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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May 24. 2022

임신, 처음 마주한 그 세계.

입덧은 처음이라.

나는 참 겁쟁이다. 임신 전에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컸기에 임신한 임산부들을 보면서 참 대단하다. 라고 생각했다.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시작된 건 학생 간호사 시절, 학생 실습을 위해 출산하는 산모를 분만실에서 생생하게 지켜볼 때였다. 진통이 시작되고 분만이 시작되면서 산모는 비명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산모가 내는 그 비명소리는 나는 세상에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는 고통스러운 지옥 저 아래에서 끌어 나오는 짐승의 포효소리였다. 그 비명을 듣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지며 앞이 하얘지기 시작하면서 나는 그 자리에서 털썩 주저앉았다. 그날 분만실에서 울면서 질질 끌려 나온 건 분만한 산모도 아니고 그 산모의 가족분들도 아닌 바로 학생 간호사 신분인 나였다. 엉엉 울면서 나는 산모는 괜찮냐며 외쳐댔다. 내가 쓰러져 누워서 아직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을 때 산모는 자연분만을 마친 뒤 병실을 유유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그 뒤로 나는 다짐했다. 나는 절대로 자연분만을 하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래도 이 와중에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결정을 하지 않은 건 스스로 대견하다고 여기는 부분이다.


2019년의 겨울, 지금의 남편과 나는 교제를 시작했고 이듬해 가을, 우리는 결혼을 했다. 연애 중에도 결혼 후에도 내게는 남편이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러웠다. 마치 소중한 아이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남편의 예쁜 마음과 얼굴을 보며 나는 남편을 쏙 빼닮은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임신에 대한 두려움이 채 가시지 않았지만 그 모든 두려움을 극복할 만큼 아이가 간절했을 무렵 우리 부부에게 아기 천사가 찾아왔다.


출산에 대한 생각과 정보는 정말 많이 찾아보고 생각해왔지만 나는 입덧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입덧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 입덧 정도야 ㅎㅎㅎㅎ'라는 아주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입성한 임신 1라운드 입덧의 세계는 내게는 정말 신선한 헬게이트로 펼쳐졌다. 이 세상의 모든 냄새가 싫었다. 지나가는 꽃냄새도, 집에서 나는 빨래세제 냄새도, 비누 냄새도, 밥하는 냄새도, 심지어 남편의 살 냄새도 싫었다. 집에 있는 것도 고역이었지만 출퇴근길과 출근해서의 생활이 너무나도 고역이었다. 지나가다 보이는 음식점들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도 직장에서의 식당 냄새들도 모든 게 내게는 역했다. 그 역한 냄새를 맡으면 먹은 음식도 없었지만 저 단전 깊은 곳에서부터 위액을 끌어올려 몽땅 토해내었다. 음식이 역하다고 해서 굶을 수도 없었다. 빈속이면 울렁거림이 더 고조되어하다 못해 향이 없는 크래커라도 의미 없는 표정으로 입에 구겨 넣었다. 먹고 토하고 울렁거리는 그 시기는 1~2달간 계속 지속되었다. 어느 순간 아이를 가졌다는 기쁨은 어디로 가고 아침에 눈을 뜨면 한숨부터 나왔다. '아... 오늘 하루는 또 어떻게 살아가지?' 이렇게 임신 12주가 될 때까지 사람다운 삶을 영위하지 못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 자체가 힘이 드는 하루하루였다. 입덧의 세계 덕에 나는 임신기간 나는 강제 다이어트를 할 수밖에 없었다.


입덧, 그리고 그다음 라운드는 뭘까?

입덧기간 나와 함께해준 참크래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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