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13년 전 군대에서 처음 경험한 공황장애, 하지만 그 당시에는 공황장애라는 개념이 잘 없던 시절이라 내과 검사만 받다가 재대를 하고 증상은 사라졌다.
https://brunch.co.kr/@wlstmzl/9 <- 1편 링크
그렇게 군대를 제대하고 남들처럼 취직을 했다.
영상학과를 졸업하고 영상기획, 촬영, 편집을 다 해야 하는 회사에 취직했기 때문에 스타렉스 같은 밴을 몰 일이 자주 있었다.
그렇게 밴을 몰던 어느 날, 문득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심장마비로 정신을 잃어서 자동차 사고가 나면 어떻게 하지?
손에 땀이 흥건하게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황장애 라이즈 시즌이 시작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공황장애 라이즈 시즌은 내가 겪었던 공황장애 중에서 제일 강도가 약했던 시즌이었다.
항상 체력이 달린 느낌은 좀 있었지만, 밴을 몰 때를 제외하고 일상생활을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
그렇게 2번째 공황장애는 별 어려움 없이, 넘어갔다.
3번째 공황장애는 한여름 달리는 도중에 시작되었다.
나는 헬스랑 달리기를 20대 후반부터 꾸준히 했다.
2년 전 여름에도 여느 때처럼 집 주변 저수지 공원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근데 평소랑은 다르게 묘하게 숨이 찼다.
페이스를 줄여도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 컨디션이 별로네라고 생각하면서 걸어서 집에 가려 했다.
여전히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걷기 시작한 지 10분이 넘었지만 워치의 심박수는 16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공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20분가량, 그 사이에 언덕이 2개 있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지옥 같았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집에 가만히 있는데도 심박수가 올라가고 식은땀이 나서
결국 대학병원 심혈관 관련 과에 방문해 심전도, 운동부하검사, 72시간 홀터검사, 심장초음파, 폐활량 검사, 폐 x-ray 사진을 찍었다.
당연히 모든 검사는 -이상 없음-
의사 선생님은 신경성인 거 같다고 1주일간 복용할 안정제를 주셨고 그래도 모든 검사를 받고 나니 안심이 되었고 발작 수준의 공황장애는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유산소 할 때 불안감, 사우나에 들어가지 못함, 버스나 지하철 탈 때의 불편감은 그림자처럼 내 일상에 드리워져 있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올해 여름이 시작되었다.
일을 쉬는 날, 한동안 바빠서 가지 못했던 헬스장에 가서 헬스 후 유산소 달리기를 했다.
1년 전 공황발작 이후 유산소를 할 때마다 불편감은 있었지만 그날따라 더 힘든 느낌이 있었다.
그렇게 집에 와서 밥을 먹는데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워치를 보니 심박수가 170까지 올라갔다. 공황발작이 시작됐다. 그리고 나의 경우 공황발작은 상당히 오래갔다.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심박수는 150대를 유지했고 그 이후 3시간가량 심박수가 120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아무래도 내 공황 트리거는 덥고 습한 날씨가 아닐까 싶다.
아무튼 13년 만에 결국 나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다.
처음 처방받은 약은 처음 저녁약을 먹고 일어났을 때 마취에 깼을 때처럼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느낌,
아침약은 점심때쯤 기면증에 가까울 정도로 기절할 듯이 잠이 쏟아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2번째 방문 때 부작용을 이야기하고 약을 바꿨다. 다행히 부작용은 사라졌다.
특히 저녁약의 경우 수면 유도제처럼 부드럽게 잠을 유도하는 느낌까지 있어서 오히려 꿀잠을 잤다.
약을 먹은 지 2주가 지났지만 여전히 실내에서 공황이 올 것 같은 느낌을 예기불안을 느낀 적이 있었고, 산책 중에도 불쾌한 느낌을 느끼곤 한다.
공황장애 인지치료 관련 책도 읽기 시작하고 이번에는 공황장애라는 이놈을 완전히 죽여버리기로 다짐했다.
공황장애 전문가들이 말하길, 결국 공황장애라는 건 내 사고회로의 흐름이 불안을 야기시키는 쪽으로 습관, 고착된 사람들에게 찾아오는 증상이다.
이 말은 어떻게 보면 병도 아니고 걱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어떻게 보면 완치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나처럼 공황장애로 힘들어하는 모든 사람들을 응원한다.
하지만, 약이나 의사에게 의지하면 증상 완화는 가능할지언정 완치는 불가능하다.
물론, 공황발작을 경험한 사람은 처음에는 약의 힘으로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앉아있는 상황에서 심박수가 170까지 올라가는 경험을 해본 사람은 진심으로 죽음의 공포를 마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 한 번이라도 가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병원에서 대기하고 있는지.
의사가 나에게 할애하는 시간은 5~10분 사이. 이 시간은 내가 인지치료를 받기에는 너무나 짧은 시간이다.
결국 인지치료 관련 책이나 정보를 통해 나의 잘못된 생각의 방향을 교정하고, 스스로 불안을 야기하는 습관을 고쳐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공황장애의 이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공황장애는 어떻게 보면, 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나 스스로 강제하는 것이다.
13년 동안 공황장애는 시즌4를 맞이했다.
시즌4 정도면 이제 이 드라마를 마무리하기에 적절한 시즌이라 생각한다.
5252 공황장애, 이번엔 반드시 숨통을 끊어버리겠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