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중고등학교 친구들이라면 제 플래너를 잘 알 겁니다. 반 친구들에게 제 플래너는 어린 시절 만화를 돌려보듯이 제 플래너가 다른 친구들에게는 그런 용도였습니다. 어떤 친구는 빡빡하게 적힌 플래너를 보면서 신기하기도 했고, 어떤 친구는 저의 플래너를 보면서 장난을 치기도 했습니다.
J, 바로 계획적인 성향이 매우 높은 저에게 플래너는 마음 안정제입니다. 이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분이라면 P, 즉흥적인 성향일 가능성이 높겠군요.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플래너가 없었던 적은 없습니다. 플래너의 형태만 바뀌었을 뿐이죠. 다양한 플래너와 함께 했고 대학생인 지금도 플래너는 제 옆에 있습니다.
밤이든 아침이든 이 플래너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하루에 몇 분이지만 플래너와 함께 있는 시간이 있기에 저의 시간관리, 목표 관리뿐 아니라 삶의 관리도 쉬워졌던 거겠죠.
기록에 대한 여러 책이 나옵니다. 지금 읽고 있는 <거인의 노트>의 저자 김익한 교수님은 말합니다.
기록은 매일 나를 성장시킨다
이 말이 좋아서 기록해 두었죠. 매일의 성장은 잘 보이지 않습니다. 키가 하룻밤 사이에 10cm가 커지는 일이 발생하지 않듯이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까요? 성공에 대한 이야기만큼 성장에 대한 이야기는 듣기가 어렵습니다. 성장과 성공은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인데도 말이죠.
기록은 삶을 윤택하게 만든다는 부제도 같은 맥락에 있습니다. 기억력이 좋은 편이 절대로 아닙니다. 대학 특성상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사람은 이름 하나를 외우는데도 3개월이 걸릴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는 않죠. 관심이 있는 분야에는 기억보다는 기록으로 남겨둡니다. 왜 좋아하는지, 어떤 부분에 흥미가 있는지, 앞으로 어떤 목표를 이루어야 하는지 모두 다요.
이렇게 살아서 삶이 조금 더 윤택합니다. 기록과 기억을 나누어 살아가기에 머리 복잡할 일이 없죠. 그리고 기록을 통해서 기억을 합니다. 여러 번 기록하다 보면 기억이 저절로 나는 거죠.
아침을 제대로 시작하면 플래너를 작성하고, 밤에 자기 전에는 플래너를 한 번 더 살핍니다. 이를 반복해서 살아온 몇 년이지만 지금도 이 시간을 좋아합니다. 아침에는 잘 살 수 있다는 의지와 열정을! 밤에는 잘 살아왔다는 칭찬과 격려를!
실은 이렇게 되기까지는 오래 걸렸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에 대한 죄책감이 높아서 조금이라도 플래너가 비워있는 걸 보지 못했으니깐요. 그러나 점차 바꾸면서 작은 일을 성취해도 격려해 주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청소, 빨래, 쓰레기를 버리는 당연하다고 보이는 집안일을 하는 것에도 복사하기, 서류 제출하기와 같은 가벼운 업무에도 똑같이 해줍니다.
플래너를 쓰는 건 '계획을 세운다'에 그치지 않고 오늘의 삶을 되돌아본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사는 건 잘 산 게 아니라 치이듯이 살아가는 겁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바쁨을 자랑하고, 치여 사는 게 당연하듯이 생각하는 학생들을 보곤 합니다. 그러나 그렇게 살아가는 일상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배기량 좋지 않은 스포츠카와 유사하죠. 저 또한 그런 적이 많았습니다. 이젠 잠깐 멈춰 생각하고 행동해야겠죠.
나의 플래너에는 어떤 내용을 넣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