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드는 생각 4
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이미 조리가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그저 끓어서 먹기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편하게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다. 비만 비율이 높아졌고 편하게 음식을 찾으면 되니 마른 비만도 많아졌다. 겉모습은 말랐지만 속은 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은 남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나의 문제이기도 하다.
165cm에 52kg의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었다. 딱히 운동을 즐기지 않아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이었기에 야식을 먹은 건 1년 동안 10번도 되지 않았다. 7시 이후로는 음식도 잘 먹지 않아 자연스럽게 간헐적 단식이 되었고, 대학 전에는 패스트푸드를 1달에 한 번 먹을 정도였다. 중, 고등학교 때 학교 안에 매점이 있었지만 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걸 보고 친구가 놀라기도 했었다.
그렇지만 이 식생활은 대학에 와서 철저하게 무너졌다. 매일 아이스티, 달달한 우유와 같은 음료를 마셨고 나쁜 밀가루 음식을 입에 넣었다. 당이 없으면 피곤함을 느꼈고 이를 당연시 여기게 되었다. 다이어트라는 이름으로 살을 뺀 건 코로나 19가 막 유행을 할 시즌이었다. 집에 오래 있었지만 먹는 건 3배가 넘으니 자연스레 살이 붙었다. 그렇게 60이 코 앞이 되었을 때 처음으로 살이 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허벅지에 살이 많아졌네"
"너 살쪘다."
이 말을 듣고는 처음으로 외적인 요소로 비난을 받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피부가 좋지 않아 여드름이 많이 있었으나 주변 사람들은 큰 말이 없었다. 하지만 살이 찌니 기다린 사람처럼 이야기를 했다. 처음으로 글이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3개월 만에 약 7kg을 감량해 원래 몸무게로 돌아오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살이 빠지고 잘 유지가 되었다. 딱히 남들에 비해 좋은 습관을 잘 유지하는 편이었고 요요현상도 없었다. 급하게 찐 살이라 급하게 줄였기에 원래 몸무게가 훨씬 익숙했었다. 그러나 음식을 자주 외식하고 자극적인 걸 먹으니 다시 살이 찌는 걸 매 순간 느꼈다. 몸이 가벼워야 입을 수 있었던 옷들이 하나씩 맞지 않았고 불편해 편한 바지를 찾았다.
지금 몸무게가 타인이 보았을 때는 살이 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감사하게도 종아리와 팔이 얇아서 굳이 입 밖으로 살이 쪘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모를 정도이다. 그러나 스스로 느끼는 몸이 비대해지는 느낌이 힘들 때가 있다. 마음에 드는 옷을 하나씩 입지 못할 때 느끼는 서러움이 존재한다. 나도 모르게 느껴지는 자기혐오와 같은 감정이 불쑥하고 올라온다. 그럼에도 다시 살찐 나를 보며,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뭘 처먹었길래 이렇게 된 거야"
"자기 관리 하나도 못하고 뭐 하는 거야"
이런 류의 자기 비난으로 나를 깎아 내렸다. 그냥 먹은 것도 아니고 꼭 처먹었다는 발언으로 나를 더 낮은 곳으로 떨어뜨렸다. 이런 말을 하는 나를 보며 친구가 말했었다. 무슨 말이었을까
인스턴트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나에 대한 마음이었다. 건강보다는 마름을 선호해서 유지했던 다이어트이기에 몸을 보기보다는 옷핏을 걱정했던 나이기에. 그래서 나에게 가혹한 구석을 빼기로 했다. 조금 더 나를 감옥보다는 푸른 들판에 두는 연습을 해야 했다. 지금도 하고 있으나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빠르게 생각하며 빠르게 말하게 된다. 느리게 생각하면 느리게 말할 수 있다. 자기 비난은 습관이기에 빠르게 해도 알아차리기가 힘들다. 어쩌면 내 원동력이 긍정에서가 아니라 부정에서라면, 잠깐 멈추는 연습이 필요하다.
슬로우 푸드가 중요한 게 아니다.
살이 빠지는 게 목적이 아닌 '건강'을 위한 것이 목적이다.
자기 사랑을 하기 위해서도
자기 비난을 멈추는 게 필요하다.
인스턴트에서 슬로우로 가야 할 때,
지금!이다!
-문득 든 생각, 여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