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의 취업일기 4화
친구와 메신저를 나누다, 친구가 물었다.
"시험은 끝났어?"
친구에게 말했다.
"아니, 아직 TVN도 아닌데 시험도 끝이 없냐"
즐거움에 끝이 없다! TVN 이 멘트가 생각나 장난을 치며 꺼낸 말이었다.
방송사에서 휴학 동안 일했던 친구라 '도전정신'을 4학년 때 발휘해 영상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꺼냈다. 주변에 인간관계도 좋지만 나를 믿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많다는 건 기쁜 일이다. 그런 차원에서 스스로를 복 받은 사람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소박하지만 도전이라고 하면 도전이다. 영상 매체를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활자 중심으로 살아가고,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나에게는 '영상 제작'은 이웃나라 먼 나라 이야기였다. 영상 편집이라는 시간 대비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은 분야의 일은 하고 싶지 않은 것도 컸다. 글도 유사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영상보다는 나에게 더 편한 매체라 잘 맞아서 그렇지만은 않다. 나에겐 소박하지 않은 도전이다. 끝까지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보다는 '일단 시작해!'라는 마음 가짐이 필요한 거 같다.
글은 나의 페르소나이다. 거의 전부와 같은 거지만, 그럼에도 영상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 주저리 써보고 싶다. 이유도 영상이 아닌 글로 쓰는 걸 보고 정말 글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것도 느끼게 된다.
실제로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타입이다. 저번 학기만 돌아봐도 글쓰기 공모전 3개에 수상하고, 국가 근로를 매주 12-15시간하고, 전공 5개와 교양 1개. 그리고 책 50권을 읽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감행했었다. 그 와중에 매주 1명의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간이 되면 놀러도 갔던 사람이었다. 친구들은 나에게 탈인간 취급을 하면서 그렇게 바쁘지만 7시간을 꼭 자는 나를 신기해했다.
지금 돌아보면 못할 짓이다라고 말하지만, 생각해 보니 타인에 비해서 시간 대비 성과가 잘 나오는 인물에 가까운 듯하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밑바탕은 글쓰기와 책 읽기였다. 성과와 효율, 이 둘과 글쓰기, 독서의 상관관계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동영상 매체, 코딩, Chat GPT와 같이 글과는 멀어져 보이는 세게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개발자의 월급이 높지만 출판 회사와 책과 관련된 업계의 평균 연봉은 높지 않은 것만 봐도 '글은 이제 한물 간 거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충분한 환경이다.
Q. 요즘은 책 말고 영화, 드라마 쪽으로 이야기를 표현하는 수단이 미디어 쪽으로 확장되는데
영화감상이 책 읽기 만큼이나 지혜를 쌓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아니면 요즘도 책이 최고의 지성의 성배인가요?
A. 영화는 말하자면 술 같은 거 고요, 책은 물 같은 거예요. 책은 우리를 좋은 의미에서 차갑게 만들어주고, 영화는 좋은 의미에서 뜨겁게 만드는데요, 그런데 이성은 기본적으로 차가운 겁니다. 그러니 지금 말씀하신 분의 의견에 따라 답변을 드린다면 "교양에 관한 한, 영화는 책을 영원히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성의 속성 자체가 물 쪽에 가까워요, 불이 아니라."
이동진 문화평론가의 이야기를 인용하고 싶다. 이에 대해서 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책과 글쓰기로 쌓은 건 잘 무너지지 않는 성을 쌓기 위한 기초공사라고 본다. 영상 안에는 기획도 있지만 이야기를 전할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이것도 결국에는 글이라는 것이다.
Input을 넘어 Output을 내고 싶어서 영상을 시작하는 게 맞다. 글 속에서만 살면 세상이 넓다는 걸 볼 수 없다. 그러나 카메라를 들고 세상으로 나갔을 때 꾸준히 글을 쓰고, 책을 읽은 밑바탕으로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넓은 세상을 볼 수 있으리라 자부한다.
이제 시작해 보자, 카메라와 함께
한 손에는 책을 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