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 3화
이동진 영화평론가의 독서, 유현준 건축가의 독서, 이승희 마케터의 독서
다양한 직업의 독서 이야기는 언제나 저에게 흥미를 이끌어주는 이야기다. 여러 직업들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기획자'라는 이름의 직업은 어떤 일을 할까라는 궁금증을 심어준다. 네이버에서 기획을 하고 있는 <기획자의 독서>인 저자도 그런 나에게 궁금증을 안겨준다.
철학을 통해 자신이 튼튼해짐으로써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소득은 '높은 시선'이다. 높은 차원의 활동성이다. 이렇게 철학적으로 튼튼해진 사람은 새로운 개념을 창출하고 새로운 빛을 발견함으로써 세계에 진실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
직업 안에서 독서를 바라볼 때 유의미하게 보는 점은 '시선'이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에서 이야기한 '높은 시선'도 내가 이야기한 것과 비슷한 맥락일 수도 있을 것이다. 독서와 철학이 같지 않으나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기에 독서도 철학처럼 높은 시선으로 데려다주지 않을까 희망해 본다.
저는 단연 ‘텍스트’가 가장 좋습니다. 왜냐고요? 바로 지극히 제한적인 도구이기 때문입니다. 시각적인 정보가 최대한 배제된 상태로 하얀 종이 위에 놓인 글씨들을 볼 때면 흡사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이어폰을 꼈을 때 느낌과도 같습니다. 다른 방해 요소들이 차단되고 저 혼자의 힘으로 오롯이 생각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좋거든요.
<기획자의 독서> 중에서
<기획자의 독서>를 읽다 보면 기획을 잘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저자의 텍스트를 사랑하는 걸 더 엿볼 수 있다. 독서를 즐기는 사람의 책을 기획자가 쓰니 '기획자의 독서'가 된 건 아닌가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해볼 뿐이다. 저자는 텍스트, 즉 독서를 한다는 건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갖춘 이어폰에 비유한다. 그 말에 격한 공감과 끄덕거림으로 일조했던 나였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써본 사람이라면 느낌을 알 것이다. 오로지 음악과 나만이 이 공간에 위치하고 있는 느낌. 그 느낌을 잘 맞는 책일수록 강하게 받을 수 있다. 그런 순간마다 책과의 진한 소통의 기쁨을 만낏할 수 있으며 금붕어 같은 집중력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행복해지기도 한다.
누군가 그러더라고요. 책이란, 글을 쓴 사람의 생각과 글을 읽는 사람의 생각이 만나 기호로 표기할 수 없는 특별한 화학작용을 일으키는 거라고요.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는 너무도 반가운 말이었습니다. 저 역시도 이 책을 통해 제 나름의 생각들을 얹어보았습니다. 오랫동안 머리에 담겨있던 생각도 있었고 글을 써 내려가며 그 모습을 점점 갖춰간 생각도 있었죠. 어떤 형태가 되었든 이 생각의 조각들이 여러분의 생각과 만나 작은 화학작용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여러분의 생각과 만나 작은 화학작용이라도 일으킬 수 있다면 저는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기획자의 독서> 중에서
문장 중에서도 '특별한 화학작용'이라는 인상 깊었다. 여러 표현 중, 화학작용이라는 말도 멋있게 느껴졌다. 작은 생각의 조각들이 상상하지 못한 결과물을 내는 게 신나는 일이라 생각된다. 화학작용을 독서로 생각하면 더욱 흥미진진해지지 않을까 싶다.
<기획자의 독서>는 나에게 시선뿐만 아니라 독서의 의미를 알려주는 책이었다. 기획자의 태도, 시선, 생각도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저자의 담백한 문체이기도 하다.
기획자가 아닌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추천하고 싶은 이 책,
꾸준히 읽고 싶어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