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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 써 봄 Dec 26. 2023

어디서 갑질이야?

응 니 얼굴~

한 달 만에 쌍둥이들의  소아 정신과 진료가 있는 날이다.


진료의 순서는 아이들이 먼저 선생님을 만나고 내가 들어가서 대화를 나누고 나온다.


이야기가 거의 마무리되고 나오려는데 밖에서  "그렇게 가르쳤어요?" 하며  큰소리가 들렸다. 어린아이가 떼를 써서 훈육 중인가 하고 나와보니

어떤 아줌마가 간호사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이라 큰소리를 듣고 무서워하는 게 느껴져서 얼른 아이들을 옆에 끼고 섰다.


약을 했는데 예약이 안 돼있다고 말한 게 불친절해서 화났다는 대략적인 이야기 같은데 어찌나 목소리가 짜증스러운지 듣는 나도 기분 나빠졌다.


사과하세요 해서 미안합니다 했더니

진심으로 사과하는 게 아니라면서 기분 나쁘다고 하고 눈빛이 진심이 없다고 하며 말꼬리를 계속 잡더니


"저 사람 이 자리에 앉히지 마세요"

"어디 감히 눈을 나한테 그렇게 떠요?"

"눈 똑바로 안 떠요?"


어이가 없는 얘기를 쏟아내는데 여기서 "아줌마!"하고 끼어들자니 옥신각신하면 애들이 무서워 떨걸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 피날레로

"어디서 갑질이야"

"저 사람 이름 좀 알려주세요"

하는데....

나도 모르게 "지가 무슨 왕이야"라는 혼잣말이 나왔다.


결국 그 여자는 나가고 봉변당한 분께 너무 속상하시죠 하며 위로의 말을 건네고는 병원을 나왔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말했다.

"엄마 그 아줌마는 말에 영혼이 있는 줄 모르나 봐"

"그러니까 절대 남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야"

 

갑질 하는 사람은 본인이 갑질을 하는지 모른다. 상식밖의 사람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부던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 아줌마한테 한마디 해줬어야 했는데 애들이 옆에 있어서 아무 말도 못 한 게 너무 아쉬웠는데

갑자기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이 떠올랐다.


"어디서 갑질이야"

"응 니 얼굴, 무지개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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