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드는 생각 5
스스로를 대나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식물이라고 불리는 대나무는 성장 속도가 최대 60cm이라는 걸 본 적이 있다. 하지만 대나무는 종자를 심고 몇 년이 지나도 싹이 보이지 않는 식물이기도 한다.
대학에서의 아픔은 그리 싶지만 않았다. 수험생인 19살, 갑작스럽게 시작된 두통은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도수치료, MRI, 물리치료를 많이 받았지만, 여전히 두통으로 인해 진통제를 어디를 가도 가지고 다닌다. 심할 때는 두통약이 없으면 불안해하기도 했었다. (지금은 그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이 시간 속에서도 꾸준히 글쓰기, 독서를 이어나갔다. 양적으로도 많은 분량을 밀가루 체 치듯이 부어내렸고 만난 사람 중에서도 나만큼의 독서를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가끔 내 삶이 여유로워서 그럴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있으나 실제로 내 삶을 함께 구경하면 그렇지만도 않다.
식물들이 자라는 걸 보면 갑작스럽게 자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식물들이 있는 환경을 보면 평탄하지 않다. 오히려 삭막하기만 한 곳이다. 사람들이 먹기 위해 재배하는 식물이 아닌 이상은 비에 의존하며 물을 섭취할 수 있다. 점점 심해지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더위, 추위도 심해졌다.
고통을 동반해야 자랄 수 있다는 건 식물에 국한되어있는 이야기는 아니다. 사람도 같다. 어떤 걸 배우기만 해도 기쁨만이 있는 건 초반일 뿐이다. 기쁨은 빠르게 잊히고, 고통이 찾아온다. 성장은 계단식이라는 말은 사실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쓴 지도 햇수로만 6년 차가 되어간다. 지금도 기쁨이 있지만 성장하고 싶은 마음에 고통이 더 크게 자리한다.
오해하는 건 사람들이 나에게 글쓰기, 독서는 오로지 기쁨만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하는 사실이다. 뭐든 즐거움만 있지 않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을 보내도 매일, 매일 행복할 수는 없다. 갈등을 넘어가는 시간 속에 관계는 돈독해지고 미래를 이어갈 수 있다. 모든 성장에는 고통이 기반이다.
빠르게 성과를 얻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한 적 있다. 사회에 비판적인 눈으로 바라보는 타입이라 그럴 수 있으나, 실제로 고통을 참는 걸 못한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좋아하는 나에게 묻는 질문 중 대체로 하는 물어보는 건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더 빨리 책을 읽을 수 있어?'
'효율적인 책 읽기 방법이 있어?'
처음에는 이런 질문에 답을 해주었으나 시간이 지나면, 고통을 참는 연습부터 하는 걸 권한다. 고통을 참지 못하면 독서, 글쓰기는 지속하기가 힘이 든다. 책을 1권 읽어도 삶의 변화가 잘 보이지 않는다. 미디어 사회 속 재밌는 이야기가 많은데 조용히 독서를 하는 건 고통을 기반으로 하니 더욱 그렇다.
고통을 앞으로 가지고 오는 연습은 나부터 필요하다. 지금도 영어 공부를 미루고 글을 쓰는 나이다. 참, 사람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더니 영어는 미루고 미뤄도 끝이 없음을 느낀다. 이 이야기는 나의 성찰 일기 정도 되는 듯하다. 방법을 찾지 말고 무모하더라도 영어와 분투해야겠다는 다짐을 오늘도 해본다.
5,4,3,2,1
공부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