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 한쪽도 나눠 먹는 우애.

삼 형제의 난투극

by 마음 써 봄

큰애 가방 속에 껌이 하나 나왔다. 언제나 그렇듯 재빠른 손의 막내. 막내의 단점은 손은 빠르지만 감추는 건 서투르다는 점이다. 껌주인 첫째가 껌을 낚아 챈다. 껌은 하나. 사람은 셋. 전쟁의 팡파르가 울렸다.


"형아 그때 나 껌주기로 한 거 잊었어?" 둘째가 말하자 첫째가 순순히 "그래 그럼 반씩 나눠먹자"라고 하자 막내가 "나도 줘야지"를 시전 한다. 결국 뫼비우스의 띠처럼 같은 대화가 반복된다. 마침 그 순간 나는 화장실에 있었다. 아이들은 안방 화장실 앞에서 옥신각신 말싸움을 하고 있고, 엄마는 작은 틈으로 그만 싸우라고 소리 지르는 대환장 시트콤의 한 장면이 펼쳐지는 우리 집.


남편은 다 그러고 크는 거라고 하고, 나는 그 싸움을 지켜보기가 힘들다. 어떻게든 안 싸웠으면 좋겠는데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 같다.


화목한 가족을 꿈꿨다. 잘 키워 보고 싶었다. 배려하고 사랑하는 아이로, 서로 의지하고 응원하는 형제로 자랐으면 하는 나의 마음을 아이들이 몰라 주는 것 같아 서운하고 그 마음이 커지면 화가 난다.


결국 그 화는 나를 향한 것이었다. 가정하나 제대로 돌보지 못하는 것 같은 나에 대한 좌절감. 뭘 해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 그리고 무능력함. 그 모든 것이 버무려져 아이들에게 쏟아내는 분노.


엄마가 된 이후로 나의 밑바닥을 매일 본다. 마주하고 싶지 않지만 강제로 맛보는 나의 생얼은 아직도 낯설고 반갑지 않다.


결국 원점으로 너희들을 사랑하는 수밖에 뭐가 있겠니. 나의 분노에 사과하고, 또 하루를 시작한다.


첫째 둘째가 반반 나눠 씹은 껌을 보고 분노에 가득 찬 막내가 말한다.

1분만 씹고 줄게.
니들 엄마가 이렇게 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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