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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바 Aug 17. 2023

평생 그림 문외한인 나

문득 드는 생각 3

그림 그려본 적 없는 24살, 


그렇다. 나는 그림을 그려본 적도 없는 24살의 대학생이다. 여전히 문외한에 가까운 나이다. 이 글을 쓰게 된 바탕은 작년 생일이 지난 1년 2개월 동안 쓰지 않았던 그림 DIY 키트 때문이었다. 그림을 그려야지 하다가도 미뤄지는 건 그림이 아닌 다른 것들이 재밌어서였다. 


그림이 직관적인 재미를 주지만, 못 그리는 이에게는 이 또한 스트레스이다. 그런 스트레스가 생기는 건 싫어 미루고 미루다 보니 어느새 1년 2개월이 지나버렸다. 그림 DIY 키트를 잡은 건 그림을 그려야지와 같은 얄팍한 생각 때문이 아니었다. 브이로그를 찍고 있는데 글쓰기와 독서 말고는 하는 게 없는 나에 대한 권태였다. 그 권태에 못 이겨 페인트칠과 유사한 모양의 키트를 꺼냈다. 


처음에는 설명서도 없이 홈페이지에 들어가 관련 영상을 보라는 회사의 보이는 수에 놀아나기가 싫었다. 그러나 처음 해보는 그림 놀이를 하다 망칠까 어찌 저찌해서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꼭 이럴 때면 다른 자료를 찾다가 좋은 블로그를 발견해 편안하게 설명이 다 되어있는 걸 볼 때면 아차싶기만하다. 마치 나를 기다리 듯한 블로그에 기뻐 확인하니 간단하다 못해 유치원생들도 편안하게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그림 키트였다. 


그래,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했지만, 쉽지 않았다. 굳어있는 물감에 손에는 덕지덕지 묻었다. 평온한 그림 시간은 바라지도 않았다. 하지만 우당탕거리는 그림 시간도 바라지 않았다. 컨버스지에 묻힌 물감 색깔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색조합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돌아다녔다. 

'버릴 수도 없고 어떻게 하냐'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니 보니 컨버스지에는 이미 1/2이 채워져 있었다. 남은 절반을 채워가려고 하니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채워진 머릿속을 비워내고 싶었다. 이러려고 그림을 그린 건 아니었기에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물감 묻었으면 끝나고 씻으면 되는 거지' 

'이렇게 보니 색조합이 독특하잖아! 마음에 들어' 

'언제 그림을 집에서 그려보겠어. 좋은데?



오히려 좋아! 마인드 


친구와 '오히려 좋아!'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어떤 일이 생겨도 쓸 수 있는 말이지만, 실제로 쓰기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긍정적인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어느 책이든지 나온다. '긍정의 힘'과 같은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어떤 이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그거 중요한 거 나도 알아. 근데 긍정적인 상황이어야지 쓰지' 


 그러나 긍정적인 상황이 인생에 많은지 부정적인 상황이 많은지 조금만 돌아봐도 긍정보다는 부정이 훨씬 많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긍정보다 부정이 더 많은 세상이다. 그러기에 그림을 그리면서 했던 부정적인 생각과 말은 집어넣고 다른 말과 생각을 해보았다. 


 그러니 잘 보이지 않던 게 보였다. 바로 그림이었다. 그림을 그리는데 '그림'이 보였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 나의 말의 뜻은 그림이 아니라 다른 것에 사로잡혀있었는데 생각을 바꾸니 '카르페디엠'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히려 좋아! 하는 마인드는 비단 사람들과의 관계, 어려움 속에만 있지 않는 걸 다시 목격한다. 자기와의 생각과도 '오히려 좋아!'라고 외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이 작은 컨버스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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