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카프리: 여름 휴양지

카프리썬: 독일 Wild사의 과즙 음료 브랜드

by Terry

결정은 했으나 카프리로 가는 티켓을 사는 것은 쉽지 않다. 울다 지쳤기에 배에 오르자 금세 잠에 빠진다. 배에서 내려 허기진 배를 달래려 선착장 앞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대충 비쌀 거라고는 예상했지만 가격에 한참 못 미치는 맛이다.

한 배를 타고 왔지만 다들 제갈길을 찾아 떠났고, 우리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택하는 재주를 십분 발휘해 인적 드문 골목으로 들어섰다.


눈 떠

이곳이 여름 휴양지임은 틀림없는 것이, 겨울엔 위로 올라갈수록 바람이 머리채를 잡고 흔들어재낀다. 추위에 아기자기한 기념품 가게 주인들은 문을 닫고 떠나버렸지만 광장에 즐비한 명품 샵들을 보니 이곳이 부자들의 휴양지임을 알 수 있다.

광장에서 사진을 몇 장 찍어보지만 흩날리는 머리칼에 이내 포기하고, 다른 방향을 향해 걸었다.


선인장을 따라가니 큰 저택이 나오기 시작했다. 어느 집이 빌 게이츠의 별장일지 고민해본다. 별장 앞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붉은 노을이 비추기 시작한다. 이 집이겠지?


곳곳에 심어져 있는 레몬과 오렌지 나무들. 문득 카프리썬이 뇌리를 스쳐지나고, 카프리썬의 의미를 파악한다. 오호라. 남의 집 마당에서 오렌지를 몰래 주워다 먹어봤다. '가공'식품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한참을 걸려 다시 선착장으로 내려왔지만 넉넉하게 잡아놓은 일정 덕분에 꼼짝없이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한다. 가게들은 이미 가게 밖의 의자들을 정리하고 있었고, 애석하게도 바람과 추위는 더 날카로워진다.



기둥 뒤에도 서봤다, 오토바이 옆에도 쭈그려 앉아보며 바람을 피하는 최적의 장소를 찾아다니던 중, 저 멀리 나폴리가 보이는 바닷가에 도달했다. 이곳에서 보니 세계 3대 미항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분홍빛 석양과 나폴리 항구의 빛이 합쳐져 아름다움을 더한다.



나보다 약 20여 년을 더 사신 아버지는 돌을 보고 계신다. 네모난 구멍이 뚫린 벽돌 사진을 찍으라고 하는 것도 모자라 파도가 꾸준함으로 만들어낸 구멍 때문에 얼핏 화강암처럼 보이는 (거대한) 흰 돌은 주머니에 챙긴다. 그저 그런 돌덩이에서 지질학적 가치를 보셨다.


돌아가는 배에서 누군가 아버지의 불룩한 안주머니를 열어보라고 하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불안감에 휩싸였지만 다행히 아무도 주머니 속을 궁금해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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