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도시에는 강이 있어야 해
로테르담에서 잔세스칸스로. 흐린 날씨에 강바람까지 불어오는 이곳. 삭막한 분위기가 옛날 풍차 마을에 자전거로 치즈를 배달하는 누군가가 오히려 더 생생하게 그려낸다. 작은 마을이지만 길을 잘못 들길 두어 번, 동네 빵집, 초콜릿 박물관, 나막신 공장 등 일단 들어갈 수 있어 보이면 모두 둘러보면 시간이 빠듯하다. 마지막으로 들른 기념품 샵, 무언가라도 집어와 두고두고 기억하고 싶은 마음과 일순간의 감정에 휩쓸려 쓸데없는 물건을 사지 않겠다는 두 자아가 격돌한다. 그 가게를 나오는 내 손에는 튤립 모양의 손잡이를 가진 우산이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초콜릿 공장에 있던 수많은 종류의 초콜릿 중 내가 사 온 초콜릿은 동네 마트에서 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초콜릿이었다.)
잔세스칸스에서 암스테르담으로. 출발할 때, 교통카드 태그를 하지 않았는데, 하차 게이트를 통과하는 순간 왜 최소 충전 금액 20유로가 필요했는지 깨닫게 된다. 스스로에게 삥을 뜯긴 기분이다.
암스테르담은 어딜 가든 운하가 엿보이는 곳으로 독일 내륙에서 온 나는 어딘가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우선은 입장시간이 정해져 있는 하이네켄 맥주 박물관으로 간다. ‘과연 웅장하군.’이라고 생각하며 회전문을 열고 들어간 하이네켄은 정말 하이네켄 회사였고, 당당히 들어선 동양인 둘을 대처하는 방법은 매뉴얼에 없는지 잠시 정적이 흐른다. 박물관을 찾아왔다는 말에 그제야 웃으며 알려준다. 다시 경보로 박물관으로 향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하이네켄 병의 역사, 하이네켄 일가에 대한 긍정적인 정보들을 습득할 수 있고, 비밀 레시피는 안 가르쳐 준단다. 아무튼 자신들의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돈을 받는 영리한 전략이다.
입장권 가격에 포함된 맥주 두 잔을 마시고, 테이블에 두고 간 누군가의 너그러움을 눈치 보며 주워다 한 잔을 더 마시고 밖으로 나섰다. 네덜란드 홍등가를 찾아가는 길. 길을 잘 모르겠어서 따라가 본 남자 셋 무리는 우리를 그곳으로 정확히 인도한다. 이래저래 머릿속이 복잡하다. 카페도 가고, 쿠키도 먹고 다시 집으로 향했다. 이 도시는 유럽답지 않게 자정이 넘어가는 시간에도 잠잠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