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의 취업일기 5화
가장 힘든 일은 아침을 시작하는 일이다. 물론, 하루를 살기 싫다와 같은 건 아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면 힘들어진다. 대체로 12시에 잠들어서 7시에 일어나는 편인데 요즘에는 과거보다 더 자고 더 찌푸등하다는 걸 느낀다. 에너지가 떨어진 기분이다. 예전에는 100으로 살아갔다고 하면, 지금은 60-70으로 살아가는 느낌.
자기 비난과 혐오를 오랫동안 했었다. 잘했다고 해도 칭찬보다는 꾸짖었고 못했으면 자기 비난으로 몇 시간이나 힘들었다. '미리 했어야지!'와 같은 말을 꺼냈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충분히 일찍 시작했던 경우가 허다했다. 대부분의 과제를 2일 전에는 완성하고 여러 번 고치는 나에게 '미루는 습관'따위는 없어 보이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이 글은 아침에 늦게 일어나서 일어나서 양치를 하는데 나도 모르게 올라오는 내면의 자기 비난이 생각나 쓰게 된 거다. 자기 비난처럼 쉬운 일이 어디에 있을까. 스스로 칭찬을 해주지 않으면 남들이 아무리 칭찬을 해줘도 받아먹기가 힘들다. 당연한 수순이다. 남들의 칭찬도 방패로 막아버리니 내면에 들어올 일이 없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 정리를 하라는 말을 어느 자기계발서에서 많이 들었을 것이다. 자기계발서의 이야기가 뻔하고 뻔한 이야기가 싫을 때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도움이 될 때가 많다. 도움이 된다는 말이 단순히 '좋았다'에 끝나는 게 아니라 이를 시작으로 좋은 시너지를 낸다는 거다.
물론 나 또한 이불정리와 청소를 통해서 수없이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웠다. 그 일들을 말하면 취업일기의 20화를 차지할 듯싶다. 그만큼 나에게 힘이 되었던 일이다. 이불정리라는 작은 일을 성취하는 일은 '잘했다'라고 스스로를 칭찬할 수 있게 만든다.
이토록 행동주의를 닮아있는 행동이 있을까. 그렇지만 나에게는 가장 좋아하는 일이자 기분을 순식간에 바꿀 수 있는 일이다. 대체로 신나고 즐거운 노래를 트는 일은 일상 중에 극히 드물다. 수업 중간에 이런 노래를 들을 수 없고, 일이든 과제든 틀기가 곤란하다. 몰입을 하는 가운데라면 힘들지만 청소를 할 때면 가능하다.
본가에 가면 청소를 할 때 타인이 있는 걸 싫어했다. 그래서 사람이 다 나가고 나서야 대청소를 혼자 했고 약간의 청소도 혼자 했었다. 그래야지 나의 기분을 좋게 바꿀 수 있다. 이 사소한 일을 통해서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 게으름에 날 뛰었던 순간을 많이 잠재울 수 있었다.
여전히 공부하기 귀찮고, 남이 해줬으면 하는 순간과 순간을 목격한다. 그냥 포기할까 생각하다가도 멈추는 법을 기억하게 된다. 일단 노래를 켜고 가볍게라도 청소를 해야지.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하지 말고 지금 주어진 일에만 충실하도록
잘할 수 있다, 잘 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