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각방 부부다.
각방을 쓴 지는 1년여쯤 되었다.
자다가도 업어 가기 전에 기척에 일어날만한 밝은 잠귀는 아이를 키울 때 참 유용했다.
(어릴 때 택시에서 아빠가 아무리 깨워도 안 일어났던 건 아빠에게 업히고 싶어서야 아빠미안해)
반면 업어가도 모를(실제 업어가려면 서장훈 정도는 와야 할 덩치라 불가능) 남편이 아이 어릴 때는 부럽기도 얄밉기도 했다.
남자가 가장 못 듣는 소리는 애 울음소리 가장 잘 듣는 소리는 나뭇잎 스치는 소리라 했던가.
애들이 죽어라 울어도 절대 깨지 않는 남편에게 보청기 하나 끼워 주고 싶어 몰래 한번 꼬집어 본건 비밀이다, (여보 미안해)
이렇게 잠을 설치는 덕에 임신 때 불면증 시작. 출산 후에는 통잠이라고는 몰랐던 아이덕에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남의 집에는 그토록 많다는 유니콘 같은 존재 통잠. 그래서 선택한 게 그냥 단유 때까지 밤중 수유를 계속한 것이다.
그 스토리는 또 대하드라마니 커밍쑨~
첫째는 14개월 때 둘째 임신으로 강제 단유를 하게 되고 그러다 계류 유산. 그 후 바로 찾아온 쌍둥이 덕에 다시 불면의 길로..
불면의 역사는 10년이 넘어간다.
야경증으로 고생하던 쌍둥이들은 5년간 밤의 지옥을 맛보게 해 주었고, 밤이 오는 것이 무서웠다.
한두 시간 자고 깨서 울고불고 발차기하는 그들은 서로도 깨우고 달래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그러나 우리 집 A형 두 남자는 그 시끄러운 상황에도 미동도 없이 자는 잠자는 숲 속의 왕자님들이었다.
공주님의 키스가 아닌 발길질에 일어나 다급하게 "왜 왜"를 외치는 그의 모습이 연기였다면. 청룡은 명배우를 하나 잃은 것이다.
퀸침대 2개를 붙여 5명이 다 같이 자던 안방에서 옆에는 항상 연하남 두 분이 차지하고 있어서 합방 같은 합방 아닌 상황으로 몇 년을 살다가 1년여 전 이사로 같은 방을 쓸 기회가 왔다.
아이들의 로망 2층 침대를 두고 초4 초1 쌍둥이 둘을 재우는데 성공!
이제 드디어 합방은 개뿔. 잠자던 아이들은 나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새벽 3시쯤 자다 깨서 "엄마 잠이 안 와"를 시전 하며 손수 에스코트 해서 데려가는 통에, 다시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야 했다.
덕분에 남편은 새로 산 킹침대에서 혼자 잔다.
결국 지난번 안방 살이보다 좁아진 아이들의 방의 잠자리는 애들이 굴러 갈비뼈도 차주고 턱도 날아가는 ufc 현장이었다. 안 그래도 예민한 내가 잠을 못 자는 건 자명한 사실.
그러던 우리가 같은 방에서 잘 수 있을 때가 있으니, 아이들이 할머니댁에서 자고 올 때. 오늘 같은 밤.
남편이랑 야식을 시켜 돼지파티를 마친 후 껴안.. 지 않고 등 돌리고 3시간쯤 잤을까, 귓가에 코끼리가 나를 깨운다.
그렇다. 그는 코로 기차소리, 코끼리소리를 낼 수 있는 명인이다. 귀마개를 서둘러했으나 작디작은 귀마개로는 막을 수 없는 데시벨에 조심히 방을 빠져나왔다. 그 소리를 참아낼 만큼의 사랑은 아직 없나 봐 여보 미안해.
주인 없는 애들 방에서 글감주워 새벽에 타자 치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를 그는 아침이 돼야 멋쩍게 나와 머리를 긁으며 "많이 시끄러웠어?" 할 것이다.
그의 코끼리코에 삶의 고단함이 묻어있기에. 미안하고 고맙다. 5 식구 건사하느라 고생할 가장의 무게만큼 소리가 커지는 것 같아, 짠하고 안쓰럽다.
일어나면 한번 꼭 안아줘야지.
근데 나랑 같이 자려면 수면 클리닉 가서 양압기 좀 받아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