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와 끈기, 스피드와 파워
새 학기가 시작되고 대학교에서 제공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그나마 피구가 만만해 보인다.
첫날, 운동복을 입고 트램에 올랐다. 그 주변에 사는 연이도 만나 얘기를 나누다 hochschule stadion으로 걸어갔다. 유쾌한 기세를 몰아 당당히 학생증을 대봤지만 기계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구글 지도에서 핀을 꽂아 안내되어있는 이 건물은 정문에서 꽤나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인다. 좌절하지 않고 후문으로 갔지만 역시 열리지 않았고, 심지어 이 문은 쓰이지 않은지 꽤 된 문처럼 보였다. 주변을 맴돌다 다리 한 짝을 문에 올렸지만 다시 이성을 되찾고 정문으로 향했다.
딴청을 피우며 다른 학생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그 학생도 역시 들어가지 못하고 서있는데 안에서 나오던 사람이 문이 고장 난 것 같다며 2m가 넘는 문을 넘어가라며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준다.
사이좋게 문을 넘는 중, 오른쪽 손목에 뚫린 구멍에 파상풍 예방주사를 맞았단 사실에 안도감이 들고 왼쪽 신발 밑창에 뚫린 구멍에 이 신발은 비 오는 날 신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한다.
계속해서 우스운 높이의 펜스와 덤불을 제치고 운동장을 가로질러 멀리서 바라만 보던 그 건물 앞에 섰다. 창문으로 피구하는 모습은 너무나 평화로워 보인다. 하지만 사면의 문은 모두 굳게 잠긴 걸 확인한 나는 그렇지 못하다.
유리창문으로 아는 얼굴이 지나간다.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하루에 감당하기도 어려운 만큼의 거절을 당한 터라 문을 열어달라고 간절히 부탁한다. 문은 열리지 않고 그는 위로 들어와야 한다고 말해준다. 위로 올라가는 계단은 잠겼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정문으로 나와 아까 있던 건물 2층 출입구를 찾아내 그곳에 입성했다. 겉옷은 벗어던진지 오래며 티셔츠는 땀으로 젖어있다. 그 리고 피구 수업은 끝이 났다.
강인한 자들만을 가르치겠다는 피구 코치의 선별방법이 아니었을까라고 생각하며 허탈하게 돌아가고 있을 때, 내 앞에서 자전거를 멈춰 세운 학생은 hochschule stadion을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여느 때보다 자신 있게 하지만 씁쓸하게 길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