




(좌) 마르셀 뒤샹, <샘>, 1917, (우) 앤디 워홀, <캠벨 수프 캔>, 1961~1962




언뜻 보면 예술처럼 보이지 않는 위의 작품들은 오늘날 현대미술의 시작점으로 볼 수 있고 그 난해함 때문에 논란이 많기도 하지만, 미술사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후대 예술가들의 고충 또한 있다고 변호를 해주고 싶다.


현대미술도 아름답고 근사한 예술만 하면 좋겠지만, 아름답고 근사한 건 선배 예술가들이 이미 할 만큼 다 해버렸기 때문에 시도해봤자 그들을 따라가는 모양새밖에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시대가 흐를수록 예술가들은 자신만의 독창성을 지키기 위해 차라리 아류로 남기보다는 난해함을 선택한 것이다.




데미언 허스트,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 1991




심지어 '혐오스러운 것도 예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스타덤에 오른 예술가도 있다. 영국의 현대미술가 데미언 허스트는 상어의 시체를 보존처리한 위의 작품을 당시 유명 컬렉터였던 찰스 사치에게 1억 원에 파는데 성공했다. 찰스 사치는 상어의 시체를 보존처리한 이 작품을 과연 알맞은 가격에 산 것일까? 그는 같은 작품을 10년 뒤에 열린 경매를 통해 140억 원에 되팔았다.


문학계의 경우를 보면 한강의 소설 <채식주의자>는 주인공이 정신병원 벤치에 앉아서 젖가슴을 드러낸 채 새를 산 채로 뜯어먹는 장면으로 1부의 이야기가 끝난다. 독자들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면으로 이슈가 되기도 했던 이 소설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멘부커 상을 2016년에 수상하면서 화제에 올랐다.




피카소와 마티스, 뒤샹과 워홀, 데미언 허스트와 한강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세상에 없는 작품으로 기존의 틀을 깨부쉈다는 점이다.


유튜브를 보면 콘텐츠의 질이 좋고 활동도 꾸준히 하는데 조회수가 잘 나오지는 않는 채널이 있다. 의아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면 이미 비슷한 주제로 제작된 양질의 콘텐츠가 수두룩하게 나온다.


결국 남들이 안 하는 글을 써야 한다. 남들이 안 하는 영상을 찍어야 한다. 기존에는 없었던 독창적인 색깔을 띠는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이를 1차적 목표로 해야 한다. 피카소에게 콘텐츠 만드는 법을 하나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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