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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Jun 20. 2022

임산부에게 시청역 콩국수의 의미

결혼 전, 나는 그다지 콩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다. 남편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이 이야기했다.

"시청역에 맛있는 콩국수가 있는데 그거 먹으러 안 갈래?"

시청역은 집과의 거리가 30~40분 거리이며 막히는 시간에는 1시간까지도 소요되는 꽤 먼 거리이다. 딱히 내키지는 않았지만 남편이 먹고 싶어 하는 것 같아 못 이기는 척 따라나섰다.


그렇게 딱히 먹고 싶지도 않은 콩국수 한 그릇이 내 앞에 놓였다.

수저를 들어 콩국물 한수저를 가득 떠 입에 후루룩 넣는 순간, 동공이 확장되고 미각과 두뇌의 감각이 깨이며 별망 치로 머리를 맞은 기분이었다.

"세상에 이런 콩국수가 있었어? 너무 맛있잖아?"

그 뒤로부터 나의 시청역 콩국수 사랑이 시작되었다. 주말마다 남편에게 오빠 콩국수 먹으러 안 갈래? 라며 두 눈을 반짝였다.


그러다 임신을 하고 심한 입덧으로 인해 차를 타고 단 10분을 가기가 힘이 들어지면서 차가 막히는 시청역까지 갈 생각도 감히 할 수 없었다. 먹으면 토하고 울렁거림의 반복이었지만 콩국수 한입 먹으면 딱 좋겠다 싶었다. 그러다 입덧이 멈춘다는 임신 16주, 16주가 되기만을 너무나 기대하였지만 나의 주치의는 입덧은 줄었지만 아기가 아래로 많이 내려와 있으므로 앉아있지도 말고 서있지도 말고 움직이지도 말고 그냥 누워서 절대 안정을 취하라고 말씀하셨다.


으로 돌아와 주말 내내 누워있는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시청역 콩국수가 너무 눈에 아른거렸다. 먹고 싶은 거 하나 먹으러 갈 수 없는 내 신세가 갑자기 처량하다고 느껴져 난데없이 남편 앞에서 콩국수가 먹고 싶다며 아기처럼 엉엉 떼를 쓰기 시작했다.


그런 나는 옷을 입혀 차에 태우고 최대한 좌석을 뒤로 재껴서 눕힌 다음 남편은 나를 시청역 콩국수 집으로 데리고 갔다. "잠깐 앉아서 밥 먹는 정도는 괜찮을 거야.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울면 어떡해."

라고 이야기하며 자리에 앉자마자 콩국수 두 그릇을 주문했다.


내가 시청역 콩국수집에 앉아있다니 마치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그토록 바랐던 임신 5개월 차에 비로소 먹게 된 시청역의 콩국수. 그 맛은 역시 진리였다.  한 그릇을 먹고 나자 입에서 삐죽삐죽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너무 맛있어! 헤헤헤"

임산부에게 이 콩국수가 주는 의미는 정말이지 엄청난 기다림이었고 행복과 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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