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 떠나온 제주
이렇게 긴 여행을 마흔이 넘어서야 해보는구나.
캐나다에 가서 살아보자고 남편과 마음먹고 차근자근 준비하기를 몇 년..
집을 팔고.. 이사를 하고.. 남편의 휴직.. 연이은 퇴사.
그리고 캐나다에서의 인생 2막을 위한 준비.
다소 가벼워진 마음으로 인생을 바라보다 보니 보이는 것들.
작년 캐나다 8박 11일 이후, 두 번째 제주 10박 11일 여행.
캐나다에 비해 이동시간이 훨씬 짧아 여행이 더 길고 알차게 느껴졌다.
직장생활을 할 때는 이렇게까지 휴가를 내기 어려우니 꿈꿀 수 없었는데.. 제주로 출발 첫날의 설렘을 가득 느꼈다.
열흘간 멍하니 먹고 쉬고 책 읽고 산책하고 마음껏 하리라 부푼 마음을 안고 하루하루 즐기며 지냈다.
어느새 마지막 하루를 앞두고 누웠는데 잠이 오질 않는다.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 듯하면서도,
첫날이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오묘한 기분.
우체국에 귤 택배를 부치러 가서 느낀 생경함. 마을 분들과의 대화에서 느껴지는 묘한 낯섦과 정겨움.
제주도 시골마을의 오래된 목욕탕에서의 푸근함.
지금의 느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간직하고 싶다.
나중에 캐나다에서의 삶에서 지금과 비슷한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짐작해 본다.
———————————————2023년 11월
브런치를 알게 되고 언젠가 나도 글을 써서 올리고 기억들을 정리하며 간직하고 싶다는 마음에 처음으로 썼던 글이다. 용기가 없어 브런치에 지원도 하지 못하고 그냥 조용히 서랍에 담아두었던 글이다.
2025년 11월 23일.
어느새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간 내 인생에 엄청난 변화들을 겪으며 힘들고 슬픈 일도 있었지만 잘 견디며 살아내고 있다.
여느 여행에서 그랬듯이 리조트나 호텔이 아닌 바닷가 마을에 조용한 에어비앤비에서 지내며 그 동네에 잠시 사는 듯한 경험을 해서인지 저 날 제주도 여행은 조금 더 특별한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언어도 문화도 전혀 다른 나라에서 여행이 아닌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아직도 가끔은 이 현실이 얼떨떨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캐나다에 와서 산지 1년 4개월 정도가 되어간다.
지난 9월부터 유아교육 전공 공부를 시작하며 적응하느라 정신없이 보냈다. 수업시간에 자유롭게 생각을 말해야 하고, 계속 영어로 에세이도 써서 내야 하고.. 부족한 영어로 고군분투하며 초반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지만 나름의 요령을 터득해 나가고 있다. 가을이 오는가 싶더니 겨울이 코 앞이고.. 이제 2주 후면 첫 번째 학기도 종강이다. 학교 수업은 주 2회만 나가면 돼서 수업이 없는 날은 봉사활동도 다니고, 커뮤티니 내에 있는 이벤트나 관심 있는 클래스를 찾아다니며 경험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알아가려고 노력한다.
언어도 문화도 낯설지만 친절한 사람들 틈에서 용기 내어 배우고 익혀가는 하루하루에 감사한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