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는 낮달
바쁘게 살아.
잊을 만큼 바쁘게 살아.
내가 붙든 말은 그런 것들이었다.
정말 그 말대로 시간은 빠르게 흐르더라.
그러나 내 마음의 변화는 하나도 생기지 않더라.
마치 일시정지를 해놓고 다른 작업을 하고 돌아온 것 같았어.
거기 그대로 멈춰있는 거지.
유보해 둔 순간들은 내가 혼자 있을 때 불쑥 찾아와.
바쁠 때는 당연히 안 찾아오지. 나도 성인인데.
나도 할 일을 다 해내지.
나도 그렇게 무모하진 않아. 믿을만한 구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나 홀로 한 몸뚱이인걸.
그 순간은 꼭 나 혼자일 때 와.
그러고선 꼭 나를 무너뜨려.
잘 견뎌온 나를 흔들어 놔.
아무것도 아닌 듯 잘 살아왔거늘 정말 다 괜찮아진 줄 알았는데
꼭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허물어버려.
우습다는 듯이 말이야.
너도 내 입장이 되어 볼 수 있을까?
그렇다 해도 너는 겪지 않았으면 해.
이건 너무 힘든 일이야.
이건 너무 고통스러워.
물론 네가 말한, 네가 겪어온 너의 고통에는, 내 고통은 손톱만큼의 아픔이겠지.
그래도 나는 그 고통이 전부였는 걸.
그래도 아프더라고.
그것도 아프더라고.
이해해 달란 건 아냐.
그저 이 시간이 내게 너무 길다고 느끼고 있는 것뿐이야.
너는 네게 느껴지는 시간들이 너무 길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그런 기도까지 것들 너에겐 쓸모없는 것들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