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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웁살라: 웁살라 대학 탐방

5년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

by Terry

16세기 이전 스웨덴의 수도를 담당하던 유서 깊은 지역인 웁살라. 살라(sala) 지역 위(upp)에 위치한 곳이라는 이 도시는 웁살라 대학을 중심으로 하는 종교와 교육의 도시이다.


아침부터 대학가로 향한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웁살라 대학의 에코백을 사고 싶어서였다. 그동안 버스로 오가며 본 웁살라는 인구밀도가 작은, 크고 조용한, 정말 조용한 도시였다. 레스토랑 밖 붉은 체크무늬 천이 덮인 식탁 주변으로는 멀끔하게 잘 갖춰 입은 웨이터만이 서성거렸고, 기차역이 있는 버스 정류장에 내리면 보이는 분수대의 모습은 전성기가 지나 뒤로 물러난 듯 쓸쓸해 보였다. 별 기대 없이 웁살라인이 가는 뒤만 졸졸 쫓아갈 요량으로 간 웁살라 대학가. 이곳에는 그동안 내가 알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 신선한 풀 내음관 눈부신 초록색깔이 가득한 웁살라 식물원. 세모 모양으로 손질해 둔 작은 나무들 사이로 난 길은 식물원으로 인도한다. 린네의 식물 분류법에 따라 1300여 종의 식물 있는데, 이는 린네가 웁살라 대학에서 공부한 것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 Carolina Rediviva, 스웨덴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도서관. 이곳 기념품샵에 에코백은 없다. 하지만 이곳은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가 1950년대에 ‘광기의 역사’를 완성한 곳이다. 소파에 엉덩이를 비벼보지만 안타깝게도 딱히 발상이 떠오르진 않는다.


- 현지 고등학생들도 둘러보러 오는 웁살라 대성당은 북유럽 최고 높이를 자랑하는 곳이다. 이곳에는 린네나 구스타파 바사 1세 부부와 같은 유명인들이 묻혀있다. 스테인드글라스에 왜 덴마크 국기가 있는지까지 술술 설명을 늘어놓는 명예 웁살라인의 교양 강좌에 귀를 기울여본다.


- Gustavianum. 내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이곳은 인체 해부 강의실이 유명하다고 한다. 당시 개신교 교리로는 사람을 해부하는 것이 종교적인 이유로 금기시되었지만, 지식 발전과 전달을 위해 교수님이 한 사람을 해부하는 모습을 여러 명의 학생들이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게끔 설계되어있다. 그리고 해부된 사람은 범죄자나 천국에 갈 수 없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이었는데, 이들은 해부를 통해 선행을 베풂으로써 천국에 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선순환 구조가 이루어질 수 있었다.


- 웁살라 h&m(호엠)으로 이끌리듯 들어가, 본점과는 또 다른 인테리어에 감탄하며 가게를 한 바퀴 돌아보면 어느새 내 팔에는 여러 벌의 옷이 걸쳐져 있다. 입어보려고 2층에 올라가서 탈의실에 도달하면 왜인지 또 다른 몇 벌이 더 팔에 걸쳐져 있다. 나를 기다려 온 듯한 세일 상품을 뿌듯하게 소비하고 밖으로 나왔는데 비가 내리고 있다. 다시 올라가서 우산을 구입하며 이전의 튤립 우산에게 조용히 작별의 인사를 한다.


- 점심을 먹는 학생들로 북적이는 경제대학 건물에서 드디어 대학 에코백 구입했다. 구내 식당의 향기는 내가 잠시 이곳의 학생이 된 듯하다.


- 웁살라 대학교 본관 건물. ‘자유로운 사고는 위대하다. 그러나 보다 더 위대한 것은 올바르게 사고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걸려있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웁살라 대학은 1477년에 설립된 스웨덴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로 덴마크의 영향력이 컸던 칼마르 동맹으로부터 독립을 정치적으로는 이룰 수 없었지만 문화적으로라도 독립의지를 구현 하자는 의미로 설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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