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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Jan 15. 2019

신혼, 그 달콤하고 씁쓸한 시간

5년의 연애가 말해주지 않은 진실

"오빠, 빨래통에 양말 좀 포개서 넣지 마."


누가 알았을까, 그가 양말을 포개서 넣는 사람이라는 걸. 

누가 알아줄까, 양말을 다시 펼쳐서 넣어야 하는 사람의 번거로움을.


"아 미안, 깜빡했다. 미안해."


다행히 그는 사과가 빠른 사람이다.

더 이상 어떤 변명도 하지 않고 곧바로 사과하고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진실아, 베란다 문 살짝 열어두라고 했잖아. 결로 생긴다고."


나는 또 깜빡했다. 그가 하지 말라고 했던 행동을.

나는 또 책망한다. 왜 이렇게 나는 실수를 반복할까.


"아 깜빡했다. 추워서 닫았었는데 다시 여는 걸 깜빡했네."


나는 그에 비해 미안하다는 말을 바로 내뱉지 못하는 사람이다.

횡설수설하듯 설명을 하고 앞으로는 깜빡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약간의 긴장감.연애 때는 상상할 수 없는 이유의 긴장감을 느낀다.



그가 나보다 꼼꼼하고 활기찬 성격이라는 건 연애 때부터 알고 있었다. 내게 부족했던 자신감 넘치는 모습과 일을 할 땐 이성적인 그의 성격이 좋았고, 그래서 연애를 시작했다. 


근데 그 좋았던 성격들이 이제 나를 비추는 거울이 된다. 그의 꼼꼼한 성격을 통해서 덤벙대고 실수가 많은 나를 보게 되고, 그의 자신감 넘치는 모습을 통해서 망설이고 주저하는 나를 보게 된다.

물론, 나는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그도 나를 사랑한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를 통해 발전하려고 한다.


이유는 딱 하나다. 우리의 신혼, 결혼 생활을 잘 보내고 싶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혹 그에게 너무 맞추려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덤벙거리고 망설이고 주저하는 모습도 너이기에 그로 하여금 받아들이라 말하라고. 너를 잃지 말라고.


하지만 난 말할 수 있다. 한 번 둘이 되어 살아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그 누군가와 함께 한 공간에서 몸을 맞대고 함께 숨을 쉬며 당신이 이제껏 가족이든 혼자든 집에서 누려온 그 모든 것의 자유를 혼자가 아닌 둘이 되어 느껴보라고.


신혼은 약속의 시작이다. 모든 것을 함께 나누며 기쁨도 슬픔도 함께 하겠다는 약속을 직접 보여주고 체험을 시작하는 출발선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년의 연애가 말해주지 않은 서로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그로 인해 생길 고난과 시련을 잘 헤쳐나가며 살겠다는 믿음과 약속으로 맺어진 사이다.


그 기쁨은 서로가 각자 살아온 다른 환경과 습관, 행동, 언행 등이 모두 '신혼집'이라는 한 공간에서 만나 각자의 바운더리를 지키며 상대의 감정을 최소한으로 상하게 하며 의식주를 함께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것이 지켜졌을 때, 비로소 둘은 제대로 된 신혼다운 신혼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연애는 잘 말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결혼은 잘 말해준다.

그 사람의 진실되고 가장 그 사람다운 모습을.


오늘도 우리는 저녁상을 차리며 수저와 젓가락의 위치를 국그릇 왼쪽에 놓는 것인지, 밥그릇과 국그릇 사이에 놓는 것인지로 대화를 나눈다. 결론은 나의 정답. 그는 말한다.


"우리 집은 수저랑 젓가락을 가운데에 놨었는데. 원래는 네 말이 맞네. 앞으로는 그렇게 놓아야겠다."


이 얼마나 생산적인 대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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