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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rry Mar 05. 2020

(3) 프랑스 알자스: 스트라스부르

올해 첫 아이스 아메리카노

 콜마르 숙소는 허술하지만 밝은 분위기에 넓은 거실과 부엌, 두 개의 침실을 가진 곳이었는데 스트라스부르의 숙소는 정말 최소한의 사양만을 갖추고 있었다. 넓은 창문으로는 맞은편 건물이 보여 커튼을 쳤다. 침침한 조명과 비좁은 부엌에 마음이 시려온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늦은 저녁이었지만 오늘 오후에 산 경량 패딩과 함께라면 먼 마트도 무리 없이 다녀올 수 있다.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오늘 저녁도 토르텔리니에 와인이다. 쉬운 요리지만 물을 끓이는 일도, 와인 오프너를 찾는 일도 쉽지 않았다.

눈이 침침해!

 무르익는 분위기 속에 설기문 선생님의 전생 체험을 하기로 한다. 넓은 들판에서 길을 잃었는지 눈을 뜨니 또 새벽이었다.


2019년 3월 29일

 작년 9월 유럽에 온 이후로 처음으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받아 들자 느껴지는 컵의 차가움이 낯설다. 한 모금 빨아들이는 순간 한국을 맛본다. 오전 수업 시간, 프로젝터 빔 소리와 교수님 목소리만이 울리는 강의실에 앉아있는 내가 그려진다.

 그늘은 한없이 우리를 작아지게 한다. 햇살이 내리쬐는 노트르담 성당 앞에 앉아 움츠러든 어깨를 펴준다. 햇살에 엉덩이도 함께 퍼졌는지 쉽사리 다시 일어날 수 없다.

감초맛이 난다

미적대며 일어나 프랑스 안에서 쁘띠프랑스를 찾아가는 아리송한 여정을 시작한다. 베이커리에서 산 과자를 먹으며 구애하는 비둘기를 관찰하는 여유를 부리는 것도 잠시, 아까 마신 카페인이 이뇨작용을 촉진시켰음을 감지한다. 나 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평화

 관광객은 출입할 수 없을 것 같은 관공서 건물이지만 일단 돌진해본다. 출입은 저지당했지만 화장실은 알아냈다. 식은땀을 닦고 쁘띠 프랑스를 거닐어보고, 삶은 달걀도 까먹었다.

 마지막으로 프랑스 약국에 잠시 들르는 것으로 짧았던 스트라스부르 여행의 아쉬움을 달래고, 다시 독일로 돌아가는 플릭스버스를 타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름슈타트에 도착한 우리는 곧바로 진스하우스로 향했다. 한시라도 빨리 북유럽 청정지역에서 온 승원에게 자극적인 마라탕을 맛보게 하고 싶다.


 배를 채우고 내일 먹을거리를 사러 장을 보러 간다. 북유럽 물가에 익숙한 그는 사랑스럽기까지 한 독일 물가에 바삐 손을 놀려 장바구니를 채운다. 재빠르고 정확하며, 거침없다. 돈을 쓰면서도 아낄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일: 청포도, 적포도, 바나나, 청사과, 딸기, 귤


 맥주로 정신을 가다듬고 지난밤의 씁쓸한 실패를 만회하고자 다시금 설기문 선생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전생 체험을 시도한다. 정보원에 따르면 이번에도 채 5분을 버티지 못하고 잔잔하게 코를 골기 시작했다고 한다. 미궁에 빠진 나의 전생이 너무 궁금하다. 설마 내가 라즈베리는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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