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애정의 힘 05화

Musical, 몰입의 순간

by 바나바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건 뮤지컬입니다. 뮤지컬 배우가 꿈은 아니고, 뮤지컬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와 친분이 있는 사람이라면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중 한 명이 뮤지컬 배우라는 걸 알 것입니다. 그를 이야기하지 않고는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 아래 쓰게 된 글입니다.


약간의 사심

21D7F4F8-A507-4F6F-936F-9EAAD2116B5B_1_105_c.jpeg 홍광호, 데스노트 사진

혹시 뮤지컬 배우로서 더 이루고 싶은 게 있을까요? 사람은 때때로 무언가를 원할 때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기도 하니까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뮤지컬을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런데 지금 이렇게 뮤지컬을 하고 있으니까 더 바랄 게 없죠. 물론 이 작품 하고 싶다, 저 작품 하고 싶다, 이런 욕심을 냈던 때도 있어요. 그때는 세상을 수직적으로 바라봤고 그래서 불행했던 것 같아요. 위로 올려다볼수록 그 끝이 안 보이니까요. 대신 수평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훨씬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제가 제 자신에게 바라는 게 있다면, 오히려 뭔가를 더 바라지 않는 거예요. 현실에 감사하면서 다른 사람 시선에 얽매이지 않고 조용히 내 갈 길을 가자. 이런 마음으로 살고 싶죠.

<더뮤지컬> 통권 제203호 2020년 8월호, 홍광호 인터뷰 중


제가 좋아하는 뮤지컬 배우는 ‘홍광호 배우'입니다. 뮤지컬 계에서는 유명하다 못해 찐 팬이 많은 분입니다. 함부로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팬덤이 두터운 편이죠. 약간의 사심을 보태 이야기하자면, 신이 인간 세계에 천사의 목소리를 전해주고 싶어서 만든 피조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엄청난 사심이죠? 아시다시피 사람은 그리 객관적이지 못한 인물입니다.


뮤지컬은 영화와 드라마와 다릅니다. 녹화가 되지 않고 모든 공연이 생방송입니다. 실수라도 한 번 하면 천 명이 가까이 되는 관객이 다 목격하는 대참사를 겪을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곳에서 오래 일을 하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02년에 데뷔한 그가 올해 2022년, 20년 동안 뮤지컬에서 배우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감사한 일입니다. 그에 대한 사심으로 뮤지컬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어 좋습니다. 글이 잘 써지는 것 같은 착각도 들게 만드네요.





뮤지컬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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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가격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2만 원 하는 영화값도 비싸다고 하지만 10만 원을 훌쩍 넘는 티켓값에 머리가 아파옵니다. 그래서 부자의 취미라고 부르기도 하죠. 우리나라에서 오페라, 클래식, 뮤지컬과 같은 취미가 큰 자본이 없다면 시도할 수 없는 게 슬플 따름입니다.


자본을 빼고 이야기한다면 뮤지컬은 다른 공연과 또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춤, 노래, 연기. 세 박자가 골고루 이루어져 눈과 귀를 사로잡습니다. 화합은 뮤지컬의 큰 매력입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함께 부르는 넘버를 들을 때면 소름이 돋습니다. 이게 사람이 내는 소리가 맞아? 하는 생각도 듭니다.


탄탄한 스토리 라인도 뮤지컬의 매력입니다. 가끔 짧은 뮤지컬 러닝타임으로 인해 긴 내용을 짧게 축약해 아쉬울 때도 있습니다. 인기 몰이를 했던 <뮤지컬 데스노트>가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습니다. 레미제라블, 햄릿 등 고전의 뮤지컬도 좋지만 빨래와 같은 가벼운 창작 뮤지컬도 좋습니다. 뮤지컬의 매력은 끝이 없습니다. 배우의 연기력, 무대의 장악력, 작곡과 편곡 실력 등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만큼 뮤지컬이 종합 예술이라는 걸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하나의 뮤지컬을 추천한다면,


빨래, 창작 뮤지컬의 매력과 한국의 정

홍광호 빨래 .jpeg 뮤지컬 빨래 (2009( -출처: CH수박


서울살이를 하는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현실에 슬프기도 하지만 빨래를 중심으로 사람들과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따스합니다.

뮤지컬 <빨래>는 2005년 초연 이래 17년이 넘는 시간 동안 누적관객 100만 명과 함께 하며 5,000회 이상의 공연을 기록, 오랜 시간 다양한 관객들의 마음속 얼룩과 먼지를 털어냈다.

빨래를 소개하는 글을 인용했는데요. 17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작품을 꾸준히 사랑받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이 작품 하나에 많은 사람의 웃음과 눈물이 담겨있을 겁니다. 왜 사랑을 받는지 궁금하다면 이 뮤지컬을 찾아보기를 권합니다. 저도 힘들 때, 이 뮤지컬의 넘버를 들으며 울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따스한 사랑 이야기는 오래 마음에 남게 됩니다.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손편지의 위력을 무시할 수 없듯이 이 뮤지컬도 그 매력이 있습니다. 코로나 19전, 웃으면서 이 뮤지컬을 보았던 게 생각납니다. 다시 한번 그때의 감동과 기쁨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빨래가 바람에 제 몸을 맡기는 것처럼 인생도 바람에 맡기는 거야 시간이 흘러 흘러 빨래가 마르는 것처럼 슬픈 니 눈물로 로 마를 거야. 자, 힘을 내!

뮤지컬 빨래 중



맨 오브 라만차,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있는 사람에게


맨오브라만차_홍광호_돈키호테.jpeg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2021) 출처: OD COMPANY


고등학교 3학년 때 대구까지 찾아가 본 뮤지컬입니다. 친구와 이야기하던 중 고등학교 3학년 자소서(자기소개서)가 궁금해져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스스로 고등학교 3학년 때 공부도 안 하고 뮤지컬 본 시간이 쓸모없는 시간이 아니었나 싶었을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후회 없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건 제 자기소개서를 읽으면 알 수 있었습니다. 돈키호테가 되고 싶은 건 아닙니다.


그가 멋진 건 미치광이가 아니라 ‘자신의 신념’을 행동으로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심리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그는 조현병 증상이 있던 할아버지밖에 되지 않습니다. 소설은 그렇게 그를 평가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삶을 살다 보면 편안하게 안주하며 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그 순간을 발견합니다.


뮤지컬 ‘이룰 수 없는 꿈' 넘버의 가사처럼 살아가고 싶습니다. 글을 쓰면서 과거를 회상했습니다. 남들은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나 가치 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부단히 애쓴 제가 보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저의 고등학교 끝무렵에 쓴, 자기소개서를 인용해두었습니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 제가 여러 책을 읽으면서 매번 했던 생각입니다. 사람들에게 이 생각을 이야기하면 현실을 직시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사람들의 말에 수긍하면서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미쳐 돌아갈 때 누구를 미치광이라 부를 수 있겠소? 꿈을 포기하고 이성적으로 사는 것이 미친 짓이겠죠.”라는 ‘돈키호테(세르반테스)’ 책에서 나오는 문장에 힘입어 세상을 바꾸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바나바, 고3 대학교 자기소개서 4번 문항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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