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황금 색이었다가, 시금치를 먹은 날은 초록색이었으며, 블루베리를 과하게 먹은 날은 검은색 변을 볼 때도 있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에게 변의 체크는 아주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변의 모양, 색깔, 냄새, 농도까지 모든 것을 체크하고, 아이의 상태를 파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집 애들은 모두 모유를 먹었는데, 유독 변을 잘 안 보았다. 모유 먹은 아이들이 흡수를 잘해서 그렇다고들 하던데, 최대 20일 정도까지 변을 보지 않은 적도 있어서 병원에도 자주 드나들었었다. 하지만 아이가 불편해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가끔 설사를 하거나, 변이 안 좋을 때는 그 상태를 선생님께 보여드려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사진첩에는 온갖 종류의 변사진들이 가득했다. 아무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변 컬렉션.
사진은 이각도 저 각도에서 여러 번 찍어 실수가 없도록 한다. 그것을 선생님께 보여드리며 아이에게 큰 병이 생긴 건 아닌지 전전 긍긍하던 초보 엄마.
어느 날 기저귀를 갈아주는데, 빨간색 케첩색의 변이 보였다. 국민 육아 참고서인 삐뽀삐뽀 119에 케찹색변은 장 중첩 일수도 있다고 했는데! 이 정도는 사진으로는 안된다. 기저귀를 곱게 싸서 소아과로 달려갔다.
"선생님 아이가 케첩색 변을 봤어요!" "어제 토마토를 좀 먹긴 했는데.."
"토마토 먹었다고 이 정도는 아닙니다. 큰 병원으로 가보세요" 하며 소견서를 써 주신다.
돌이 막 지난 아이를 데리고 응급실로 달려가 기저귀를 내밀었다. 기저귀를 본 의사는 바로 초음파실에 대기를 올려 주었고, 장 초음파 결과 다행히 정상이었다.
아기띠에 아이를 둘러메고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한숨을 돌리는 데 웃음이 나왔다. 아마 붉은 변은 과도한 토마토 섭취 때문이었을 것이다. 초보 엄마는 그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응급실과 병원을 들락 거린다.
며칠 전 피스타치오 음료를 먹은 둘째가 초록 변을 봤다. 예전 같으면 심각했었을 일이 "음료수 좀 작작 먹어라"하고 엉덩이를 툭 쳐줄 만큼 아이는 많이 자랐다.
어린아이를 키울 때에는 열이 조금만 나도 무섭고, 조금만 울어도 무서울 정도로 초보 엄마는 참으로 걱정도 염려도 많은 불안 덩어리였다. 지금 어린아이를 키운다면, 편안하고 여유 있게 육아를 즐기는 엄마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아이들이 클수록 어려워지는 분야들이 다르다. 예전에는 몸이 힘들었다면 요즘은 몸보다는 마음이 힘들어졌다. 아침에도 틱틱 거리는 막내와 한판 싸우고 학교를 보내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다. 아이들은 빨리 크고 싶어 하고, 나는 조금 천천히 자랐으면 좋겠다. 지금 이 시절도 몇 년 후에 돌아보면 아무 일도 아니게 될 것이다.
나의 소중한 변 컬렉션은 이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지겠지만, 그때의 그 마음은 결코 잊히지 않을 나의 인생의 한 페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