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카페창업 접고 1인기업 시작하며

카페 창업 시작 전, 물어봐야 할 셀프 코칭

     


글쓴이 : 황지영 여자라이프스쿨 연구원(1인 교육가, 전 카페 창업자)

원고 기획 및 수정 : 여자라이프스쿨





9개월 만에 카페를 폐업했다.


  ‘찾았다!’ 쾌쾌한 먼지 냄새가 나는 창고, 빽빽하게 놓인 수백 가지의 물건들 속에서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스탠드 조명이 눈에 들어왔다. 높이가 1m쯤 되는 얇은 다리에 유려한 곡선이 갓 받침으로 연결되어 아련한 핑크빛 레이스의 갓을 받치고 서 있었다. ‘탁’ 은은한 빛이 켜지며 하얀 먼지가 보석처럼 반짝이며 떨어져 내렸다. 세월이 빚어내는 아름다움이 이런 것일까. 카페의 리뉴얼을 앞두고 나는 나의 취향이 깃든 낡은 물건들을 찾아다녔다. 그렇게 숨은 그림 찾듯 인연 맺어진 물건들로 채운 공간이었지만 오픈 9개월 만에 나는, 카페를 접었다.


보물찾기 하듯 만난 빈티지 조명

  

  카페 창업은 많은 사람들의 로망이다. 교육업체에서 일을 했지만, 나 또한 그것에 대한 동경이 있었기에 창업을 하게 되었다. 나의 취향이 담긴 카페를 만들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었고,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카페를 운영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은 로망에 가까웠을까? 현실에서 버텨내기가 쉽지 않았다.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해본 경험

  첫 시작은 프랜차이즈 카페였다. 오픈을 할 당시에는 주변에 다양한 프랜차이즈들이 많았다.  하지만 SNS의 활성화와 더불어 사람들이 카페를 찾는 기준이 바뀌어 가면서 점점 주인의 개성이 담긴 특색 있는 카페가 그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나에게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6년 동안의 프랜차이즈와의 계약을 종료하고 나만의 브런치 카페를 운영해보기로 마음먹었다. 나에게는 나만의 색이 담긴 공간을 만들 자신이 있었다.


"난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시간을 희망하는 것일까?"


  과거 프랜차이즈 카페의 운영은 일반적인 장사를 하기 위함이었기에 철저히 이윤창출에 맞춰졌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에게 초점이 맞추어졌다. 나는 어떤 분위기의 공간을 선호하는지, 그 공간 속에서 어떤 차와 음식을 먹으며,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그렇다면 인테리어는 어떻게 해야 할지. 내가 이 카페를 운영하면서 추구하고 싶은 것은 어떤 것인지 등에 대하여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정다운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어."


  나는 이 곳이 카페를 찾는 사람들에게 음악을 듣고 차를 마시며 편안하게 사색하는 공간이되기를 바랐다. 카페에서 보내는 시간을 통하여 바쁜 삶 속에서 여백을 찾고 동시에 에너지도 얻어가는, 그런 삶에 윤기를 주는 공간으로서의 카페로 리뉴얼 하고 싶었다.





카페 창업을 위해 배운 것들


  그런 마음으로 가장 먼저 한 것은 커피에 대한 공부였고 그다음은 메뉴 개발이었다. 셀프 인테리어를 위해 직접 도면을 그렸고, 빈티지 가게들을 찾아 가구와 소품들을 수집하였다. 텅 빈 공간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한 모습들을 현실로 하나씩 채워나갔다. 예상하지 못한 많은 변수들 앞에 불안했지만 나를 믿고 퍼즐 조각을 맞추듯 카페를 운영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과 내가 갖추고 싶은 능력들을 하나씩 준비해나갔다. 


  넉넉하지 못한 예산으로 기존 카페 시설의 철거와 목 작업, 전기공사에만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것을 혼자 해야만 했다. 아침에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고 시작하여 밤을 새우고 귀가하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인테리어를 하는 중에도 월세는 계속 지불해야 했으므로 마음이 급했고, 몸은 몹시 고되었지만 하나씩 갖추어져 가는 카페의 모습을 보면 어느새 힘이 났다.



오픈하는 날, 카페 모습들


 카페 창업 후 마주한 일상의 민낯


  드디어 카페를 오픈하였다.

인스타그램 계정에 매일 피드를 업로드하고 홍보업체를 통하여 체험단도 진행하며 카페 알리기에 주력했다. 빠른 속도는 아니었지만 점점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북 토크와 정기적인 독서모임이 이루어졌고, 카페 전체를 대관하여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손님이 갑자기 썰물처럼 몰려오면 접시와 컵이 모자라기도 하였고, 밀물처럼 빠져나가버리고 나면 직원들이 ‘설거지옥’이라고 부를 정도로 엄청난 양의 설거지거리가 쌓였다. 브런치 메뉴와 음료를 모두 합하면 30가지가 넘는 메뉴들에 들어갈 수십 가지의 재료들을 매일 체크하고, 빠짐없이 발주해야 했고 라쟈냐의 베이스가 되는 토마토소스부터 샐러드드레싱까지도 직접 만들어 쓰다 보니 해야 할 일들이 넘쳐났다. 손님이 많이 찾아와 메뉴가 많이 팔린 날이면 모든 일과를 끝내고 다음날을 위해 소스를 끓이고, 급하게 떨어진 재료를 사기 위해 장을 보고 새벽에 귀가해야 했고, 그렇게 매일이 반복되었다.



  

1인 교육가로의 홀로서기 준비

  하지만, 오픈 6개월이 지나도록 카페는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 번화가에 위치한 탓에 월세는 비쌌고, 관리비와 인건비, 재료비까지 빼고 나면 크게 남는 것이 없었다. 언제 몰릴지 모르는 손님들로 인하여 직원을 여유 있게 배치하다 보니 인건비의 비중이 높아졌고, 휴일조차 편하게 쉴 수 없으니 몸은 늘 고됐다.

  결국, 나는 카페를 폐업했다. 

처음에는 ‘내가 사업에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을 쉬며 돌아보니 힘들었던 시간들과 소중했던 많은 추억들도 떠올랐다. 이제는 그 기억들에서 용기를 얻어 전공을 살린 지식기반 콘텐츠를 제작하는 1인 교육자로의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카페의 창업과 폐업, 그 사이에 담긴 풀어내지 못한 수많은 일과 경험들. 그 이야기들은 앞으로 <나의 일>에 어떤 의미가 되어줄까?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또 어떤 의미와 메시지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새벽녘 어두워진 거실에 나와 스탠드 불을 켠다.

무서운 그림자가 일렁이더니 이내 포근한 조명 빛이 감싸 안는다. 그 빛의 온기 속에서 나에게 가만히 질문들을 시작해본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당신과 나눠보리라.    








 카페 창업 시작 전, 꼭 체크해야 할 질문들 



#1. 나의 창업은 돈을 벌기 위함일까?
      나의 만족(자아실현)을 위함일까?


  :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카페 위치 선정, 카페 공간의 크기 선택, 영업시간과 휴무일, 고용할 직원의 인원, 판매 메뉴의 가격 등 많은 것에 영향을 미친다. 비싼 권리금이 있는 자리로 계약을 할 것인지, 몇 개의 테이블이 들어가는 크기의 장소를 찾을 것인지, 영업시간은 오전 8시부터 밤 11시까지~ 휴무일은 일주일에 한 번? 그렇다면 필요한 직원의 수는 몇 명이나 될 것인지, 제조하기 간편한 메뉴들을 저렴하게 판매할 것인지, 정성과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메뉴를 조금 높은 가격으로 판매할 것인지 등이 창업 시작점에서 해야 할 질문인 것 같다. 우리에겐 돈과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     



#2. 인테리어 콘셉트나 메뉴 구성에 있어서,
     대중적이길 바라는가?
     나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기를 바라는가?


  : 대중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카페가 되어 많은 고객이 편안하게 찾는 카페가 되고 싶은가? 나만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카페가 되어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그 가치를 알아주는 단골들이 생겼으면 좋겠는가?  인테리어가 너무 보편적이어서 매력이 없고 그래서 경쟁력도 없는 카페가 되어서도 안 되겠지만, 너무 강하고 독특한 개성의 공간은 많은 사람에게 공감을 얻기가 힘들다. 메뉴 구성에 있어서도,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메뉴도 좋지만, 기본적인 메뉴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것이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기본적인 메뉴는 더욱 탄탄하게 가져가고, 나의 특색을 담을 수 있는 메뉴를 시그니쳐로 개발해보자. 주변의 상권과 타겟층을 분명히 하면서 대중성과 개성을 조화롭게 잘 담아내는 것이 성공의 포인트가 될 것이다.



#3. 'olny' coffee? 혹은, ‘with' coffee?

  

  : 요즈음 스페셜티 원두에 대한 선호가 늘고 있다.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커피를 중점으로 한 카페를 오픈할 수도 있지만, 맛있고 특색 있는 디저트는 물론이고 꽃과 커피를 파는 카페, 책이나 인테리어 소품과 굿즈를 함께 판매하는 카페, 주기적으로 재즈나 인디밴드의 공연이 열리는 카페를 운영할 수도 있다.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이 찾는 카페가 될 수도 있지만,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는 다른 ‘무엇’을 찾는 복합적인 공간으로서의 카페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돌아보니, 나에게 다시 물었어야 할 질문들이다.

다시, 카페 창업 전으로 돌아간다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아마도, 같은 답을 내릴 것이다. 해보지 않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일들이기에. 무엇보다 도전해 보기 전까지는 결코 해소되지 않을 나의 마음의 말 걸기 때문이기에. 카페 사장에서 1인 기업가로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그 이야기를 당신과 도란도란 나누고 싶다. <브런치라는 이곳의 카페>에서 마주 앉아, 커피 한 잔 하듯이.




<여성의 일과 관련된 글들을 받아보고 싶다면>

여자라이프스쿨 워크레터 구독 링크 여기를 클릭











작가의 이전글 엄마가 되고 생긴 뜻밖의 일근육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