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인데, 끝을 생각하게 된다
계절학기를 듣는 중, 포트폴리오를 만들기로 해서 혼자 제작했었다. 그 안에 캘리그라피 영상을 담고 싶어 캘리그라피를 영상 녹화해 만들었다. 1분 남짓도 되지 않는 시간,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그 몇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영상을 하면서 배운 건 크지 않다. 그러나 배움이나 경험 속에 담긴 깊이가 달랐다. 사진과 글을 사랑했기에 글을 쓰고 이에 관한 사진을 찍는 건 어렵지 않았다. 구도를 배우기보다는 인물이나 풍경이 좋다면 Good에 가까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상에서는 Good으로 가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들이 필요했고, 이 요소들을 우연이 아니라 필연으로 만드는 건 어려웠다.
캘리그라피 영상 하나를 찍는데도 10번이 넘는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찍고 나니 고작 30초 조금 넘는 영상을 위해서 이렇게 고생을 해야 하는가라는 물음도 들긴 한다. 그렇지만 이 역동적인 영상을 보고 있으면 큰 뿌듯함이 밀려온다.
카톡 답변을 받고 생각했다. 다시 영상을 잡아야겠다. 바쁜 하루를 보냈기에 아침부터 밤까지 전체가 꽉 찬 일정에 카메라를 들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다. 의대생도 브이로그를 잘만 하는데, 나는 왜 그렇지 않은지에 대한 화가 난 적도 있었지만 스타일이 달랐다.
저녁이면 매일 유튜브에서 브이로그를 시청한다. 어떤 이는 이를 시간낭비로 생각할지도 모르나, 나에게는 휴식 시간이고 영상과 사진 구도를 배울 수 있는 좋은 재료이다. 대학 선배의 "당장 브이로그 해" 말이 나에게는 응원의 문구였고 실제로 큰 힘이 되었다.
이 메신저 답장을 받고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카메라를 들었다. 생일 때 선물 받고 제대로 쓰지 못했던 삼각대에 카메라를 끼어넣고 구도를 고민했다. 카메라를 켜자마자 들었던 생각은 한 가지였다. '너무 오랜만에 영상을 찍는다' 이 놀라운 사실이 나에게는 많은 의미로 다가왔다. 영상을 찍는 일은 솔직히 표현하자면 '귀찮은 일'이다. 아무렇게나 찍으면 기록용으로 남긴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타입은 더더욱 아니니 말이다.
귀찮은 일이라고 표현하지만 영상을 만들면서 애정하는 브이로그가 존재한다. 유튜버의 이름은 '히조 heejo'인데 내가 좋아하는 걸 많이 공유하고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셔츠, 책, 글쓰기, 독서, 카페 등 다양한 게 유사한데 그래서인지 영상을 보고 있으면 편안함이 물 밀려오듯 찾아옴을 느낀다.
영상을 제작하며 재미를 느끼는 건 새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다 보면 정적인 것이 가지는 기쁨과 즐거움을 생각하곤 한다. 그 말의 의미는 동적인 것들이 주는 의미는 미루어진다는 말이기도 하다. 배드민턴, 태권도, 홈 트레이닝과 같은 운동을 할 때면 동적인 일들이 주는 매력을 배우게 된다. 이와 유사하게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하는 일도 매력이 존재한다.
브이로그를 찍는 분들의 일상은 잔잔해 보일 수 있으나 누구보다 거친 바다가 있고 영상을 통해서 담긴 것들의 이면이 있다는 걸 실제로 찍으면서 배우게 된다. 독서 하나를 해도 다양한 구도를 위해 노력하는 제작자의 마음을 온전히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힘들어도, 괜찮은 자신만의 재미있는 일이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