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리스> 사랑을 말하지만 사랑이 없는 불편한 진실

브런치 무비 패스#3

by 김트루

*스포일러와 영화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해석이 있습니다.

**[브런치 무비 패스]의 후원을 받아 관람한 후기입니다.




우리는 타인을 단지 수단으로 여깁니다. 그리고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죠.

사랑을 흉내 내면서 스스로에게, 그리고 서로에게 거짓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생존을 위한 투쟁만 한다면 진정한 사랑에 영영 닿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기적인 자아는 자신만을 위해서 싸울 테니까요.

저는 그런 것들이 흥미롭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어쩌면 전부 그런 것들일 테니까요.


-안드레이 즈비아긴체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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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잃어버린 이 시대의 황폐함

<러브리스>의 포스터만 봐도 이 영화의 분위기와 주제가 한눈에 보인다. 아무런 표정 없이 핸드폰만 바라보는 엄마 제냐(마리아나 스피바크)와 역시나 같은 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보는 그녀의 아들 알로샤(마트베이 노비코프). 시종일관 등장하는 그들의 공허한 표정은 영화 제목인 <러브리스>, 'LOVELESS'(사랑이 없는)라는 제목을 압축적으로 담아낸다.


극 중 주인공은 서로에 대한 분노와 비난만이 난무한 몇 년간의 결혼생활을 뒤로하고 이혼을 결심한 부부다. 각자의 연인이 이미 존재하는 엄마 제냐와 아빠 보리스(알렉세이 로진)에게 그들이 살던 집은 하루빨리 처분해야만 하는 대상이며 아들은 양육권을 떠넘기는 골칫거리다. 여느 때처럼 양육권 문제로 말다툼을 하는 제냐와 보리스. 그리고 닫힌 문 뒤로 알로샤가 소리 없이 오열한다. 다음날 알로샤가 사라진다.


이렇게 영화는 '이혼을 앞둔 부부와 아이'라는 다소 심플한 설정에 '사라진 아이'를 더하여 극 초반에 몰입감을 선사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LOVELESS'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어린아이의 실종을 소재로 하는 여느 영화에 대한 고정관념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는다.


아이를 절박하게 찾으며 그 과정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더 굳건히 사랑을 확인하는 부모도, 몸값을 요구하는 유괴범도, 결국 아이를 찾아 끈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그 어떠한 것도 없다. 아이의 실종을 하루 후에 알게 된 무심한 부모와 서로를 탓하는 무책임한 부모의 모습만을 계속해서 보여줄 뿐이다. 심지어 알로샤가 실종된 이후의 행방과 알로샤가 평소에 느낀 부모에 대한 감정에 대해선 그 어떠한 대사 한 줄 없다.

그저 아이는 그렇게 사랑이 결핍된 가족과 세상 속에서 쓸쓸히 잊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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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끝날 때까지 차갑고 황량하다. 단순히 러시아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추운 게 아니라 끝까지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없는 극 중 주인공들과 그들을 둘러싼 모든 상황과 사람들의 행동이 드러난 연출 때문에 차갑고 황량하다.

영화는 황량한 숲과 겨울의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준다. 그리고 알로샤가 집을 나와 있던 곳으로 밝혀지는 폐건물 역시 황량함 그 자체이다. 더불어 아이가 실종된 날이 길어질수록 더 냉담해지고 시니컬한 부모의 표정은 이 영화의 제목에 박차를 가한다.


부모는 절박한 심정으로 아들을 찾기 위해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 심지어 아빠 보리스는 아이의 실종으로 오직 연봉 높은 회사에서 잘릴까 봐 걱정한다. 그들은 지하철과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는 무표정한 사람들보다 더 냉담하며 잃어버린 자식에 대한 그 어떠한 감정도 찾아볼 수 없다. 그나마 경찰과 부모보다 알로샤를 더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자원봉사자들에게도 그 어떠한 동정의 시선과 감정을 찾아보긴 힘들다.


이 영화에는 온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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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아이, 변한 건 아무것도 없다.

아이의 양육권을 서로 떠넘기며 어떠한 사랑도 주지 않았던 알로샤가 사라졌고 그토록 원하던 각자의 새로운 애인과 시작하는 생활은 다소 찜찜하기는 해도 사랑이 넘쳐야 한다.

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사랑이 없다.

제냐는 진정한 사랑이라고 말하던 애인과 한 집에 있으면서도 어떠한 대화도 나누지 않고 다시 핸드폰만 보기 시작한다. 보리스 역시 심드렁하게 소파에 앉아 tv만 보며 애인이 낳은 아이를 무심하게 대하는 행동을 보인다.

사랑 없는 사랑이 다시 시작된 것이다.


전작 <리바이어던>에서 절대 권력에 의한 불평등을 비판했던 감독은 <러브리스>에서 '사랑이 사라진 시대'를 적나라하게 조망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이 사라진 시대와 현대인들의 모습을 한 가족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어떠한 문제보다도 냉철하고 차갑게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제냐는 보리스와 결혼을 했지만 이는 오직 사랑이 없는 어머니로부터 시달리다가 일종의 탈출 수단으로 선택한 것이다. 그녀는 "멍청해서 임신했다. 내가 원해서 임신한 게 아니다. 정말 낳고 싶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태어난 알로샤는 당연히 사랑받을 수 없었고, 아이는 뼈저리게 그것을 느껴왔다. 그렇게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아이는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택한다.

사랑 없는 사랑의 대물림, 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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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각자의 새 연인들과 함께 살고 있는 제냐와 보리스는 행복하지 않다. 그들은 이미 사랑이 사라진 사람들이며 사랑이 사라진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는 특히나 집요할 만큼 육체적 관계에 집중한다. 외도 중인 부부가 각자의 새 연인과 섹스를 하는 두 번의 장면은 지나칠 만큼 자세하며 그 어떤 장면보다 천천히 그리고 심도 있게 접근한다. 오직 육체적인 그 순간만이 그들이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며 그것만이 전부라고 말하듯이 말이다.


한 때 서로를 사랑했으나 극 중 끝에 다시 조명되는 그들의 심드렁한 표정과 숨 막히는 분위기는 진정한 사랑을 잃고 짧은 쾌락만을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은 영화 초반부터 후반까지 계속해서 관객들에게 서늘한 공감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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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한 표현 수단인 섹스는 숨죽이고 볼만큼 계속해서 보여주는데, 정작 그로 인해 태어난 한 생명은 모질고 처참하게 사라진다. 그리고 그 순간, 관객조차 사라진 아이를 잠시 잊어버린다.


#한 가족을 넘어서 러시아 사회로, 그리고 전 세계 현대인들의 모든 삶으로

감독은 <러브리스>에서 나오는 라디오나 tv 방송을 통해 러시아의 정치적 문제를 드러내기는 했지만 그것은 그저 영화의 배경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는 국가를 한 번 비판해보자는 마음으로 시나리오에 임하지 않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인간이 사는 곳이 극 중 배경인 러시아가 될 수도 있고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이 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주한 현실과 인간의 삶은 모두 우리가 만들어 가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이념과 실행하는 행동이 바로 사회를 만들고 국가를 형성하며 이것들이 모두 모여 전 세계를 구성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 'LOVELESS'가 존재하는 문제에 당면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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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점점 피곤해진다. 타인들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끊임없는 정보와 과도한 이슈들로 점점 피곤한 사회가 되었다. 하루라도 핸드폰을 안 보면 살 수가 없는 세상이다. 이런 사회 속에서 우리는 점점 자신만을 위해 살고 있다고 감독은 말한다.


극 중 레스토랑에서 애인이 있지만 다른 남자에게 번호를 거저 주는 여인과 미용실에서 아주 쉽게 다른 사람의 직업과 가정환경을 이야기하며 헐뜯는 사람들, 지하철과 엘리베이터 속 아주 무표정한 얼굴로 핸드폰만 응시하는 사람들, 인생은 오직 셀카뿐이라고 말하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그리고 라디오와 tv에서 나오는 각종 종말론과 우크라이나와의 전쟁과 난민들의 포효.

이 모든 것들을 통해서 모든 것이 점차 차갑게 식어가고 황폐화되는, 진정한 사랑이 없는 사람들과 국가에 대한 통찰력 있는 비판을 감독은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더 파고들면 러시아의 상황도 꼬집어 낼 수 있지만 굳이 이 영화에 정치적인 의미부여는 하지 않으려 한다.

이미 '사랑이 없는', 'LOVELESS' 만으로도 우리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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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없으면 죽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극 중 tv에서 나오는 전쟁으로 인한 난민의 포효.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우리는 택시 운전사이자 노동자이다. 근데 왜 우리가 이런 피해와 고통을 당해야 하는가."라고 했던 것 같다.

왠지 이 대사가 난민만의 포효가 아닌, 알로샤의 포효로 들렸다면 내 착각일까.


열심히 살았던 그들에게 국가와 국가의 이념 및 자원 문제로 전쟁이 발발하고 한 순간에 고통의 끝에 선 그들에게 과연 무슨 잘못이 있을까 싶은 것처럼 알로샤 또한 아무 선택권 없이 부모에게서 태어났지만 결국 그들의 싸움으로 죄 없던 아이가 버림을 받고 스스로 사라지는 것을 택한 이 현실.

결국 '사랑이 없으면 죽는다'라는 말은 과언이 아니다. 이 말은 비유도 아니며 오직 현실 그 자체이다.


아이의 실종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에 대한 행방이 아닌, 오직 부부의 외도와 심하다 싶을 정도의 무심한 행동에 포커스를 맞춘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본다. 사랑이 없는 사랑은 정말 누군가를 잔인하게 죽일 수 있다. 사랑받지 못하면 이 세상에서 사라진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러한 문제를 모른 척하지 말아야 한다. 이미 우리는 수없이 마주했을지도 모른다. 내 주변에서, 가정에서, 국가에서 그리고 당신이 그렇게 보고 있는 핸드폰 속에서도.

그 해결책은 아주 단순하고 명백하게 사랑일 수도 있다. 가장 포괄적이지만 가장 확실하고도 단순한 해결책, 사랑.


사랑은 어쩌면 영원하지 못하며 우리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 사랑을 추구하며 쫓아가는데 시간을 보낸다.

진정한 사랑을 찾아 나누기도 아까운 시간에 점점 사랑이 없는 시대로 변해가는 우리 삶에 대해 지독하게 적나라한 영화, 바로 <러브리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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