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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트루 Apr 18. 2019

<고양이 여행 리포트> 어찌 됐든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브런치 무비 패스 #4

*스포일러와 영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의 후원을 받아 관람한 후기입니다.




"내 마지막 고양이가 너라서 참 좋았어."라고  주인공은 말한다.


누구에게나 마지막은 존재한다. 

다만 그 마지막이 좋았는지 나빴는지로 나뉠 뿐.


당신 곁에 있는 '그 누군가' 혹은 '그 무언가'와 마지막을 함께 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나만 없어 고양이

"진짜 사람들 고양이(강아지) 다 있고 나만 없어."라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다. 심지어 지금도 종종 듣곤 한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향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식과 애정이 매우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은 이미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나조차도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노령견이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가 좀 더 묵직하게 와 닿았다.

'내 마지막 고양이가 너라서 참 좋았어.'라는 포스터 문구를 보고 '아 헤어짐을 말하는 영화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에 눈물샘을 건드린다.


예상하는 것처럼 이 영화는 반려묘와 흔히 말하는 집사 간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처음엔 길고양이였던 '나나'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를 주인공인 '사토루(후쿠시 소타)'가 구해준 것을 계기로 나나는 그를 집사로 간택한다. 

하지만 관객에겐 극 후반까지 비밀로 하던 사토루의 '알 수 없는 개인적인 이유'로 나나를 계속해서 기를 수 없게 되자 사토루는 나나와 함께 새로운 집사를 찾아 여행을 떠나게 된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새로운 집사가 되어 줄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과 관련한 사토루의 과거와 추억을 하나씩 꺼내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사토루의 추억들은 어쩌면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이야기로 사람들의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 여행 리포트>에선 이런 주인공의 '과거로의 추억 여행'이란 장치를 단순히 미화시키거나 눈물샘을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주인공 사토루는 '함께 사는 삶이 무엇이며' 나아가 '어떻게 사는 삶이 더 아름다운 삶인지'를 보여준다.


여기서 나는 이 영화의 제목이 흥행 여부를 떠나 <고양이 여행 리포트>가 아닌 <사토루 여행 리포트>가 더 적절하다는 데 동의하는 바이다.


#추억을 따라가는 여행

이 영화는 새 집사를 찾아 나선 고양이 나나와 순수한 청년 사토루의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이별 여행을 그린 감성 영화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이별 여행의 주 테마는 '추억'이라고 생각한다. 

사토루는 자신의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 동창 중 나나를 키울 수 있을 만한 친구를 찾아다니며 직접 나나를 소개한다. 그리고 각각의 장소에서 만난 각각의 친구들과 얽힌 추억을 소환하며 사토루의 과거 모습과 주요 사건들을 관객에게 보여준다.



그렇게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나며 하나둘씩 밝혀지는 사토루의 관한 추억들은 나나가 사실 사토루의 첫 고양이가 아님을 말해준다. 그의 첫 번째 고양이는 '하치'라는 고양이였는데 나나와 매우 닮은 고양이였다. 힘들게 키우게 된 하치와 사토루의 추억을 보여주며 사토루가 얼마나 고양이를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생명을 소중히 하는 순수한 아이인지 보여준다. 

그리고 불의의 사고로 하치를 잃게 된 사토루가 두 번째 고양이인 나나를 만나기 전까지 고양이가 아닌 인간과 맺은 관계는 또 어떻게 아름답고 소중했었는지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고양이와의 연대감과 우정을 그린 영화가 아니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고양이를 소재로 한 '모든 관계에 대한 소중함'을 그린 영화다.


사토루가 나나를 맡기기 위해 찾은 집사 후보들은 모두 사토루와 잊을 수 없는 시간을 함께 보낸 사람들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을 다시 만나며 추억을 끄집어내는 사토루의 일련의 과정들을 통해 의미를 던져준다. 사토루는 단순히 그들과 과거를 추억하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과거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고 미래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하기도 한다. 

또한 과거 친구들 사이에 남아있던 미묘한 감정들도 사토루만의 방식으로 재치 있게 정리하며 그들의 우정을 더욱 돈독히 다지기도 한다.



이모 또한 그중 한 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친구는 아니지만 어렸을 때 돌아가신 부모님 대신 같이 살게 된 이모는 늘 사토루에게 미안해한다. 자신의 직업 특성상 전근을 많이 가는 바람에 사토루는 곧잘 전학을 가곤 했다. 하지만 사토루는 그런 이모에게도 말한다. 오히려 이모를 만나서 전학을 다니며 더 많은 친구들을 만나서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다고. 그리고 자신의 인생 여행을 이모가 더 재미있고 다채롭게 만들어 줬다고.


그리고 자신의 추억 한편을 차지하며 이 여행의 중심이자 계기인 나나에게도 말한다.  

'내 마지막 고양이가 너라서 참 좋았어'라고.


#좋은 사람 곁에는 좋은 사람이 있다

사토루가 따뜻하고 좋은 사람이어서 그런가 그의 주변엔 모두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이 내뿜는 대사와 행동 그리고 눈빛 하나하나 모두가 따뜻하다. 그전에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본 영화 <러브리스>를 보고 난 후여서 그런지 특히나 이번 영화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여기저기서 다들 사랑과 애정을 말하고 있는 듯했다. 아주 온기가 넘치다 못해 흘러내리는 기분이었다.


그의 주변은 모두 사토루라는 인연으로 얽힌 인물들이지만 동시에 '고양이' 넓게는 '반려동물'로 얽힌 사람들이다. 모두 고양이를 키우길 원하며 심지어 이미 고양이와 강아지를 모두 키우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인 반려동물을 어떻게 다루는지 공유하며 동시에 인간인 그들 서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유한다.

그런 그들에게는 역시나 온기는 물론 사랑이 넘쳐나며 각자의 방법으로 서로를 응원한다.



사토루는 그런 친구들보다 더 한 애정과 온기를 지닌 사람이다. 늘 순수하고 감사하며 베풀고자 하고 주위를 배려하는 인물이다. 

이 영화는 고양이로 관심을 끌고 사토루라는 주인공을 내세워 모름지기 인간이라면 가져야 할 따뜻한 마음과 인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처럼도 보였다. 하지만 일본 영화 특유의 신파(?)가 그러하듯 주인공이 너무 착하고 다정다감해서 오죽하면 가끔 극의 흐름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되기도 했다.


#아쉬운 일본 영화 특유의 신파

그래서인지 귀여운 고양이를 소재로 했다는 부분엔 끌렸지만 일본 영화라는 점에서 <고양이 여행 리포트>가 살짝 아쉬웠다. 단순히 일본에서 만든 영화 때문이라는 게 아니라 앞서 말한 일본 영화가 가진 그 특유의 신파 때문이라면 때문일 거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주인공 사토루를 어떻게든지 계속해서 불행하게 만든다. 시련에 시련을 주고 아픔에 아픔을 더한다. 수학여행을 간 초등학생 사토루에게 갑자기 교통사고로 부모님이 한순간에 돌아가시게 되었으며 자신을 찾아온 친척들은 모두 자신을 맡길 거부 한다. 심지어 자신이 키우던 하치까지 멀리 보내야 한다. 


고등학생 때 좋아하던 여자도 사토루는 자신의 남자 친구를 위해 포기하고 그에게 응원을 보낸다. 그러던 중 하치를 되찾기 위해 열심히 아르바이트까지 하던 사토루에게 불의의 사고로 하치가 죽었다는 비보까지 전해진다. 그리고 더해지는 반전. 사실 사토루의 부모님이 친부모님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주인공은 어떻게든지 불행해지고 도대체 행복해질 기미를 만들어주지 않는 듯하다. 


심지어 사토루, 알고 보니 불치병 환자이다. 

계속되는 불행과 반전은 사토루를 지치고 힘들게 만들 법 한데 그럼에도 주인공은 늘 순수하고 감사하며 사랑을 나누고 주위를 먼저 배려하는 청년이다.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극 중 사토루는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다소 덜 보였다고 생각했다. 물론 3번의 오열 장면은 나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토루는 마치 영화에만 존재할 법 한 그런 사람으로 느껴졌다. 



무엇보다 일본 특유의 오글거리는 대사들은 가끔 내 어깨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그나마 덜 심한 '사랑한다고, 바보야.'와 같은 오글거리는 일본풍의 멜로 감성 대사들을 견디지 못하는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대다수의 유명한 일본 드라마와 영화들을 줄곧 접했기에 면역력(?)이 생겼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마음의 준비는 하고 보는 게 좋을 듯하다.


위와 같은 일본풍 멜로 감성 영화를 보며 먹먹한 슬픔을 온몸으로 느끼고 같이 슬퍼하는 것이 취향에 맞는 사람이라면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풍 멜로 감성이 부담스러운 사람이라면, 특히 클라이맥스에서 모든 눈물과 사랑 그리고 인생에 대한 통찰과 오글거리는 명언을 던지는 영화를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꼭 이렇게 신파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야만 했는지에 대한 아쉬움이랄까.


#그럼에도 '일본스러운' 영화는 감동을 준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을 다 넘어서서 동물을 향한 주인공들의 애정 어린 시선과 관심 그리고 사랑을 한 껏 느꼈다면 분명 이 영화를 통해 따스한 위안과 공감을 얻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고양이 여행 리포트>는 단순히 반려동물과 주인과의 관계만을 말하지 않는다. '종(種)'의 개념을 뛰어넘어서 동물과 인간 혹은 인간과 인간만이 아닌 오직 '존재와 존재' 그 자체 간의 상호작용을 보여주고자 노력한 것 같다.


결국에 우리는 모두 같은 엔딩을 맞이한다. 그것은 동물과 인간 모두 적용되는 분명한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가 이 한 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서로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서로가 어떻게 사랑을 나눠야 하는지에 대해 이 영화는 보여주고자 노력한다.



그런 노력의 일부가 바로 나나라는 고양이를 비롯한 극 중 모든 동물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한 것이라 생각된다. 

물론 사람과 동물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목소리를 관객에게 들려줌으로써 나나가 사토루를 향한 감정을 단순히 키워주고 먹이를 주는 집사라는 개념을 넘어서 어떻게 사랑을 나누고 서로 위안을 얻는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은 영화 전체에 따스한 기운을 배로 늘려준다. 


고양이가 주인공을 향해 낯간지러운 말을 하는 부분마저 일본 특유의 신파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이러한 부분은 '일본스러운 신파'가 이 영화에 안겨준 최고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결국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영화에서 나나와 사토루는 결국 헤어진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 끝은 항상 마음이 아프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늘 서로를 추억한다. 그 추억 속 서로의 이야기는 조금씩 다를 순 있지만 어찌 됐건 그 누군가를 혹은 그 무언가를 기억하고자 하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다.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추억과 여행이라는 소재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비록 나나를 맡길 새로운 집사를 찾기 위해 시작된 여행이지만 결국 이 여행을 통해서 사토루는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걸어온 이 인생이 전혀 부질없지 않았음을, 그리고 함께 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가 소중했음을 깨닫는다.



흔히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었을 때 무지개다리를 건넜다고 표현한다. 

보통 인간이 동물보다 평균 수명이 길기 때문에 반려동물이 죽는 걸 지켜보고 슬퍼하지만 독특하게 이 영화는 반대다. 나나는 무지개를 보며 먼저 간 사토루를 기억하고 남은 사토루의 지인들도 그를 추억한다.

사토루는 비록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소중한 사람들, 심지어 동물인 나나를 비롯한 모든 이들이 이 세상에 남아서 계속해서 그를 기억한다. 


함께 하고 있지 않지만 늘 함께 살아간다는 아름다운 아이러니가 성립되는 순간이다.


이 영화 속 포스터는 우리에게 당신 곁의 가장 소중한 존재는 누구냐고 묻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사람들 혹은 그 외에 존재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언젠간 우리가 인생이라는 아름다운 여행을 마무리할 때, 서로 좋은 추억을 공유하고 자신을 기억해 줄 수 있는 존재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이 행복하고 온전한 것임을, 끝에는 누구나 혼자 가지만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을 목표로 살아도 전혀 무방하다고 생각한다.


어찌 됐든 우리는 다른 이들과 함께 살아가며 결국에는 우리 모두 추억하기 위해 살아가니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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