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바의 취업일기 9화
하루 만에 책을 8권 읽는 건 미친 짓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그만큼 무엇 하나에 미친 것처럼 해보았기에 어떤 일을 하듯이 두려움이 없을 수 있다. 나에게 있어 독서의 가치는 그러하기에 읽기를 사랑하는 내가 쓰는 이야기다.
자기계발을 좋아하는 이라면 빌게이츠의 생각 주간을 들어보았을 터이다. 빌 게이츠는 1년에 1~2번 정도 일주일 동안 책을 들고 자신의 오두막에 들어가 아무도 없는 곳에서 홀로 생각하는 Think week를 보낸다. 일주일 동안 수십 권의 책과 논문을 읽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한다고 유명해진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일주일 동안 책과 논문을 오두막에 읽으라고 시간과 돈을 주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실천하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잘 벌어지지 않을뿐더러)
본가에서 시간이 비웠고 마침 책을 읽을 모든 환경이 세팅되어있었다. 외할머니 댁은 와이파이를 쓸 필요가 없어서 와아파이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 폰에 인스타그램, 유튜브, 블로그 등의 SNS를 모두 지은 상태였다. 거실에는 흔들의자가 있었고 더운 여름을 버티게 해 줄 에어컨까지 있었으니 조건들이 모두 맞았다. 5권 대출만 가능하던 도서관이 방학 기념으로 10권까지 대출이 가능했으니 감사할 따름이었다.
모든 환경이 나에게 독서를 밀어붙이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날 잡고 독서를 이어나갔다. 한 권씩 쌓이는 게 재밌기도 했지만 약 10시간 넘는 시간을 독서에 올인하는 하루를 맞이하는 일이 행복했었다. 자기계발서, 만화책, 수필, 인터뷰집 등 다양한 카테고리 책을 읽으니 8권을 읽게 되었다. 더 읽을 수 있었지만 쉬엄쉬엄 읽었다. 책의 권 수보다도 몰입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았다. 빌게이츠의 생각 주간이 떠오르는 건 그 때문이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주는 자유와 효율의 기쁨이 몸소 느껴졌다. 바쁨보다도 밀도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금 알게 된 하루였다.
과거 교수님과 이야기했던 주제 중 하나가 '깊이 있게 한 권 vs 얇게 많은 독서'였다. 교수님은 깊이 있게 한 권을 읽는 걸 주장하셨고 얇게 많이 읽는 건 나의 주장이었다. 나의 의견은 처음의 독서는 다독이 밑바탕 되어야 한다는 거였다. 이후에는 깊이 있게 한 권을 읽어도 되지만, 처음에는 다독이 기반이 되어야 독서 습관, 좋은 책을 구별하는 눈을 기룰 있다는 거였다. 나중에는 둘의 의견을 존중하기로 했지만 여전히 다독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말이 많다.
책을 읽는 분량에 집중하는 건 좋지가 않다. 초반의 독서가 그러했고 이런 독서 습관을 붙잡기 위해서 여전히 노력 중이다. 쉽지 않은 이유 중 하나가 독서에 분량과 책 권수에 집착을 하다 보면 '본질'을 잃기 때문이다. 본질은 독서가 아닌 삶의 변화, 생각의 깊이를 확장하는 일, 주변 사람과의 나은 관계일 터이다. 하지만 독서에만 급급해서 나아간다면 좋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다독을 주장하는 이유는 처음에 다독 없이는 독서 성장이 뒤쳐지기 때문이다. 초반에 어떤 식으로 독서를 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본다. 습관을 잡기에도 유리하고, 어떤 형식이 자신에게 맞는지 찾기 쉽기 때문이다. 다독을 하라는 의미는 빠르게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고, 다독을 통해 독서의 즐거움을 한 층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채워 넣는 게 아니라 부어 넣듯이 책을 넣는다면 이제는 미디어를 소비하며 주체를 빼앗긴 독자가 아닌, 독서를 통해 주체를 가지는 독자가 될 수 있다. 교보문고에 적힌 글처럼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이해하게 될 것이다.
19살부터 꾸준히 책을 읽어왔으니 햇수로는 6년 차가 되어간다. 중학생 때부터 읽어오기 했지만 책의 권 수, 분야를 신경 썼던 건 그때부터였으니 말이다. 친구가 케나에 갔다가 내가 생각이 나 그곳에서 책갈피를 선물로 구입했다고 했었다. 그러면서 나에게 전한 메시지가 인상 깊었다.
'넌 퍼스널 브랜딩 제대로야'
그 말이 웃기면서도 나의 심장을 관통하는 듯 느껴졌다. 케냐에 갔으면 그곳의 유명한 걸 떠오르기 마련인데 책을 좋아하는 내가 생각나 책갈피를 구입해 왔다는 건 나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책이 떠오르는다는 말이기도 하다.
책을 꾸준히 읽으니 친구들이 나에게 책 추천을 맡기기도 했고, 함께 책을 읽고 싶어 하기도 했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를 위해서는 꾸준함은 필수 조건이다. 어떤 이가 1년에 1권도 책을 읽지 않는 사람과 책을 꾸준히 읽기를 기대하고 있을까. 이 시대는 그만두기 좋다고 생각한다. 꾸준함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으나 꾸준한 사람을 찾기가 힘들다. 그렇기에 더욱 꾸준함은 빛을 바란다.
어떤 역경이 찾아오더라도 꾸준히 해왔던 과거가 존재하기에 다시 그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 꾸준함을 자주 이야기하는 이유도 이에 있다. 꾸준히 해야 결과와 비슷한 형태의 것들을 볼 수 있다. 임계점이라고 표현하는 것들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꾸준히는 꼭 필요한 요소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