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의 취업일기 2화
세상에는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내일 시험을 위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겨우 몇 글자보고 아침에 게으름을 피우던 찰나. 나가지 않으면 집에서 게으름만 부리고 끝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생각과 함께 짐을 챙겨 스타벅스로 향했다. 오픈을 하는 이른 아침이 아닌 이상이면 집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는 늘 사람이 많았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비워있는 자리에 앉았다. 시험공부 전에는 나만의 루틴이 15-20분 정도 시험과 관련 없는 책을 읽는 행위다. 특별히 다른 일을 하면 정신이 흩트려져 집중할 수 없기에 책을 사랑하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습관이었다.
최근에 읽다가 멈춘 책을 펼쳤고 술술 읽히는 책에 뿌듯함을 느꼈다. 그리고 옆에 사람을 보니 문제집이 펼쳐져있고 책을 읽고 있었다. 돌아보니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들 사이로 열심히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아, 그리고 깨달아버렸다.
세상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
70년 만의 성공신화, 끝없이 성장하는 듯한 대한민국의 큰 원동력은 언제나 인적 자원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게으른 사람은 내 주변에 딱히 없었고 다들 나름의 노력으로 열심히 살아가고 그 모습이 당연했으니 말이다. 늦은 오전, 스타벅스에서 그 이유를 알아버린 듯하다.
취업일기를 쓰는 중이지만 졸업까지도 꽤 남은 편에 속한 사람이다. 내년 8월 즈음에 졸업을 할 테니 1년 하고 3개월 정도가 남아있다. 아무리 바로 취업을 해도 9월일테니 취업가지는 또 1년 4개월 정도가 남은 셈이다. 그렇다고 취업일기를 쓰지 않아야겠다는 말이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밀도 있게' 보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한국인은 평생 공부를 달고 살았다. 어릴 땐 학교 성적부터 대학입시까지 계속 공부의 연속이었고, 크면 취업하기 위한 공부,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한 공부, 그리고 주식 공부, 부동산 공부 등 해야 할 공부가 끊이지 않는다
전 세계에서 공부를 가장 많이 하는 학생이 한국 학생들이고, 평생 공부 타령을 하고 사는 나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성인의 독서량은 선진국과 비교하기 창피할 정도로 적다. 성적 올리는 공부는 민감한데, 독서는 둔감하다. 한국 사회에서의 공부가 어떤 느낌인지 확실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공부는 기회를 잡기 위한 도구이자, 남을 앞서기 위한 무기로 쓰일 뿐이었다. 그런데 이런 공부가 앞으로도 계속 유효할까?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중에서,
학과 특성상 공부를 할 때는 '암기'가 주를 이룬다. 어제 본 내용을 다음 날에 봐야 하고, 시험을 치기 10분 전에도 암기를 잘했는지 또 봐야 한다. 암기에 지쳤던 적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암기를 하는 건 이제 끝났다고 주장하는 일반서적을 읽고, 전공시험을 위해서 암기를 하는 나와 그 사이의 간격은 피로하기 그지없다.
열심히 암기했는데 남는 게 없는 기분을 느끼기가 너무나 쉽다. 조금만 생각해 봐도 당연한 결과이다. 암기를 한다는 건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딱히 생각하지 않고 머리에 넣으면 되는 일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취업 시장에서 말하는 인재는 '암기를 잘하는 사람'이 아닐 것이다.
Chat GPT의 발달이 보여주는 건 생각하지 않는 사람의 퇴보를 말한다고 생각한다. chat gpt에 잘 알지 못하지만, 쓰면 쓸수록 드는 생각은 생각하지 않으면, 질문하는 법을 모르면 안 된다는 사실이다. 이 시대의 암기는 끝난 지 오래다. 그러기에 시험을 준비하면서도 '암기에 그치지 않고 이론을 내 삶에 적용하고 체화시키는 법'에 대한 끝없는 고민을 하게 된다.
바빠서 책을 못 읽고, 공부를 못 한다고? 거짓말하지 마라. 바쁜 게 아니라 그냥 게으른 것이고 무능한 것이다. 성공에 대한 열망도 성장에 대한 치열함도 부족할 뿐이다. 전혀 공부하지 않고 새로운 변화에 잘 대응해 나가길 기대하는 것은 헛된 망상이다. 과거와 다르다. 변화가 매년 더 빨라지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변화의 속도가 더 빨라졌다.
과거에는 공부하지 않고도 그럭저럭 버텼던 이들도 앞으론 버티기 힘들어질 것이다. 아무리 고집 센 개인이라도 세상의 변화를 거부하고선 비즈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란 불가능하다.
책을 읽을 때, 몇 권 읽었다는 식으로 독서를 양으로 따지는 건 어리석다. 책 읽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책을 읽어서 내게 필요한 가치를 얻는 것이 목적이다. 양이 아니라 질이다. 공부 모임도 많다고 공부 많이 하는 게 아니다. 공부 공동체에서도 질이 중요하다.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중에서
내 글을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듯이 독서광에 속하는 사람이다.
'글 쓰는 심리학과 대학생, 특기는 독서, 취미는 사진 찍기' 작가 소개에 이렇게 적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말이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지는 않으나, 취업에 대한 마음은 가득한 요즘. 책과 관련된 일을 꾸준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출판, 독서 플랫폼 회사, 독서 관련된 마케팅 등 여러 쪽이 들지만 그럼에도 지금 가장하고 싶은 건 독서 관련 모임을 체계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이다. 겨울 방학 때 북모임을 진행해 보았고 좋은 피드백을 계속 받았다. 하지만 처음이라 아쉬운 것도 있었고 '부족함'을 느끼면 채우면서 성장하는 즐기는 사람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독서를 하지만 아웃풋이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2년 전부터 계속해서 느꼈다. 아웃풋을 나름 내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폭발적인 성장보다는 미미한 성장이 눈에 거슬렸다. 그 와중에 아픈 몸까지 만나니 4학년에 멘털이 탈탈하고 털렸었다. 지금이야 겨우 잡아서 살아가고 있지만, 계속해서 전 남자 친구처럼 미련이 뚝뚝 떨어진다.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계속해서 든다. 여러 분야가 아닌 원하는 하나를 잡고 남은 졸업을 보내고 싶다. 이 글을 꾸준히 쓰면 그게 무엇인지 나올 듯싶다.
제대로, 꼭! 제대로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