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애정의 힘 04화

Drawing, 한 줄의 다정함과 정성

by 바나바


매번 포기하고 다시 시작하는 그림


캘리그라피를 오랜 기간 동안 하다 보니 사람들은 그림 그리기도 어색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캘리그라피를 하기 위해서는 10분도 걸리지 않는 시간에 간단한 그림을 그리는데 30분이나 걸린 게 기억에 남습니다. 그때 더 나은 캘리그라피를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이 글을 쓰는 가운데도 그림을 '잘' 그리지는 못합니다.


미대를 간 친구에게 스케치를 배우기도 했고, 아이패드를 구입해서 여러 그림을 그리기도 했습니다. 몇 시간이나 그림을 그리다가도 글을 읽고 쓰는 시간을 줄이는 게 아까워 매번 포기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참 변덕 많은 사람이죠.


처음에는 이런 제가 싫었습니다. 하나를 하면 꾸준히 하는 편인데 유독 그림, 영어, 운동 세 가지만 잘 안 되었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이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편안하게 생각하고 언제든 잠시 멈추고 다시 펜을 듭니다. 다시 시작하는 그림이지만 부담감은 사라진 채 재미만 있습니다.



못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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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심으로 잘 그리는 사람은 아닙니다. 위에 있는 그림이 제가 그린 아이패드 드로잉입니다. 주관적으로 보았을 때 잘 그리는 편이 아니지만, 못 그리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습니다. 사람 욕심일까요.


예전에 저의 캘리그라피 옆에 있는 그림을 보고 친구가 무심 코했던 말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긍정적인 말보다 부정적인 말이 기억에 각인되는 건 뇌과학 차원에서도 맞는 말입니다.


"캘리그라피는 예쁜데, 옆에 있는 그림 때문에 캘리그라피가 죽네."


그 말이 저에게 무례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실제로 캘리그라피를 더 좋게 보이는 그림이 있으니 말이죠. 그렇지만 그 이후로는 스스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남들의 말에 휩쓸리지 말라고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죠. 그래서 전 못 그리지는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래, 나 못 그리지는 않아'

이 말을 하다 보면 근거는 없지만 자신감이 생깁니다. 잘 그리지는 못하지만, 또 못 그리지도 않는 사람. 제가 그림을 통해 얻고 싶은 이겁니다. 딱 그 정도면 충분할 듯합니다.



꾸준히 그리는 법을 찾아가는 중입니다만


실제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실제로 꾸준히 그림을 그리는 일은 너무 어렵습니다. 열심히 몇 시간을 그리다가도 또 뚝하고 멈춥니다. 사람이 참 게으른 존재라는 걸 그림을 그릴 때면 깨닫게 됩니다.


큰 그림이 아니더라도 그저 작은 연필 하나, 카페의 컵 하나를 그리는 연습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캘리그라피와는 다르게 그림을 너무 높은 목표를 잡곤 합니다. 사람 한 명 그리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까먹게 되곤 합니다.


실제로 캘리그라피를 시작할 땐 단어부터 시작하지 못합니다. 다양한 펜을 익혀야 하고, 또 그 펜에 적합한 선 하나를 찾기 위해 애써야 하죠. 겨우 가, 나, 다, 라와 같이 한글을 뗴고 나서 단어에서 짧은 문장, 끝에는 긴 문장으로 넘어갑니다. 눈을 감고 딱 떴을 때 긴 문장이 써지는 일이란 없죠. 저 또한 가장 작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바라는 심보가 그림에 있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잘하지도 않는 그림인데 왜 이리 애정을 가지냐고 묻는다면, 한 줄의 다정함이 좋아서입니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수많은 선들이 모여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의 그림이 완성이 되는 거죠. 여전히 꾸준히는 힘들지만 그럼에도 펜을 듭니다. 혹시 모르잖아요? 나중에 '잘 그린다!'는 말을 듣게 될지도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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