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로테르담

동계 유럽 거주민 모임

by Terry

2018년 10월 로테르담을 방문했다.


독일에서 처음으로 떠나는 여행. 당시는 아직 1유로가 1000원의 가치로 느껴지던 때로, 길가에 시간을 버리면서 버스를 타는 건 어리석다고 생각하며 비행기를 타고 네덜란드로 가기로 했다. 이유는 단 하나, 고교 동창들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일주일에 한 번 있는 독일어 수업은 항상 내 발목을 잡는다. 수업이 끝나는 대로 출발했지만 공항에 도착하니 이미 저녁 아홉 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기차를 타러는 갔는데 전혀 모르겠는 거다. 모든 기차가 연착돼있다. 대충 맞는 거 같은 기차에 올라탔는데 Den Haag centraal(헤이그) 역이 이 기차의 종점이니 내리란다. 정류장의 형광 조끼를 입은 사람을 붙들고 로테르담으로 가는 기차가 어떤 거냐고 묻는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었다.


정말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기차에서 내려 E정류장에서 트램을 타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C까지 밖에 없는 거다. 겉모습은 차갑고 세련됐지만 속마음은 따뜻할 거 같은 행인을 붙잡고 E트램(tram) 정류장을 물으니 지하로 내려가란다. 역시 내가 못 찾은 게 아니었어. 하지만 지하는 다시 기차(train) 정류장이었고, 난 지상 위로 올라와 마지막으로 A, B, C 정류장 주변을 서성이다 정류장 E를 찾아낼 수 있었다.


트램에 올라탄 나는 근심에 차있다. 문제는 기차에서부터 위태롭던 내 핸드폰 배터리. 끝내 트램 안에서 방전되고 만다. 이 사실을 미리 고지하여 친구들이 데리러나오기로 했지만 늦은 시간에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어도 걱정, 한참 뒤에 나온다고 해도 걱정이었다. 트램에서 내리고 함께 내린 사람들이 모두 갈 길을 찾아간 시점, 아무도 없는 정류장에서 학생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따라갈까, 붉은 조명이 켜진 음식점에 들어가 핸드폰을 충전할까 수많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세 번째 트램이 지나갈 때, 건너편 골목에서 녀석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살았다.


손수 만들어 주신 떡볶이를 먹고 추운데도 옥상으로 올라간다. 정말 서영이 말한 대로 잠실에서 본 한강 야경과 유사한 야경이 펼쳐져있다. 추워서 내려왔지만 방 안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수리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방 안의 라디에이터는 옅은 숨을 내뱉으며 온기를 느끼고 싶으면 자신에게 바짝 다가오라고 말하는 듯했다.


학교 생활에 충실한 모범생은 두고 로테르담을 구경하러 나선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아침. 자전거를 타지 않은 사람들은 차를 탄 사람, 조깅하는 사람, 나랑 승원. 걷다 보니 나온 공원도 한 바퀴 돌아주고, 주요 명소들을 구경하러 나선다. 일명 ‘모여라 눈코입’으로 다소 특이한 모양의 건축물들이 말도 안 되게 가까이 위치해있다.



오늘은 장이 서는 날로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과일과 야채들을 팔고 있다. 편식이 뭔지 모르는 이들은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로 과일과 야채들을 쓸어 담는다. 죄다 먹을 것만 샀다. 둘 중에 하나를 고를라치면 두 개 다 사라며 해답을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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