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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바 Aug 14. 2023

BTS? 나에겐 방탄소년단

문득 드는 생각 2

BTS라고 불리는 방탄소년단을 처음 보게 된 16살, 중학교 3학년 때였다. 

지금은 월드스타로 이름을 떨치는 그들이지만 그때는 풋풋하기만 했다. 


쩔어? 진짜 쩐다 

중학교 3학년, 여중생의 점심시간은 k-pop 뮤비를 틀면서 시작한다. 애들은 점심을 일찍 먹고 자신이 보고 싶은 아이돌의 노래를 틀기 위해서 기싸움 아닌 기싸움을 하곤 했었다. 엑소(exo)가 인기의 정점을 찍고 내려오는 때여서 관심이 있었지만 크게 아이돌에 관심이 있는 편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이 뮤비를 듣다가 생각했었다. 

"저 뮤비 속  경찰 제복을 입은 저 아이돌은 누구지?"

대체로 덕질은 이렇게 시작된다. 알고 있지만 뭐 하나에 꽂히면 오래가는 나의 특성이 덕질이라는 이름에 잘 맞았다. 실제로 돈을 쓰지 않지만 시간을 정말 많이 쏟는 편이라 이들을 좋아하게 된 시기가 여중생이었기에 적합했던 것 같다. 


그렇게 쩔어 뮤비에 시작으로 시작된 화양연화 세계관, 빌보드 진입 등 BTS 이름보다는 방탄소년단이라는 이름으로 더 불리던 시기에 입덕(?) 했던 나였다. 


16살부터 18살까지,

어쩌면 지금도 좋아하는 그들을 좋아했던 이유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쓰는 글! 



가사가 좋아서, 


방탄소년단이 그때는 (라떼 같은 느낌이 강하네) 중소기업 중에서도 아주 작은 중소기업이었기에 멋진 퍼포먼스보다는 음악과 음악에 대한 세계관 설정에 공을 들였다. 뮤직 비디오를 해석하는 게 팬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졌고, 그들을 보면서 배운 변태라고 부르기도 했었다. 


나 또한 참, 그들의 여러 면모를 좋아했지만 그중에서도 노래 가사가 좋았다. 여러 방면으로 노래를 만드는 게 한몫하기도 한다. 언니와 함께 사투리가 적힌 팔도강산, 어디에서 왔는지와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보냈던 학창 시절이 기억에 남아있다. 


가사를 좋았던 노래 중에서도 몇 가지만 뽑아보고 싶다. 


먼저는 많은 이들이 좋아하는 봄날,

여긴 온통 겨울 뿐이야  8월에도 겨울이 와 
마음은 시간을 달려가네 홀로 남은 설국열차
네 손 잡고 지구 반대편 까지가 
이 겨울을 끝내고파 그리움들이 얼마나 눈처럼 내려야 그 봄날이 올까 

BTS, 봄날 


수록곡 중에서도 유독 좋아하는 Lovemyself 


어쩌면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도 더 어려운 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거야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니가 내린 잣대들은 너에게 더 엄격하단 걸  
니 삶 속의 굵은 나이테 그 또한 너의 일부,
너이기에 이제는 나 자신을 용서하자 버리기엔  
우리 인생은 길어 미로 속에선 날 믿어 겨울이 지나면 다시 봄은 오는 거야 

BTS, LoveMyself 


이사(move)인데, 너무나 좋아해서 수없이 들었었다 


이처럼 이사는 내게 참 많은 걸 남겼지
그게 좋던 싫던 내 삶 속에서 많은 걸 바꿨지 
내 삶은 월세, 나도 매달려 알아?
내 자존심은 보증금 다 건 채 하루를 살아?
그래서 다시 아사 가려고 해

BTS, Move 이사 

다시 이 곡을 들을 때면 울컥하고는 한다. 어쩌면 내가 글을 쓰게 만들었던 주인공들. 그런 일들이 있지 않는가. 좋아하던 아이돌을 보고 싶어서 방송 작가를 꿈꾸는, PD를 꿈꾸는 사람들 말이다. 나 또한 유사한 꿈이 그때는 있었고 글을 쓰기 시작하며 그들을 더 사랑했던 것도 맞다. 


내 사춘기를 함께 보낸 그들 


지금은 뮤지컬 배우를 좋아하면서 덕질을 하고 살아가지만, 가끔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노래를 들을 때면 다시 중학생, 고등학생으로 돌아가는 듯한 감정을 느낀다. 밤이 되면 외로웠고 공부하는 게 힘들어서 울었던 그때. 삼시세끼 꼬박꼬박 잘 챙겨 먹고 잠도 잘 잤지만 얼마나 걱정이 많았는지 모를 내 사춘기는 그들과 함께였다. 


사춘기라는 건 이름만으로도 버겁기만 하다. 중, 고등학생이 있을 고민이 뭐겠라고 하면 어쩔 수 없으나 실제로는 그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작은 일에도 커 보이는 그 당시에는 버팀목을 바라게 된다. 아이돌이 주된 버팀목이 될 수 없으나 친구에게도 전하지 못할 말을 대신 전할 수 있었던 사람이기도 하다. 


사춘기가 심해 가출을 일삼았다 거나 공부를 하지 않거나 부모님의 속을 썩이는 일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FM, 모범생에 가까운 나였기에 사춘기가 별일 아닌 것처럼 주변 사람들이 살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나의 사춘기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무난히 넘어갔다는 걸 이제는 안다. 


방탄소년단 덕분에, 사춘기를 잘 보냈다! 


이렇게 말하면 웃기긴 하지만 진심이기도 하다. 특별하지 않지만 그냥 내 옆에 있던 사랑하는 사람처럼. 그들도 꾸준히 활동을 이어나갔고 힘들 때는 그들의 노래를 찾아들었고 기운이 나지 않을 때는 재밌는 그들의 영상으로 웃었다. 공부가 안될 때는 그들이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을 보며 동기부여를 했었다. 수학 문제를 풀면서 랩 라인 멤버가 부른 노래를 들으며 대리 만족을 하기도 했었다. 


글을 써보니 추억에 젖게 된다. 대학에 오니 그렇게 아이돌, 연예인을 좋아할 기운이 남지 않는다. 내 일상에 지쳐서 일 수도 있지만 순수한 동기를 가지고 마음을 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알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 삶의 마지막 아이돌, 방탄소년단에 대한 회고록 정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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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떠오른 생각,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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