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2화
19살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열두 발자국>을 읽게 된 건 전적으로 즐겨보는 프로그램인 '알쓸신잡'을 통해서다. 뇌과학이라는 학문이 신기하기만 했고 궁금하다는 생각에 읽게 된 이 저서는 매년 1번씩 읽고 있는 책 중 하나이다.
책을 엄청나게 깔끔하게 읽는 편이어서 필기를 잘하지 않았다. <열두 발자국>을 읽을 때인 19살에도 필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20살에 북토크를 참석해 한 번 더 읽으면서 필기를 시작했다. 나의 생각을 적고 밑에는 날짜를 표기했었다. 매년 들었던 생각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지표가 되었고 나의 삶의 지점을 살필 수 있었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결국 책보다는 사람이 중요하다는 말처럼, 생각의 성장과 깊이를 이뤄내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첫 책이다. 이 책은 젊은이였던, 그리고 지금도 젊은이에 속하는 나에게 방황을 선물해 주었고 나만의 지도를 만들게 해 주었다.
읽다 보면 '나만의 지도'를 만들어준 책을 하나씩 발견한다. 감탄하면서 읽기도 하고 눈물로 휴지를 엄청 쓰기도 한다. 그런 시간들은 내면의 지도의 한편을 채우는 것만 같다고 느낀다.
여러분, 혹시 도시에서 길을 잃은 적이 있으세요?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그래서 미친 듯이 돌아다녔더니 그 도시를 잘 알게 되는, 저에게는 바로 그게 인생의 큰 경험이었어요. 우리는 평소 길을 잃어본 경험이 별로 없죠. 길을 잃어본 순간, 우리는 세상에 대한 지도를 얻게 됩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정말로 원하는 게 뭔지를 알려면 세상에 대한 지도가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내가 어디에서 뭘 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어떤 일을 해야 행복한지 내가 그린 그 지도 위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학교는 젊은이에게 지도 기호와 지도 읽는 법을 가르쳐주고, 목적지까지 빠르게 도착하는 법을 알려줍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길을 잃지 않게 하려고 길 찾기를 열심히 훈련시켜 세상에 내보냅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세상에 나가서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지도를 그리는 일입니다. 여러분에게 지도를 건네주지 않습니다.
세상에 나온 우리는 적극적으로 방황하는 기술을 배워서 자기 나름대로 머릿속에 지도를 그리는 일을 해야 합니다. 실패하더라도 수많은 시도를 해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직접 가서 여행하고,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내가 관심 있는 분양의 전체적인 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해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지도를 그리기 위한 방황의 시간을 젊은이들에게 박탈하고 있습니다.
<열두 발자국> p.58
<열두 발자국> 책에서 애정하는 부분이다. 특히 책 구절 중에서 '실패하더라도 수많은 시도를 해보고,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귀찮게 하고, 직접 가서 여행하고,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하면서 내가 관심 있는 분양의 전체적인 지도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해요.'를 좋아한다.
수많은 시도를 하게 만든 책이고, 여러 책으로 여행을 해보았고, 다양한 배움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비결이었죠. 주변 사람을 만나면 듣는 이야기 중 '그걸 언제 다 했어?'라는 말이다. 자기 계발이나 시간관리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건 아니고 그만큼 나의 시간을 주어 방황했던 덕분에 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 든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주워 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 몇 가지 연구결과를 소개하겠습니다. 우리가 바로 실천할 수 있는 것 중에 운동이 있습니다. 둘째, 수면도 매우 중요합니다. 특히 젊을 때 많이 주무세요.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무리하게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맛요. 끝으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이 독서, 여행, 사람 만나기입니다.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하는, 특히 평생에 거쳐 반드시 해야 하는 것들이 바로 독서, 여행, 사람들과의 지적대화입니다. 다시 말해 끊임없이 세상으로부터 자극을 받으시라는 겁니다.
<열두 발자국> p.218
세상과의 의미 있는 충돌
이 표현이 좋아서 몇 번이나 이 글을 다시 읽었던 기억난다. 대학의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앞으로 나의 꿈과 길은 어디인가라는 고민을 하곤 한다. 인간이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대학생의 나이는 다른 세대와 시기보다 훨씬 더 불안하고 정해진 게 없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몰라도 한없이 초라해 보일 때도 있고 한없이 자신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지만 나름의 세상과의 의미 있는 충돌을 했던 시간이라고 대학의 마지막 학기를 보내며 생각하고 싶다. 약 1000권의 독서, 교수님부터 청소년까지의 다양한 사람과의 지적 대화, 충분한 자기 관리와 수면 관리 등 참으로 여러 방면에서 충돌하고자 했었다. 물론 여행과 운동을 지속하지 못한 점이 여전히 아쉽기만 하다.
그럼에도 젊은이였던 시기에 감사한 건 '좋은 습관'을 가지는 노력과 연습을 지속해 왔다는 점이다. 대학교를 오기 전에 무엇을 할 것인지를 정했던 저자처럼 저 또한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적고 왔다. 그 일을 다 하지 못했으나 쓸모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고 하루를 충실하게 할 수 있었다. 그러한 결과물이 브런치라는 생각도 든다. 글 쓰는 걸 참 못한다고 생각해 게을러지고 싶어도 꾸준히 양과 시간을 보장했던 스스로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열두 발자국>을 읽으면 대학에서 힘들었던 시기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독서를 하다 보면 책 안의 삶이 아닌 책 밖의 삶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공감에 대한 조언을 하는 책을 읽어도 부모님께 공감을 하지 못한다면 그 책이 삶으로 들어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독서 안에는 삶이 있다. 이 단순한 이야기를 알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으나 삶으로 살아가는데 오래 걸렸다. 오랜 습관을 바꾸는 일, 부정에서 긍정으로 생각을 전환하는 일은 편하지만 않다. 오히려 고되고 관성으로 인해 다시 돌아가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아야 한다.
독서안에서 삶을 발견하면 읽지 말라고 해도 읽어지는 경험을 하게 된다. 매일의 삶에서 색다른 일을 하기란 어렵다. 하지만 독서 속으로 들어가 삶을 바라보면 어제는 보지 못한 여러 개의 눈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열두 발자국을 나아가기 위해 한 발자국을 뻗는 힘이 필요하다. 수많은 젊은이, 청년들에게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