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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복덩맘 Mar 23. 2023

자연분만과 모유수유가 사랑의 지표인가요?

아이를 낳기 전부터 주변에서 자연분만해야지? 모유 먹여야지? 하는 은근한 압박이 있었다. 신경 안 쓰는 척했지만 은근히 신경이 쓰였고 또 은근한 스트레스가 되었다. 나로서도 자연분만과 모유수유가 좋겠다고 이미 생각하고 있었지만 주변어른들이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이야기를 하니 나의 청개구리 기질로 인해 괜스레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반드시 고집하지는 말야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자연분만을 했고 또 어쩌다 보니 4개월째 분유를 전혀 먹이지 않는 완전모유수유를 하고 있다.


38주가 될 무렵 마지막 검진을 갔다. 주치의 선생님은 아이의 머리둘레가 42주 크기라는 이야기를 하시며 더 지체하지 않고 출산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다. 아이의 머리둘레가 자연분만이 힘든 크기라 제왕절개 날짜를 잡았다. 제왕절개 날짜를 잡으니 언제 진통이 올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오히려 마음이 편안했다.  짐을 천천히 챙겨서 여유롭게 병원에 갈 준비를 하려던 대망의 제왕절개 당일이었다. 오전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니 속옷에 피가 많이 묻어 나와 있었다. 미약한 진통도 함께 느껴지고 있었다. 그렇게 예약된 시간에 병원에 갔고 내 상태를 보시던 주치의 선생님이 이미 자궁문이 2cm가량 열려있는 상황이라 오늘 제왕절개 대신 자연분만을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하셨다. 그렇게 수술예정일 당일, 제왕절개일정이 자연분만으로 변경되었고 임신 38주 4일이었던 입원수속당일, 8시간 만에  3.75kg으로 건강한 남자아이를 낳게 되었다.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는 나에겐 한 끗 차이었다.


출산을 하고 3일째 되던 날, 가슴이 미친 듯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렇게 아파올 줄은 몰랐기 때문에 당황스러웠다. 병원에서 조리원으로 옮기는 출산 3일째에 처음 모유수유를 위한 가슴마사지를 받게 되었다. 조리원에서 알게 되었다. 나의 모유량이 많다는 것을 말이다. 모유량이 많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축복이고 또 어떻게 보면 고행길이다. 모유량이 적었으면 어쩔 수 없는(?) 분유수유를 선택했겠지만 모유량이 많았기 때문에 당장 단유를 하지 않을 거면 계속해서 유축과 직수를 해야 했다. 조리원 퇴소를 한 후 집에 오니 이왕 모유양이 많을 바에 모유를 조금 더 먹여보자는 욕심이 생겼다. 3시간마다 깨서 모유를 먹는 신생아덕에 나는 2시간마다 잠에서 깨서 모유를 먹이면서 아이를 케어했다. 고문 중에서 잠을 안재우는 고문이 있다고 하던데 바로 이거구나.. 그렇게 모유수유를 선택한 대가(?)로 생후 100일까지 고행길을 걸었다. 모유를 먹일 때마다 가슴통증으로 고생을 겪기도 했고 엄마 몸의 영양가가 모유로 고스란히 빠져나가기 때문에 산후회복이 더디기도 했다. 어지러운 몸을 가누지 못해 영양제를 맞아가며 버티기도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생후 100일까지는 태어나서 겪어본 일들 중 손에 꼽게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나서 아기가 울면 나도 너무 몸이 힘이 들어서 함께 엉엉 울기도 했다. 창밖을 보며 카페에 가서 카페인 가득 들어간 아메리카노 한잔 시켜서 책을 읽으며 소소한 사치를 부리고 싶다고 생각을 했다. 아침마다 출근하며 점심시간을 보장받는 남편이 부럽기도 했다. 아이가 생후 120일이 넘은 지금, 이제는 아기의 낮잠시간에 이렇게 브런치에 글을 쓰는 여유를 부릴 수 있게 되었다.


친구가 전화로 요새 육아는 어때? 하고 물어볼 때마다 출산 후 100일까지를 되짚어보게 된다. 사실 출산 후 약 100일까지는 정말 행복한 기억이 많이 없다. 나에게 출산 후 100일까지는 거의 고난과 고행의 여정으로 기억되어 있다. 그리고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모유수유를 꼭 그렇게 고집해야 할까? 정말 그럼 엄마와 아이가 행복하고 건강한 걸까? 모유수유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이를 맡기고 반나절이라도 외출할 자유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출산 후 몸의 회복이 조금은 더 빨랐을 것이다. 새벽에는 가슴 통증 없이 푹 잠을 청할 수 있었을 것이다. 출산 후 100일까지의 기억이 조금 더 행복하게 남았을 것이다. 첫째 맘이라 얼떨결에 이런 모유수유라는 고행길을 걸어왔지만 개인적으로는 둘째를 가지게 되면 다시 이런 고행을 반복할 자신은 없다. 둘째를 가져도 또다시 주변에서는 그래도 자연분만과 모유수유가 좋다고 말할 것이다. 내가 생각하기엔 자연분만과 제왕절개. 모유수유와 분유수유는 정말 한 끗 차이다. 제왕절개를 한다고 또 분유수유를 한다고 내가 내 아이를 덜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으로 주변에서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강조하게 되면 엄마는 자연분만과 모유수유를 못하는 상황이 되면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한다는 미안한 마음을 강요받게 된다. 하지만 행복한 엄마가 있어야 행복한 아이도 있을 수 있다.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모유수유든 분유수유든 엄마가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게 지혜로운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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