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어리다고 하고 누군가는 늦었다고 하는 참 애매한 나이
2달 전.
졸업 후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떠났던 나는 코로나로 인해 급하게 전세기를 타고 한국으로 왔다.
근데 이건 반칙이다.
고작 10시간을 날아 다시 한국으로 왔는데, 내 나이는 +2 가 되어 있었으니까.
100세 시대에 겨우 2살 많아진 게 뭐 별거냐고? 정말 별거다.
"너무 어리다. 뭐든 할 수 있으니 닥치는 대로 해봐." 라는 소리를 듣던 24살의 어린 워홀러는 겨우 10시간을 이동한 것 뿐인데 “이제 취준 하려고요? 아 좀 늦었는데... 그래도 열심히 한다면 가능성은 있어요” 라는 말을 듣는 사람이 되었거든요.
혼자 10kg 짜리 배낭가방을 매고 한 달간 훌쩍 여행을 떠났을 때도, 교환학생에 가서 1년 간 생고생을 했을 때도, 그리고 호주로 워킹 홀리데이를 갔을 때도 술을 구매할 때 말고는 그 누구도 나에게 감히 ‘나이’ 라는 걸 쉽게 묻지 않았다. "Is it okay..." 혹은 "May I ask..." 라는 소위 '나 조심스러워요.' 라는 구문을 붙여야 물을 수 있는 그런 것이었다. 그게 좋았다. 어쩌면 나이라는 박스에 갇혀 할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을 도전해 봤으니까.
하지만 난 다시 나이라는 굴레에 갇혔다. 그리고 겨우 2달이 지났는데 그 굴레에 굴복했다.
2주간의 외로운 자가격리가 끝나고 초등학교 때 소꿉친구 였던 H를 만났다. 일찍이 졸업을 하고 회사 생활 3년차에 접어든 그녀는 올해 10월에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하며 이제 곧 남편이 될 남자친구를 소개해줬다. 그리고 또 다른 친구 J는 이제는 모험을 멈추고 안정된 직장과 차 정도면 만족한다며 급하게 임용고시를 공부하고 있었다.
함께 워홀을 말하고 해외에서 버스킹 공연 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다시 도전하기 좀 무서워. 그리고 이미 좀 늦은 것 같아. 넌 어때? 이제 너도 왔으니 취준 시작인거지?" 라고 말을 할 때 갑자기 내 모든 것들이 낯설어졌다. 내가 마치 철부지가 된 듯한 느낌이었고 '그래야지' 라고 대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이제 정말 준비를 할 거긴 하지만.
그리고 정말 내 나이를 실감했다. 언제든 새로운 꿈을 꾸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었던 26살은 한국 사회에서 존재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와 동시에 여전히 부모님의 집에 살며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한 나의 모습에 화가 났다. 또, 여전히 전 세계에서 하루에 수천명 수만명이 죽어나가는 이 상황에서 점점 확진자 수로 랭킹이 올라가고 있는 한 나라에 가고 싶어하는 꿈을 접지 못하고 있는 내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나에게도 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니, 꿈이 있었기에 이 애매한 나이가 좀처럼 참기 힘든 건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면 나에게는 적어도 1000만원이 들려 있을 줄 알았고, 그 돈으로 바로 1년 정도를 스페인어를 공부하러 갈 참이었다. 또 미국에서 만난 친구와 '로드 트립'을 하며 유튜브를 할 계획도 있었다. 그리고 지금 난 이중 그 어떤 것도 올해 안에 시도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없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코로나가 없었다 하더라도 내가 나이의 압박을 이겨내고 이런 것들을 시도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도 없다.
26살, 다시 돌아온 한국에서 난 다시 진로 탐색을 하고 있다. 이제는 '뭘 해볼까?' 가 아닌 '내가 뭘 잘 할 수 있을까?' 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말이다.
다사다난 한 대학교 생활 4년 반을 하고도 여전히 진로 고민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이 짜증날 때가 많지만, 30살이 된 내가 지금 이 순간을 볼 때는 조금 덜 후회하고 최선의 선택이었다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며 내가 낼 수 있는 모든 에너지를 내서 선택의 기로 앞에 서있다.
이 애매함이 조금은 부담이 되는 시기다.
26살이 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