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든 생각 6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생각'을 하는 건 기본적인 일과 같을 것이다. 매일 생각하고, 작은 사물을 보고도 깨달음을 발견하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는 사람'은 몇 이나 있을까?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 내가 했던 말 중에 기억하고 싶었던 구절이 있다.
"나는 책만이 멈출 수 있는 매체라고 느껴"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아마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다. 요즘 시대를 살아가다 보면 디지털 매체에 파묻힌 세대라는 생각이 든다. 부정적인 영향도 있으며 긍정적인 영향도 존재하지만, 긍정적인 영향은 소수만 누리게 되는 것 같다. 멈출 수 있는 소수만 말이다.
오리건 대학의 마이클 포스너 교수가 실시한 한 연구는 무언가에 집중하고 있다가 방해를 받을 경우 전과 같은 집중 상태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이 걸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미국의 사무직 노동자들에 대한 또 다른 연구는 노동자 대다수가 평소에 방해받지 않고 일하는 시간이 단 한 시간도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도둑맞은 집중력 p. 42
요 근래 재밌게 읽었던 책 중 하나인 <도둑맞은 집중력>은 스마트폰, 디지털의 폐해를 잘 보여준다. 멀티태스킹, 디지털 방해 등을 잘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집중력의 결핍을 솔직히 말한다. 세상은 SNS의 장정을 보여주기 급하지만 이에 대한 부작용은 무시하거나 그저 넘어갈 뿐이다. 당신도 글을 읽는 게 점차 힘들어진다는 걸 느끼지 않는가?
교수님과 대화를 나누는 걸 즐겨 약속을 잡고 밥을 먹거나, 커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때 미리 질문을 준비하기도 했고 메모를 하면서 교수님의 이야기를 적었었다. 상담심리 교수님 중 한 분을 만났고, 그때 교수님과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학생들이 PPT와 요약된 정보만을 얻으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아쉬워하셨었다. 하지만 "나도 어떤 정보를 얻을 때 이제는 책이 아닌 영상을 보려고 하니 할 말이 없다"는 말씀이 시대의 변화를 보여준다고 생각했었다. 그때 약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절반이 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대체로 교수님들은 책을 좋아하시는 비율이 높으신다. 박사까지 공부를 하기 위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하는 글을 많이 읽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공부와 자신의 분야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시대는 변화한다. 하지만 책은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그대로 멈춰있는 것처럼만 보인다.
이 시대에서 책을 읽는 건 사치라고 이야기하는 사람, 바쁘다는 한 문장을 가지고 책을 치워버리는 사람들. 여러 사람들을 자주 만난다. 그들이 이상하지 않다. 이 시대가 그렇고, 대한민국에서는 이 결말이 나오도록 교육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멈추지 않으면 생각하지 않는다. 빠르게 달리면서 생각하기란 쉽지 않다. 천천히 걸으며 생각하기가 훨씬 쉽다. 천천히 보다 빠르게를 외친다. 빠르게 돈 버는 법, 성공하는 법과 같은 이야기가 SNS에 넘친다. 3년 동안 꾸준히 책 읽기라는 무미건조한 이야기는 사람들을 혹하게 만들 수 없다.
하지만 생각하기 위해서는 멈춰야 한다. 멈추고, 고민하고 생각을 해야지 자신의 방향을 날카롭게 잡을 수 있고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 대학에 와서 약 1년의 시간이 남았다. 졸업까지의 유예기간을 주었기에 다른 이보다 넉넉하게 남은 이 시간을 '빠름과 효율'에 매몰되고 싶지 않다.
매일 멈춰있다면 그건 '멈춤'이라는 표현보다는 '도태'되어있다는 말이 어울린다. 멈춤과 도태는 결과가 다르다. 잠깐 하루의 멈춤을 하려고 애쓰고 있다. 5분의 아이디어를 정리하고, 내가 가진 생각을 한번 더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일을 해본다.
그래서 나에게 말한다.
5분만 멈춰서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