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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나바 Jul 12. 2023

고요함의 부재

문득 드는 생각 1


그래요. 하루를 살다 보면, 문득 드는 생각들이 있어요


 책을 읽다가 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문득 그냥 문득 떠오르는 생각이죠. 이러한 생각은 소멸하기 쉬워요. 당연한 이치와도 같죠. 흘려들어온 생각이기에 흘려나가기도 편안한 거죠. 이러한 찰나를 기억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맙니다. 내일의 문득을 기대하지만 원할 때 오지 않는 매력이 있는 친구입니다.


근래의 저는요. 다양한 걸 하지만 밀도가 빠진 삶을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학교 공부를 해도, 글을 써도 뭔가 삶에 권태기가 온 것처럼 힘이 듭니다. 에너지를 작년에 다 쏟아부은 탓일까요. 잘 우울해지고 기운이 쭉 하고 빠질 때가 많습니다. 채워 넣는 일상만 살아서인지 일과가 없는 하루를 맞이하면 오히려 피곤하기만 합니다. 남들은 침대에서 뒹굴거리는데 죄책감이 없는 것만 같아 보이는데 저만은 그런 시간이 힘이 드네요.


아침에 일어나서 자기 전까지 노래든, 영상이든, 뭐든 틀어놓아야 직성이 풀렸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고요함이 주는 게 우울로 변질이 될까 무서웠거든요. 꺼지면 끝없이 꺼지는 우울이 싫기도 했으니깐요. 곧 다가올 생일을 맞아 언니가 사고 싶은 걸 사라고 용돈을 주었습니다. 고민하던 타자기 모양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하나 장만했어요. 귀엽기도 하면서 감성이 돋보이는 키보드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렇지만 생각보다 큰 소음에 노래를 틀면 키보드를 쓰는 게 조금 힘이 들었습니다.


 어떤 일을 할 때, 시끄러운 곳에는 집중도 잘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멀티 태스킹은 하나도 되지 않아 같이 일을 하면 실수가 잦죠. 그나마 팝송을 틀어놓고 글을 쓰는데 팝송도 힘이 드는 소음의 키보드에 잔잔한 피아노나 아예 소리 없이 고요하게 글을 써야 했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이에 적응되니 오히려 좋았습니다. 고요함의 부재였던 걸까요.


고요함의 부재


그랬습니다. 폰을 넣어두고 오로지 책을 읽었던 적이 오래된 것만 같았습니다. 시험도 과제도 모두 마무리가 된 토요일에 혼자 카페에 앉아서 책을 읽었습니다. 테이블에 있는 폰이 신경 쓰여 가방 안에 욱여넣었습니다. 하루종일 보던 폰이 얼마나 거슬리던지요. 그리고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마침 주제가 ‘집중력’이라 공감이 되었습니다. 3분마다 딴짓을 하는 현대인이라는 말이 저를 지칭하는 듯했습니다.


글을 쓰다가도 메신저를 확인하고, 친구가 올린 인스타그램의 스토리, 재미도 없으면서 넘기던 유튜브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가 저를 피곤하게 만들었습니다. 알고 있으나 눈을 감았던 거죠. 김창옥 교수님의 강연 중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있습니다.


“일을 하기 전보다 끝나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공부를 밤늦게 까지 하고 집에 돌아갈 때 뿌듯하지만, PC방에서 게임을 새벽까지 하고 집으로 갈 땐 죄책감이나 후회가 되는 거죠.”


맞습니다. 몰입을 하기 전에는 피로하다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귀찮기도 합니다. 독서, 글쓰기, 공부 모두 저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주고 삶을 더 넓힐 수 있는 도구이지만, 쉽지만 않습니다. 하다가 딴짓을 하고 싶기도 하고, 집중이 잘 안 되기도 하죠. 하지만 집중하기 쉬운 일들은 끝나면 후회가 밀려오게 됩니다. ‘괜히 시간 버렸다’는 생각에 힘들죠.


고요함의 부재했다는 걸 카페에서 홀로 책을 읽을 때 느꼈습니다. 지금의 시대는 사람과의 소통이 부재한 시대가 아닙니다. 진정한 소통이 부족한 시대죠. 독서와 글쓰기가 부재한 시대가 아닌 하나에 대한 몰입이 부족한 시대이죠. 점점 기술이 발달하고, 좋아질수록 집중력은 떨어질 거라 예상합니다. 같은 시간이지만 더 몰입하고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 가치 있는 일을 할 가능성이 높겠죠.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물어보고 싶습니다.


당신의 고요함은 언제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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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6월 17일 즈음에 쓴 겁니다. 그땐 참으로 삶을 버티듯이 살았습니다. 그 시간이 누군가는 터널로 표현할 수도 있을 거 같고요. 참 맘이 편하지만 않았습니다.  쉼 없이 달려온 하루, 하루의 연속이었기에 쉬는 법도 잊은 것만 같았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는 일도, 이야기를 나누는 일도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것처럼만 보였으니깐요. 


이제 조금은 저의 예전의 텐션으로 돌아온 거 같습니다. 열심히 살아왔지만 그동안 열심히 쉬었거든요. 다시 글을 써보려고 합니다. 꾸준히, 끝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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