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NGO HAMBRE Y SIN SAL
"Tengo hambre"
"Sin Sal, porfa"
"나 배고파"
"소금 빼주세요"라는 말이다.
미식의 나라로 알려진 스페인, 유럽 국가 중에서 저렴하고도 맛있는 음식으로 많은 여행객들이 방문하고 싶은 나라다. 싱싱한 고기와 야채, 그리고 지중해의 축복을 받고 자라난 다양한 해산물들. 치즈와 하몽은 말할 것도 없고, 어딜 가나 맛있는 것들이 즐비해 있어 침을 꼴깍꼴깍 삼키게 된다. 하지만, 이런 나라에서 나는 꽤나 많이 고생을 했다.
첫 번째, 아이러니하게도 먹거리로 풍족한 이 나라에서 나는 배가 고팠다. 스페인의 식당 운영 시간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점심은 빠르면 오후 1시 30분 보통 2시부터 4시까지, 저녁은 8시 반에서 11시까지이다. 그 사이는 브레이크 타임. 3시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을 가지고 6시 반에 가장 많이 사람이 몰리는 한국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서 당황했다. 대신 저녁을 먹기 전까지 바에 가서 간단한 안주 (핀쵸 혹은 타파스)와 함께 맥주나 와인을 먹는다. 톨레도나 그라나다에 갔을 때에는 맥주 2잔을 시켰더니 타파스 한 접시를 무료로 줘서 신기했다.
하지만 바로 현지인이 되기는 어려운 법. 26년 동안 점심은 11시 반에서 1시 사이, 저녁은 6시에서 6시 반 사이에 먹는 것을 나름 칼 같이 지켰던 나의 배꼽시계는 이 시간만 되면 아주 고통스러워했다. 코로나가 심해지면서 9시면 문을 닫게 되자 9시 이후에 뭔가를 먹는 것도 어색해졌는데, 남자 친구의 친구들과 저녁 약속을 잡으면 최소 9시, 늦으면 10시라서 거의 졸면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고 충분히 소화할 시간이 없어서 한 3일간 소화제도 먹었고. 남자 친구는 미안해했지만, 식당이 문을 열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결국, 나중에는 주방이 있는 곳을 예약해서 집에서 밥을 해 먹었다.
두 번째로는 간의 문제였다. 20살에 서울로 오면서 자취생활을 시작했는데 요리를 하면서 브로콜리를 삶을 때 빼고는 소금을 사용해 본 적이 없었다. 설탕도 마찬가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도 호주에서도 음식의 간 때문에 고생해 본 적은 없는데 이번에는 그 문제가 심각했다. 대부분의 음식들은 입에 넣자마자 소금의 짠맛이 입안에 퍼져나가서 도저히 목으로 넘길 수가 없었고, 남자 친구의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는 일단 입에 넣고 한 입 먹을 때마다 맥주나 와인으로 입가심을 했다. '그 나라에 왔으면 그 나라 음식을 먹어야지'라는 나의 신념은 일주일 만에 와장창 깨져버렸고, 우리는 안전하다고(?) 생각한 태국 음식점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스페인의 아시아 음식점들은 나를 배신했다. 팟타이는 소금 대신 굴 소스와 간장으로 범벅을 해서 반도 먹지 못했고, 에이 설마 이것까지?라고 생각했던 케밥은 (병아리 콩으로 만든 팔라펠로 주문했다)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만들었는지 반을 먹고 혀가 마비됐다.
내가 소금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일까. 스페인까지 와서 나 때문에 음식을 맘대로 시키지도 못하고 있는 남자 친구에게 미안해서 네이버 블로그로 여러 곳을 찾던 중 재밌는 사실을 발견했다. 약 30개의 블로그를 보았는데 그중 28개의 블로그에서 "음식이 짜서 주문할 때 잘 주문해야 해요."와 비슷한 문장이 있던 것이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에 안심하면서도 여전히 남자 친구에게 미안했다. 그 뒤로 식당에 가면 "Un pocito sal, por favor." (소금 조금만 주세요)가 아니라, "Sin sal, por favor." (소금 빼주세요)를 외친다. 대부분의 식당에서는 내가 과연 잘 들은 게 맞나 하고 재차 질문을 던질 것이다. 그래도 소금은 빼 달라고 해야 한다. 소금 없이도 해산물은 충분히 짜고, 양념은 진하니까.
누구보다 음식에 사랑하고, 음식 때문에 여행을 하는 나는 스페인에서 적잖이 당황을 했다. 미식의 나라라고 불리지만, 누구에게나 맞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여전히 스페인은 매력적인 나라다. 만약, 스페인을 방문한다면 다양한 재료를 먹어볼 수 있는 핀쵸로 여행을 시작해보길 바란다. 짠 음식 투성이인 이곳에서 나를 살린 존재니까 말이다. 그래도 힘들다면, 주방이 있는 아파트로 숙소를 잡는 것을 추천한다. 시장 물가가 한국의 1/3인 스페인에서 즐겁게 쇼핑하고,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을 테니까.
이 글을 읽은 당신은 스페인에서 배고프지도, 짠 음식에 고생하지도 않길 바라며.
Idio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