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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보통의 다지 Jun 09. 2021

Ep.5 일찍 올 필요 없어요,진심이에요.

텅 빈 사무실에 익숙해질 시간

예전에 성공한 커리어 우먼이 쓴 자기 계발서에서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그녀는 항상 회사에 일찍 출근했고, 일찍 나오신 부장님과 아침 식사 혹은 모닝커피를 마시며 회사의 팁을 전수받았다고. 덕분에 가장 빠르게 승진을 했고, 또 최연소 임원이 될 수 있었다고. 회사에 남기는 첫인상과 배우려는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이 책을 보면서 깨달았다. 


그래서 나도 따라 해 보기로 했다. 인턴 첫날부터 일주일간 꾸준히 7시에 기상을 해서 9시 전에 회사에 도착을 했다. 어떤 분께 다양한 팁을 얻을 수 있을까 기대하면서.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달랐다. 

9시에는 회사 문도 열려 있지 않았고 30분이 넘어서야 옆팀 팀장님이 오셔서 "OO님, 왜 이리 일찍 오셨어요? 오늘 무슨 날이에요?" 하고 의아해하셨다. 그리고 그날 나의 사수님께서 나를 불러 말씀하셨다. 8시부터 11시까지 유연 근무제를 권장하고 있으니, 굳이 일찍 오지 않아도 된다고. 잠을 더 자거나, 운동을 해서 체력을 보충하라고. 자기도 10시 이후에 출근한다는 말과 함께. 


일주일간의 노력이 수포가 되었다는 것이 조금은 허무하면서도 감탄이 절로 나왔다. 

회사 소개서에 있는 내용이 진짜였구나. 아침잠이 많은 나에게 최적의 환경이었다.   


코로나가 발생한 후 이제 1년 하고도 5개월이 넘게 지난 지금, 

이제는 많은 회사들이 다시 본래의 형태를 찾아가고 있지만 우리 회사는 여전히 넓은 회사 사무실은 텅텅 비어 있는 날이 많다. 유연 근무제에 재택근무를 권장하고 있기 때문. 가장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는 곳에서 일을 하면 된다. 외근이 없는 개발자들은 한 달에 한 번 사무실에 오는 경우도 많고, 나 역시도 내가 좋아하는 카페에서 일을 하기도 한다. 


인턴임에도 봐주는 거 없이 업무량이 많고, 2월부터 아침마다 뉴스 모니터링 업무를 하느라 더 이상 나에게 유연 근무제가 적용되지 않지만 9시에 일어나 9시 10분부터 업무를 시작하고 점심을 먹고 여유롭게 회사에 출근할 수 있다는 것이 이 회사에 머물고 싶은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또한, 정신과에 다닌다는 것이 큰 흠이 되지 않고, 무제한으로 병가를 쓸 수 있으며 당일에도 연차를 낼 수 있다는 것. 감히 인턴 주제에 사수가 11시까지 야근을 하는데 옆에서 "안녕히 계세요. 먼저 퇴근합니다."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다는 것도 큰 메리트다. 


이런 글을 쓰는 이번 주도 빡센 업무로 한 번쯤 회사 욕을 할 날이 오겠지만, 오늘은 괜스레 회사 자랑을 해 보고 싶어 주저리주저리 글을 써 본다. 


친구들은 내가 업무를 하는 것을 보고 말한다. "너 나중에 이직하면 고생할 것 같아. 이렇게 자유로운 회사 정말 없어." 


인정한다. 철저히 보장된 자유만큼이나 엄청난 책임이 따르고 뛰어난 성과를 보고해야 하지만 나는 아직은 자유가 더 좋은가보다. 또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 더 빨리 성장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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