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깨우는 목소리에 대답하려는데 밤새 탈수 증상에 시달려서인지 입이 꼭 붙어버렸다. 이제야 조식 뷔페에서 원하는 구역으로 곧바로 갈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는데 벌써 마지막 날이다.
탁구 회원님들과도 작별 인사를 나누고, 집 가는 길에 잠시 산에서 타는 롤러코스터를 타기로 한다. 내려오기 위해선 우선 올라가야 한다. 30분만 오르면 된다고 했는데, 다시 보니 1시간 30분가량 올라가야 하는 곳. 황급히 신발은 갈아신었으나 물을 챙기지 못한 탓에 다들 얼굴이 어둡다. 내 얼굴이 어두운 것은 물 때문이 아닌 다른 문제. 아무 일정도 없는 줄 알고 하마처럼 맥주를 들이부었던 어제의 내가 원망스럽다.
아침저녁으로 로젠호헤를 뛰어다니던 효과가 발휘되었는지 근육통은 없다. 스스로도 놀랍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얼마 안 가 엉뚱한 근육통에 시달려야 했는데, 이는 가축들의 통행을 제한하는 약한 전류가 흐르는 막대기를 무심코 스쳐 지나가다 생긴 것이었다. 내 팔 근육세포의 주파수와 정확히 맞아떨어지기라도 한 걸까 다 같이 지나갔는데 나만 호들갑이다.
드디어 기구를 탈 수 있는 곳에 오르니 바이른 전통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 등산을 안 한다고 생각해 아침을 부실하게(적당히) 먹은 탓에 배가 고프다. 저렴해서 골라본 바이쓰 부어스트에 바이른 출신들이 아주 잘 골랐다며 칭찬해주더라.
드디어 롤러코스터를 탄다. 차 양쪽에는 레버를 당기면 작동하는 브레이크가 설치되어있다. 하지만 유경험자들의 조언에 따르면 일절 필요 없는 기능. 역시 이론보단 실전이지. 이 조언을 받들어 전구간 최대속력 주행을 감행한다.
허술한 안전장치, 당장이라도 레일을 벗어나도 이상할 게 없어 보이는 경로에서 오는 생명 위협. 5분 동안 환호하는 입으로 들어오는, 보통 호흡 시, 약 3개월치의 알프스 맑은 공기로 인한 건조함. 올라가던 기억도 함께 날아갔다.
이제 진짜 집으로 향한다. 휴일이 끝난 시기와 겹친터라 무시무시한 교통체증에 운전대를 잡은 토마스는 잔뜩 뿔이 났다. 뒷좌석의 나와 애니도 잠에서 깨어나 문을 열고 뛰어내릴지 말지 눈치를 주고받는다.
잠시 들른 휴게소에서 옆좌석 알라나에게 괜찮냐고 물으니 ‘불평하지 않는 독일인은 행복하지 않다’는 속담이 있다며, 토머스는 운전대만 잡으면 저렇다며 오히려 나를 다독여준다. 놀랍게도 도착과 동시에 한 마리의 순한 양으로 돌아가는 토마스.
인위적인 도시가 너무나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